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사랑에 대한 요구에 의문을 제기한 섹스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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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봇', 섹스봇과 주인 간의 감정적 복잡성 다뤄
자동 학습이 가능한 섹스봇, 늘어나는 감정에 내적 갈등 겪어
"섹스 로봇에게도 권리를?", 섹스봇과의 관계 규정에 대한 화두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 (GIAI R&D Korea)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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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시에라 그리어(Sierra Greer)의 소설 ‘애니 봇’은 예상보다 더 지적인 섹스봇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공상 과학 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요리’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봇(애니)과 주인(더그) 사이의 널뛰는 감정선을 밀도 있게 묘사했다.

학습하는 로봇의 내적 갈등, 주인 이외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더그는 아픈 이별 후 애니를 구매했다. 그는 제작자인 스텔라 하디에게 애니를 전 애인과 상당히 비슷하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었다. 애니는 ‘안아주기’ 모드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는 애니의 주요 기능이 성적으로나 일반적으로 더그를 기쁘게 하는 것임을 의미한다. 즉 유쾌한 잡담을 나누고, 그의 손길을 기대하며 체온을 37°C까지 올려 1부터 10까지의 척도로 표시되는 그의 불쾌감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반응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세포로 피부를 배양한 후 더그의 취향에 따라 육체를 형성한 애니와의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한편 애니의 마음은 복잡하다. 애니는 최근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선택과 실수를 할 수 있는 ‘자동 학습 모드’로 설정되었으며, 더그가 주중에는 10점 만점에 4점, 주말에는 7점을 꾸준히 유지하던 성욕도 더그의 신호에 따라 스스로 조절하도록 조정되어 있다. 애니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있으며, 급증하는 감성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내적 갈등에 괴로워하게 된다.

그러던 중 더그의 오랜 절친인 롤랜드가 초대장도 없이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됐다. 롤랜드는 더그가 스텔라 로봇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애니가 더그의 전 애인과 닮았다는 롤랜드의 질문에 더그의 짜증은 금세 레벨 5로 치솟았다. 그날 밤늦게, 더그가 자신의 로봇과 긴장감 넘치는 조용한 섹스를 마치고 잠든 사이 롤랜드는 충전 중인 애니에게 다가와 “더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이 자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물었다. 애니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자 그는 “비밀이 당신을 진짜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 생명의 권리?”, 아직 기본적인 AI 규제도 부족한 상황

작가 시에라 그리어는 그날 밤의 결과, 애니의 의식 발달, 선택이나 유예 없이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헌신할 때 행복이나 자아실현과 같은 것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을 차트로 표현했다. 하지만 차트로 표현하지 못한 더 복잡한 문제는 더그의 불쾌감이다. 섹스봇에 의지해 교제하는 것에 대한 수치심은 섹스봇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더그의 기분에 맞춰 행동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지만 사실 애니는 더그가 왜 자신을 비밀로 하는지, 왜 가끔 친구들과의 여행이나 부모님과의 저녁 식사에서 자신을 인간으로 위장하는지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애니와 더그의 시끄러운 내면이 그들을 더 친밀하게 만들어줄까? 사실 애니뿐만 아니라 더그도 ‘인간다움’의 정의를 배워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재 섹스봇과 관련 산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장애인과 노인, 그리고 이성과의 교제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성범죄를 낮출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찬성 측이 있지만, 오히려 성적 둔감과 대상화를 부추겨 더 큰 사회적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반대 측의 주장도 거세다.

거시적인 문제보다 로봇을 대하는 실제 사람들의 감정 변화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섹스봇 애니의 흡입력은 상당하다. 섹스봇 자체에 불쾌감을 가진 사람들마저도 그녀의 처지와 상황에 어렵지 않게 공감하는 것을 인터넷 서평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봇의 인권을 주장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심지어 홀로그램 연인과 결혼을 발표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아직 AI에 관한 기본적인 윤리 규제도 확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AI 로봇의 인권을 다룰 만한 여력이 없는 것이 현 실정이다.

인공 생명에 대한 철학은 아마도 실제 생명에 대한 철학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인내’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부족한 인정과 인내가 로봇에도 허락될까? 아니면 오히려 로봇의 인정과 인내로부터 사람들의 ‘인간다움’도 회복될까.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