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무시하던 테슬라, 중국 브랜드 자동차 맹추격에 中 출하량 급감
테슬라 2월 중국 출하량 전년 대비 19% 감소, 주가 7%↓ 가격 낮춰도 "테슬라 안 사요", 보급형 없는 라인업 영향도 중국 전기차 관세 소급 부과 등 각국 정부 중국 견제 초읽기
테슬라의 지난달 중국 공장 출하량이 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테슬라는 판매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할부 프로그램이나 보조금 지급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중국차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테슬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으로, 중국산 자동차에 잠식되지 않기 위한 각국 정부 차원의 노골적인 견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테슬라, 지난달 中 출하량 사상 최저치 기록
4일(현지시간)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의 잠정 집계 자료를 인용한 블룸버그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월 상하이 공장에서 6만365대를 출하했다. 이는 전달인 1월보다 16%, 지난해 동기간보다는 19% 감소한 수치로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춘제(春節·음력설) 연휴와 재개된 가격전쟁으로 인해 수요가 위축되기도 했지만 중국 EV 시장의 성장세 둔화 속에 보급형이 없는 테슬라 차량 라인업의 영향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EV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구매를 미루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테슬라의 판매 부진 속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7.16% 하락한 188.14달러에 마감해 지난달 13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테슬라에게 완벽한 역풍의 폭풍이 발생하고 있다”며 상하이 공장의 출하량 자료가 “테슬라 주식을 둘러싼 불길에 기름을 더하는 부정적인 데이터 포인트였다”고 분석했다.
전기차업계 애널리스트인 트로이 테스라이크는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중국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해서 “수요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전 세계 인도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테슬라는 앞서 지난 1월에 중국에서 모델3와 모델Y의 가격을 각각 5.9%와 2.8% 인하한 바 있다.
중국차 맹공에 의한 고전, 주요국의 견제 움직임도
최근 테슬라는 중국 판매 확대를 위해 보험 보조금과 우대 할부 프로그램 등 여러 유인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BYD 등 경쟁사들의 압박으로 인해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2배 폭등했던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24% 가까이 폭락했고, 시가총액 188억 달러(약 25조원)를 날렸다.
지난해 4분기에는 그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깔봤던 중국 자동차기업 BYD에 전기차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앞서 머스크는 2011년 인터뷰에서 BYD에 관한 질문에 “BYD 차를 본 적이나 있느냐?”며 “BYD는 생산력도 기술력도 달린다”고 노골적으로 무시한 바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그런 BYD에 세계 1위 자리를 넘겨주면서 올해 빅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테슬라) 가운데 애플과 함께 유일하게 주가가 하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중국은 현재 일본을 제치고 명실공히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2020년까지 100만 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1년부터 전 세계적인 전기차 호황 및 중국 전기차 수출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매년 100만 대 이상씩 늘어나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탔다. 2023년은 2022년보다 180만 대 더 많이 수출하며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특히 중국 전기차 공세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확인돼 더욱 주목된다. 테슬라는 물론 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루시드, 리비안 등 전기차 스타트업들까지 최근 일제히 부진한 실적 전망을 공개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글로벌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거나 일부 취소한 데도 이같은 시장 상황이 짙게 작용했다.
중국산 자동차의 맹추격에 자국 자동차 산업 붕괴를 우려한 주요국들은 발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이미 중국산 전기차들이 빠르게 침투한 유럽의 경우 지난해 가을부터 대중 전기차 보조금 조사를 개시한 데 이어 중국 전기차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소급 부과하는 것을 허용할 예정이다. 미국도 최근 중국산 차량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생산한 지역과 상관없이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의 27.5%에서 125%로 올리는 것이다. 멕시코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해 수출하더라도 제조사가 중국 업체라면 관세를 낼 수밖에 없다. 이와 별개로 백악관은 중국산 차량 수입이 국가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에도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