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허위 정보 ‘예방접종’, 검열 없이 ‘정보 면역력’ 높이다
세계경제포럼, 허위 정보의 확산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 허위 정보 연구 반대 측, "언론의 자유 위협해!" 반면 정보 분별 향상법 제시한 허위 정보 연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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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위험 보고서'(Global Risks Report)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허위 정보의 확산을 꼽았다. 올해 전 세계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40억 명 이상이 각 나라의 주요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보고서는 지금이야말로 전 세계가 허위 정보와 이를 유포하는 자들에 대비해야 할 때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허위 정보 연구,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가?
일각에선 이 보고서의 결론을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고 일축했다. WEF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는 1,500명에 가까운 WEF의 전문 컨설턴트들을 ‘바보’로 규정했고, 일론 머스크는 WEF의 의제와 상충하는 모든 것을 허위 정보로 치부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허위 정보’라는 용어가 주관적이고 모호하며 편향적이라는 논점을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대중의 믿음이 진실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젊은 층의 5명 중 1명은 홀로코스트를 신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지 몇 년 후, 대중의 42%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심지어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코로나19 백신의 위험성이 백신의 이점보다 크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런 허위 정보의 확산을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내버려둬야 할까?
대중의 잘못된 믿음은 곧 그들의 신념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쳐 민주주의를 위협하거나, 공중 보건에 실질적인 손해를 끼치고,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킨다. 따라서 허위 정보 연구에 반대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영욱적 행위가 아니라, 대중의 분별력을 약화하는 시도로 해석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허위 정보는 대중에게 실질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 접종 피한 공화당 유권자 사망률 증가
대중의 잘못된 믿음은 대개 소셜 미디어나 정치적 행위자가 다른 채널을 통해 퍼뜨린 허위 정보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양상은 코로나19 백신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백신의 빠른 개발과 배포에 대한 공로를 인정했지만, 공화당 정치인과 보수 세력이 백신의 신용을 떨어뜨리려고 시도하면서 백신은 빠르게 정치적으로 양극화됐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폭스 뉴스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허위 사실을 자주 보도한 것이 시청자들의 백신 접종률 저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원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보다 백신을 접종할 확률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결과 백신에 관한 허위 정보는 당파적 차이에 따른 높은 사망률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팬데믹 이전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유권자의 사망률이 같았지만, 백신이 널리 보급된 이후에는 공화당 유권자의 사망률이 민주당 유권자보다 최대 43% 더 높았던 것이다. 이 격차는 백신 접종자 비율이 가장 낮은 카운티에서 가장 컸고, 백신 접종자 비율이 가장 높은 카운티에서는 거의 사라졌다.
미국에서 백신 허위 정보의 주요 피해자가 공화당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허위 정보 연구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사람이 공화당원인 오하이오주 짐 조던(Jim Jordan) 하원의원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의 캠페인은 부분적으로 온라인 음모론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국토안보부와 공모하여 2020년 선거 기간 동안 2,200만 개의 트윗을 검열했다는 음모론이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분석을 위해 이러한 트윗을 수집했을 뿐이며, 그중 약 3,000개(약 0.01%)만이 트위터 이용약관 위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었다. 허위 정보 연구 커뮤니티는 조던의 캠페인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정보 분별력 향상’으로 이어진 허위 정보 ‘예방접종’ 연구 결과
조던은 언론의 자유를 기치로 내걸고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홀로코스트 부정과 같은 명백한 이슈와 관련된 허위 콘텐츠에 대해서는 미국 대중의 초당적 지지가 있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진실 또는 거짓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정보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허위 정보 연구자를 고소하거나 괴롭히거나 검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허위 정보 연구자들은 검열의 위험이나 다른 사람의 언론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이러한 기법 중 하나는 사람들의 정보 분별력을 높이는 ‘예방접종’(inoculation)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 접종 또는 ‘프리벙킹'(prebunking)의 핵심은 ‘허위 정보에는 양질의 정보와 구별할 수 있는 표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미 좋은 주장과 나쁜 주장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일관성 없는 정보, 체리피킹, 희생양 삼기 등이 여전히 저품질 정보의 지표라는 것을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짧은 동영상으로 교육 정보를 제공하면 거짓 딜레마나 희생양 삼기 등 잘못된 정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작 기법을 더 잘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에서 시작된 해당 동영상 교육은 몰입하기 쉬운 상황 예시와 키워드로 청취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허위 정보 확산이 미디어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시대지만, 반대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유용한 연구 결과를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때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