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에 이어 웹젠 ‘뮤아크엔젤’도 확률조작 의혹 터져
라그나로크 확률 8배 조작에 이어 웹젠의 '뮤아크엔젤'도 대규모 확률 불성실 공시 사태 터져
과거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의 확률 조작 사건도 재조명, 확률 불신 게임 업계 전반으로 확대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 이어져, 처벌 강화 목소리도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포기하고 구독형 전환, 콘솔 게임 출시 등으로 업계 판도 바뀌는 중
지난달 22일 게임 내 아이템 뽑기 확률 공개가 의무화된 가운데 ‘라그나로크 온라인’에 이어 ‘뮤아크엔젤’도 확률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웹젠 김우석 사업실장은 최근 공지를 통해 ‘일부 콘텐츠 확률 오류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며 확률 불성실 공시 의혹 일부를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누리꾼들은 단순한 오류를 넘어 수많은 아이템에 대한 정보가 조직적으로 왜곡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실 투성이 확률 공지에 게임 플레이어들 불만 폭증
‘뮤아크엔젤’ 게임 이용자들에 따르면 공개됐던 확률과 실제 확률에 오류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다수를 차지했다. 예를 들어 1회에서 획득이 가능하다고 표시된 지룡의 보물 콘텐츠의 ‘각성석’은 70회가 넘어야 나왔다. 쉽게 말해 1회/150회 사이에 나오는 아이템이 아니라 70회/150회로 70번 이상 뽑기가 진행된 후 150회 사이에 나오도록 한 것이다.
세트보물 뽑기의 레전드 장신국 세트석 패키지도 0.29% 확률이었지만 실제는 100회/360회마다 나왔다. 실제 확률과 상관없이 무조건 100회 이상이 진행돼야 350회 사이에 나오는 식이다. 이어 처음 뽑기 시 ‘확률표1’을 적용하고 실패하면 흔히 말하는 ‘천장’ 개념의 확률표2가 적용되는데, 확률표2의 확률은 진행 회차 전체가 오류 투성이었다. 웹젠 관계자는 <글로벌e>와 통화에서 “확률 오류가 맞고 현재 보상안을 마련 중”이라며 “다만 시스템 추가 등 여러 이슈로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게임이용자 A씨는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웹젠의 온라인게임 ‘뮤아크엔젤’에서 확률조작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달라며 신고를 진행한 상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같은 날 있었던 그라비티 확률조사 신고건과 마찬가지로 공정위 서울사무소 소비자과에서 서류 확인 등을 마친 후 공정위 본부로 이관될 전망이다.
웹젠의 확률조작 의혹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를 담고 있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3월 22일)을 하루 앞둔 3월 21일 뮤아크엔젤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문에서 시작됐다. 김우석 뮤아크엔젤 사업실장은 “최근 검수를 진행하던 중 ‘축제 룰렛’, ‘지룡의 보물’, ‘세트 보물 뽑기’ 콘텐츠 내 특정 아이템에 대한 획득 확률표기가 실제 게임 내 확률과 상이한 오류를 확인했다”며 “총괄 사업실장으로써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웹젠은 해당 사안에 대한 보상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보상 대상은 2020년 6월 27일부터 2024년 3월 21일까지 축제 룰렛, 지룡의 보물, 세트보물뽑기를 구매한 고객이다.
웹젠 관계자는 “공정위 신고 사실 자체는 인지하고 있고, 아직 조사 관련해서 통보받은 것은 없다”며 “당사의 입장은 확률 조작이 아니라 확률 오류라고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다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게임업계 폭풍 휘몰아칠 수도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운영사인 그라비티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공개했다가 각종 오류로 인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에 게임 이용자들은 지난 1일 공정위에 그라비티를 신고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1월에 과징금이 부과됐던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건과 함께 게임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면서 ‘환생의 불꽃’ 아이템과 관련해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한다”고 공지했다. 추가옵션은 아이템의 공격력, 마력, 이동속도 등을 강화해 주는 것이었지만, 소수점 이하 확률이었던 것이 사후적으로 알려지면서 넥슨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가 시행된 계기다.
게임업계 3사 중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미공개로 이득을 본 것은 비단 넥슨에 그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게임 내 핵심 아이템 대부분을 확률형 아이템으로 판매했다. 최상급 아이템의 경우 아이템 획득을 위한 기대비용만 수억원에 달한다. 2020~2021년 사이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내 최고의 게임 개발사라는 회사가 지나친 과금유도, 도박성 콘텐츠로 수억원·수십억원을 과금하게 만든다”, “각종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들은 제재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 “한 달에 모바일게임에 과금할 수 있는 최대 결제금액을 책정해 무분별한 현금결제를 막을 수 있게 해달라”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넷마블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모두의마블’에선 게임 내 특정 캐릭터를 항상 획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벤트 기간에만 획득할 수 있는 한정 캐릭터로 표시했다고 지적했다. 야구게임 ‘마구마구’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상승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확률을 부풀려 표시했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몬스터 길들이기’에서는 아이템 획득 확률이 0.0005~0.008% 수준으로 극히 낮은데도 1% 미만이라고만 광고해 소비자들을 호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넷마블은 당시 시정명령과 더불어 과징금 4,500만원, 과태료 1,500만원을 맞았다. 소비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불만을 강하게 표현했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3월 공정위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게임 업계 사업 모델 바꾸는 계기됐다?
그간 국내 게임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완전 공개 요구에 대해 “게임개발 10여 년 노하우와 비법을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며 반발해 왔다. 확률 수치는 게임의 재미와 매출 극대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지점과 환경으로 게임 개발 노하우의 결정체라는 주장이다. 확률이 공개될 경우 유사한 서비스들의 모방 사례가 활개 칠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지난해 3월 확률 공개 강제안이 입법될 당시 확률이 공개될 경우 자칫 게임이 사행성 도박으로 변질되는 우려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확률 공개 자체의 부실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게임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주가 움직임도 확률 공개에 따른 게임산업의 수익성 악화를 반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확률형 아이템과 무관한 크래프톤의 경우 지난해 10월 145,9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265,000원까지 뛴 반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5월 404,500원에서 이달 초 185,000원까지 주가가 약 55% 하락했다.
이렇다 보니 게임업계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확률형 아이템 대신 다른 수익 모델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넷마블은 지난해 9월 선보인 모바일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세븐나이츠 키우기’에 광고를 제거하는 월정액제(9,900원)를 도입했다.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광고 시청을 통해 다양한 재화와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아예 콘솔 위주의 패키지 게임에 도전하는 게임사도 늘었다. 콘솔 게임은 전용 게임기를 TV나 디스플레이 기기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게임으로 패키지 구매 시 최초로 결제하는 수익모델(BM)로 운영된다. 시장 규모가 70조원에 달하는 콘솔게임은 구매력이 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지만, PC·모바일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한국은 ‘불모지’로 불렸다. 그러나 확률 공개에 따른 시장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네오위즈는 지난 9월에 PC·콘솔 게임 ‘P의 거짓’ 출시했고, 한 달 만에 100만 장 판매를 돌파해 화제가 됐다. 지난 10월 선보인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도 국내 최초로 싱글 패키지 누적 판매 300만 장을 넘어서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