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광고 갑질’ 행위, 미·EU 이어 한국서도 제재받는다, 공정위의 구글 압박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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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 압박 수위 올리는 공정위, 이번엔 구글 제재 착수
미국·유럽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철퇴 당한 구글, 최근 집단 피소도
수년간 시장 장악한 구글 '독점 체제',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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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메타,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플랫폼 공룡 ‘구글’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구글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판매와 중개를 아우르며 독점력을 남용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은 이미 구글의 행위가 독과점에 해당한다고 판단, 제재 절차에 돌입한 상태로, 글로벌 광고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며 쌓아 올린 구글의 독점 체제가 거센 비판과 규제로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위, 구글의 광고 시장 독점력 남용 행위 조사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온라인·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자사의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을 막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경쟁 저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 검색창이나 유튜브에서 광고가 상단에 뜰수록 높은 단가를 매기는 한편, 각 사이트에 맞춤형 광고 등을 배급 또는 노출시키는 대리상 역할을 하며 막대한 매출을 올려왔다. 온라인 광고 판매자인 동시에 웹사이트와 광고주 사이 중개를 담당하는 역할도 하는 등 내부거래를 한 셈이다.

실제로 구글은 광고주와 게시자를 연계하는 광고거래소인 ‘애드 익스체인지(AdX)’를 갖고 있으면서 웹사이트에 광고를 게재하는 판매(경매) 서버인 ‘더블클릭포퍼블리셔(DFP)’ 및 광고 구매 프로그램 ‘구글 애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구글이 중개 및 구매·판매시장의 독과점 지위를 활용해 온라인 광고 시장의 경쟁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EU·미국도 제재, 지배력 남용 행위 인정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 독점력 남용과 관련해 미국과 EU 경쟁당국은 이미 제재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구글의 본거지인 미국 법무부와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을 포함한 8개 주정부는 지난해 1월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 제기와 함께 디지털 광고기술 사업부 해체를 요구했다. 미 법무부와 주정부는 그간 구글이 경쟁사를 흡수합병한 뒤 자체 광고 플랫폼이나 기술을 광고 송출자(퍼블리셔), 광고주들이 사용하도록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사실상 광고 가격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시장 지배력을 확보함에 따라 미국 정부 기관들마저 디지털 광고에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지출하는 등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미 법무부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구글은 디지털 광고 기술 지배력에 대한 위협을 제거하거나 이 위협의 정도를 약화하기 위해 반(反)경쟁적이고 배타적이며 불법적인 수단을 썼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는 명백히 해로운 일”이라며 “웹사이트 창작자들은 더 적게 벌고, 광고주들은 더 많이 지불한다. 이는 제한 없는 경쟁 압력이 가격을 결정하고, 혁신적인 광고 기술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거래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막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앞서 구글 규제에 나섰던 EU는 소송에서 잇달아 승소해 현재까지 65억 유로(약 9조3,000억원)가 넘는 벌금 판결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6월 중순경 내놓은 구글 심사보고서에서는 ‘일부 서비스의 매각 필요성’까지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EU 경쟁당국은 구글이 DFP에 등록된 광고 경매 입찰가격을 AdX에 미리 알려주면서 낙찰받기 쉽게 했거나, AdX에만 구글의 광고를 판매해 일감을 몰아주는 등 다른 광고 플랫폼에 피해를 끼쳐 경쟁을 제한했다고 결론 내렸다. 

유럽 언론사들, 구글 상대 집단 소송도

구글은 유럽 미디어그룹으로부터 21억 유로(약 3조360억원) 규모의 집단 소송에도 직면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독일의 악셀 스프링거(Axel Springer)와 노르웨이의 쉬브스테드(Schibsted)를 포함한 32개 유럽 미디어그룹은 구글의 관행으로 인해 디지털 광고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디어 기업을 대표해 소송을 제기한 제라댕 파트너스(Geradin Partners) 등은 성명에서 “구글의 지배적 지위 남용이 없었다면 미디어 회사들 더 많은 수익을 얻었을 것이고, 유럽 미디어 환경을 강화하는데 투자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프랑스 경쟁당국이 2021년 구글의 광고 기술 사업에 대해 2억2,000만 유로(약 3,20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과 지난해 EU 집행위원회가 구글을 고발한 것을 근거로 제시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에 대해 D.A. 데이비드슨&컴퍼니의 길 루리아(Gil Luria) 애널리스트는 “이번 소송은 구글의 핵심 광고 비즈니스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채팅 전환에 따른 실존적 위협에 직면한 시점에 제기된 것”이라고 짚었다.

각국 정부에 이어 글로벌 주요 언론사들까지 소송을 불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구글의 독점 폐해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디지털 광고 매출이 2,300억 달러(약 302조원)를 넘어선 구글은 광고 구매는 물론 거래소까지 운영하며 광고 생태계를 장악한 상태다.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행태는 결제 시스템이나 앱스토어 갑질 등에서 이미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지만, 디지털 광고는 특히 공론의 장 역할을 하는 미디어의 활동 기반을 흔든다는 점에서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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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구글 제재, 플랫폼법 재추진 위한 명분 쌓기일까

한편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이번 구글 독과점 조사가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입법 재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플랫폼법은 기존 전자상거래법 등에서 제외돼 있는 거대 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경쟁플랫폼 이용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의 반칙 행위를 막기 위한 규제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부터 플랫폼법 제정을 강력히 추진해 왔으나 국내 업계 반발에 부딪혀 법안 공개를 미루는 등 숨고르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플랫폼법이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만 피해를 입고 글로벌 기업은 법망을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구글 등 빅테크에 대한 일련의 조사를 통해 불공정 행위를 밝혀낼 경우 플랫폼법 제정의 당위성을 피력할 수 있고, 만일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국내 기업만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는 업계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플랫폼법의 제재 수위와 규제 대상 등은 국내외 구분 없이 명확하고 투명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공정위의 입장을 재확인 시켜줄 수 있다는 의미다.

플랫폼법 재추진 여부는 오는 4월 총선 결과로 22대 국회가 구성된 후에 결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공정위는 연내 제정 목표를 꺾지 않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지난 7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개최한 특별 초청 강연에서 “공정위가 제재하더라도 이미 경쟁사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독과점이 고착화하는 등 사후 약방문식 뒷북 제재가 빈번했다”며 플랫폼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