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AI 학과’ 신설하는 대학가, 문제는 이름 아닌 ‘내실’
15개 대학 가운데 11개 학교 AI 학과 신설 AI 열풍에 고려대도 2025년 AI 학과 신설 계획 엔비디아 CEO "코딩은 필수기술 아냐, AI가 대체"
인공지능(AI) 열풍이 대학가로 퍼졌다. 연세대학교에 이어 고려대학교까지 AI 학과를 새롭게 만든다. 지난 2022년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AI가 미래 핵심 기술로 굳어짐에 따라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국내 15개 대학 중 80% AI 학과 운영 예정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내 15개 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가운데 11개 학교가 AI 학과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들 학교는 지난해 630여 명의 AI 학과 신입생을 모집했다.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한 학과는 동국대 AI 소프트웨어 융합학부(220명)였다. 서울대는 AI 연구원(AIIS)과 대학원 과정을 운영 중이며, 고려대는 정보대학 내 AI 학과 신설을 위해 현재 교육부 신설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교육부 승인을 마치면 고려대는 내년부터 AI 학과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게 된다.
학령인구 감소로 각 대학이 학과를 폐과하거나 통폐합하는 기조 속에서도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는 건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제4차 신기술 인력수급 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7년까지 AI 분야 연구개발(R&D) 인력 수요는 6만6,1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급할 수 있는 예상 인력은 수요 대비 1만2,800명 모자란 5만3,300명으로 추산된다. 산업계에서 AI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대학들도 관련 학과 운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가천대 관계자는 “워낙 국내외에서 AI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대학에서도 ‘미래는 AI’라는 생각을 가지고 학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22년 정시 신설 학과 중 AI 학과 29개
대학들의 AI 관련 학과 신설 움직임은 몇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교육평가기관 유웨이에 따르면 2022년 정시 신설 학과 중 ‘AI’ 또는 ‘인공지능’이 들어간 학과가 29개로 가장 많았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해 기준 교육대를 제외한 전국 4년제 190개 대학 중 학부 기준 AI 학과를 설치한 4년제 대학은 76개로 전체의 40%에 달한다. 기존에도 AI와 무인이동체 관련학과가 있긴 했으나, AI를 정식 학부 이름으로 내건 것은 2019년 신설한 가천대의 AI·소프트웨어학과가 최초다. 이를 기점으로 전국 수십 개의 대학교에 AI 학과가 신설되는 추세다.
이 중 경희대의 인공지능학과는 머신러닝 빅데이터 지능로봇공학 블록체인 등 AI 관련 전 분야를 아우른다. 대학과 산업계를 연결하는 AI 브레인 허브를 설치함으로써 빅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학제별로 적용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외에도 한국교통대가 신설한 AI/데이터공학부는 대학의 특성화 분야인 교통과 AI를 접목해 눈길을 끌었다. 교통대 AI/데이터공학부는 데이터사이언스전공과 AI교통응용공학전공으로 구성된다. 특히 AI교통응용전공은 AI를 교통(철도/자동차/차세대 교통 시스템)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한 AI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데이터사이언스 전공 역시 철도, 자동차, 차세대 교통시스템 분야의 AI-데이터-교통데이터의 융복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코딩에만 의존해선 안 돼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 AI 교육이 코딩 교육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 기술의 등장으로 더 이상 코딩 프로그래밍이 필수 기술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된다.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World Government Summit)에서 황 CEO는 “아이들에게 코딩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그만둬야 한다”며, “AI의 등장으로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0~15년 동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아이들에게 컴퓨터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아무도 프로그래밍할 필요가 없는 컴퓨팅 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이제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프로그래머다. 이것이 바로 AI의 기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AI 혁명 초기 단계에서도 프로그래밍은 더 이상 필수적인 기술이 아니며, “AI가 코딩을 대체함에 따라 인간은 생물학, 교육, 제조 및 농업과 같이 더 가치 있는 전문 분야를 추구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카멕 오큘러스VR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코딩이 결코 가치의 원천이 아니며, 사람들이 코딩에 지나치게 집착해서는 안 된다. 문제 해결이 핵심 기술”이라며 “전통적인 프로그래밍에서 요구되는 규율과 정확성은 전수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속성으로 남아 있지만, 진입 장벽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