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부품에 의존” 이륙 실패한 한국 드론 산업, 정부 지원은 허울뿐
글로벌 시장, 한국 드론 산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 제시 대다수 국내 드론 업체, 중국산 부품 사들여 조립·재판매 '드론 성장' 외치며 예산 삭감하는 정부, 먹구름 낀 생태계
글로벌 시장이 한국 드론 산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의 관련 산업 지원이 사실상 정체돼 있는 가운데, 자체 드론 기술력이 부족한 ‘깡통 기업’이 급증하며 시장 경쟁력 전반이 쇠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드론 기업 대다수는 중국산 부품을 수입·조립해 판매하는 ‘되팔이 업체’로 전락, 이렇다 할 자립을 도모하지 못하고 있다.
날아오르지 못하는 한국 드론 시장
15일 글로벌 드론 시장 조사기관 드로니(DroneII)가 이달 초 발표한 각국의 드론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드론 산업의 낙관 수준(Industry Optimism Level)은 6.3점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평균(6.6점)보다 낮은 수준이자 △북미(7.2) △독일권역(DACH·6.9) △영국(6.7) △인도(7.8) △남아프리카공화국(7.2) △콜롬비아(7.1) 등 대다수 국가의 전망지수를 밑도는 수치다.
우리나라의 드론 산업이 눈에 띄게 뒤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드론 시장의 한계로 ‘낮은 준비도’를 지목한다. 한국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영국 BT그룹에 의뢰해 진행한 ‘드론 준비도 조사’에서 12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네트워크 기반 인증 체계(33점) △전자적 식별 체계(33점) △비가시권드론(BVLOS) 허용정책(33점) △항공관제체계(UTM·33점) 등 규제 관련 분야에서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국내 드론 기업 대다수가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국내 드론 시장은 드론의 안정적인 비행을 위한 핵심 부품인 FC(Flight Controller, 비행제어장치) 등 부품의 대부분을 중국의 드론 제조 업체 DJI로부터 수입해 조립·판매하고 있다. 국내 드론 산업 생태계가 정체기를 맞이한 가운데,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 기업들이 드론 생산 업체가 아닌 ‘조립 업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글로벌 5대 드론 강국 될 것” 정부의 포부
한국 드론 시장이 좀처럼 후발 주자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는 드론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의 ‘제2차 드론 산업 발전 기본계획(2023-2032)(안)’에 따르면, 세계 드론 시장은 2030년 약 125조5,000억원(약 940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후 드론 산업이 각국의 쏠쏠한 ‘미래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각종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드론 산업 발전 기본 계획(2017~2026)’ △2017년 12월 ‘무인이동체 기술 혁신과 성장 10개년 로드맵’ △2019년 10월 ‘드론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 △2020년 11월 ‘드론 산업 육성 정책 2.0’ △2021년 12월 ‘드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드론 산업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차후 UAM(도심항공교통, Urban Air Mobility)을 포함한 드론 산업 생태계를 강화, 오는 2032년까지 글로벌 5대 드론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특히 오는 2030년까지 국내 드론 시장 규모를 2020년(4,900억원) 대비 약 5배 성장한 2조3,000억원(약 17억 달러)까지 확대하고, UAM 분야를 활성화해 10개 노선을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강소기업 육성과 국민 체감 서비스 확대 △신산업 규제 합리화 △유기적 인프라·공역체계 구축 △핵심 활용 기술 개발 △차세대 인재 양성 및 지원 체계 구축 등 구체적 추진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의 드론 지원은 ‘허상’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드론 산업 육성안이 허울 좋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정부의 드론 사업 지원이 확대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검토 의뢰한 ‘드론 산업 정부 지원 현황 및 핵심 부품 국산화 정책 검토’ 자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드론 산업 관련 예산은 2022년 247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149억9,000만원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벤처기업부 측은 아예 드론 산업 관련 예산 배정 및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
정부의 실질적인 외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드론 시장은 자립에 실패한 채 횡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33개 드론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83개 기체의 부품별 국산화율은 약 60~80%에 그친다. 이 중 핵심 부품인 모터의 국산화율은 1.2%, 프롭은 6%, 배터리는 20.6%에 불과하다. 지지부진한 정부 지원으로 인해 좀처럼 성장 기반이 마련되지 않자, 국내 드론 시장 전반이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해 조립·재판매하는 수준에서 멈춰서버린 것이다.
국토교통부 드론정보포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드론 업체 수는 4,994개에 달한다. 내실 없이 구색만 갖춘 업체들이 가뜩이나 적은 드론 시장 수익을 자잘히 나눠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국내 드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차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금 지원·규제 개선을 단행, 가라앉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