최태원 회장의 MWC – SKT는 AI 기술 공동 개발 통신사 연합, SK하이닉스는 HBM3E 전쟁 실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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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도이치텔레콤·소프트뱅크 등과 AI 동맹 창립
글로벌 통신사 이끌고 AI 개발 박차 가하는 소프트뱅크
통신업계 AI 활용도 급증 전망, 패권 경쟁 불붙었다
SK하이닉스 주력 AI반도체 'HBM3E' 경쟁에 대한 관심도↑
AI반도체 경쟁 격화 속 추가 투자금 필요하다는 지적도

SK텔레콤이 해외 통신사들과 함께 인공지능(AI)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글로벌 AI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본격적으로 시장 경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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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24에서 유럽, 중동, 아시아의 통신사 최고 경영진들과 만나 인공지능(AI) 기술 공동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수행할 합작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도이치텔레콤 팀 회트게스 회장, 클라우디아 네맛 기술혁신담당이사, 이앤(e&) 그룹 하템 도비다 CEO, SK 최태원 회장, 싱텔 그룹 위엔 콴 문CEO, SKT 유영상 사장, 타다시 이이다 소프트뱅크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 출처 = SK텔레콤

“빅테크에 패권 안 뺏긴다” SK텔레콤의 결의

최태원 SK 회장은 26일(현지시각)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24(Mobile World Congress, MWC 2024)’가 개막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 창립총회를 열고 △도이치텔레콤 △이앤(e&) △싱텔 △소프트뱅크 등과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MWC 2024에서 간담회를 개최, “과거 통신사들이 (2010년대) 모바일 모멘텀에서 통신사들이 연합을 못 하고 개별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빅테크들에 주도권을 잃었다”며 “AI 시대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얼라이언스(GTAA)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통신업계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AI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GTAA에 소속된 5개사는 연내 글로벌 AI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텔코 LLM(통신사 특화 거대언어모델)’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 독일어, 아랍어 등을 시작으로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다국어 LLM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은 같은 날 전 세계 20여 개 통신사들을 초청해 ‘글로벌 텔코 AI 라운드테이블(GTAR)’ 행사를 개최, GTAA 참여를 제안하기도 했다.

GTAA가 개발하고 있는 텔코 LLM은 범용 LLM보다 통신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이용자 의도를 원활하게 파악할 수 있다. AI 콜센터(AICC) 등 다양한 통신 사업 및 서비스 영역에 특화돼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텔코 LLM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경우, 전 세계 통신사들이 각국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AI 에이전트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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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신사들의 AI 사업 확대

최근 업계에서는 글로벌 통신업계 전반이 AI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본다. GTAA 외에도 수많은 ‘통신사 연합군’이 AI 시장 패권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NHK 등은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가 AI 정보처리 분산 기술 실용화를 위해 미국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와 협력, ‘AI-RAN(무선 접속망) 얼라이언스’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의 AI-RAN 얼라이언스에는 에릭슨(스웨덴)·노키아(핀란드) 등 세계 통신업체 10개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SK텔레콤 외 국내 통신사들도 AI 기술에 힘을 쏟고 있다. KT는 이미 초거대 AI ‘믿음(Mi:dm)’을 콜센터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AI 풀스택(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전 과정을 포괄하는 개발 능력)’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중 통신 맞춤형 LLM ‘익시젠(ixi-GEN)’을 공개하고, 익시젠을 탑재한 AI 챗봇 ‘챗 에이전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많은 통신업체가 AI 경쟁력 확보에 뛰어든 가운데, 업계에서는 AI가 통신업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미국 시장조사업체 폴라리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32년 전 세계 통신업계의 AI 활용 규모는 171억6,000만 달러(약 22조8,2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18억2,000만 달러) 대비 약 9.45배 늘어난 수치다. 폴라리스마켓리서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네트워크 관리·서비스 최적화 등 통신 업무 전반이 고도화하고 있는 만큼, 대다수 통신 사업자가 AI 솔루션 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BM3E 경쟁 격화 속 SK하이닉스 추가 투자금 필요하다는 평가도

SK그룹이 통신사 간 AI 기술 연대를 구성하는 데는 SK하이닉스에 필요한 추가 투자금 확보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각) 마이크론은 HBM3E 솔루션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하면서 경쟁사 제품보다 30%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선두업체로, 마이크론의 벤치마킹 대상 상품은 SK하이닉스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HBM 개발은 과거 201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만큼 SK하이닉스가 압도적인 기술적·경험적 우위에 있었으나,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HBM3E 개발과 양산에 뛰어들면서 SK하이닉스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26일 발표대로 마이크론이 오는 2분기부터 출하되는 엔비디아 H200 GPU에 장착될 경우, SK하이닉스가 시장 우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마이크론은 오는 3월 36GB 12단 HBM3E 샘플도 고객사에 제공할 예정이며, 생산 설비에는 7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지난해부터 2025년에는 마이크론이 글로벌 HBM 시장에서 현재 D램 수준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도 HBM3E 양산 체제에 나섰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차세대 기술로 평가되는 HBM4 샘플링을 2025년, 양산은 2026년에 들어간다. 아울러 마이크론이 올 3월에 발표하는 12단 적층구조보다 훨씬 더 수율을 뽑기 어려운 16단 적층구조 기술에 대한 도전도 진행 중인 상태다.

HBM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HBM3E 양산 초기 단계로,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간다는 방침만 밝힌 상태다. 엔비디아의 H200과 B100용 메모리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지만, 전력 필요량에서 마이크론이 한발 앞서나간 상태인 데다, HBM4 기술에 대한 투자도 초기 단계인 만큼,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추가 투자금을 확보해야 AI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