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에 이어 구글도 AI 검색 서비스 유료화 추진, ‘공짜 AI 시대’ 저무나?
구글 모회사 알파벳, AI기반 검색 서비스 유료화 검토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 한계에 직면
유료화 시행 시 구글의 유료 검색 기능 첫번째 사례될 듯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기반 검색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구글은 무료 검색 서비스를 기업의 핵심 제품으로 제공해 왔지만 최근 광고 사업부의 수익이 답보 상태인 데다 AI 개발과 운용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면서 고객에게 비용의 일부를 부과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유료화 정책이 현실화되면 구글이 회사의 핵심 서비스인 검색 기능을 유료화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전망이다.
챗GPT에 광고 수익 위협, 핵심 서비스인 검색 엔진에 AI 탑재 추진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알파벳이 ‘AI 기반 프리미엄 검색’ 서비스에 대한 과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기반 프리미엄 검색’ 기능은 구글 검색 비즈니스의 가장 큰 변화로 꼽히고 있다. 현재는 지메일(Gmail)과 구글독스(Docs)에 제미나이 AI 어시스턴트에 대한 액세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에 특정 AI 기반 검색 기능을 추가하는 등의 옵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수년동안 구글은 전적으로 광고로 자금을 조달해 소비자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며 “구글이 핵심 서비스인 검색 기능에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AI 기반 검색 기능이 개시되면 기존의 검색 엔진 서비스는 유지되면서 유료 서비스가 이원화돼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구글의 관계자는 “현재 구글의 엔지니어들이 해당 서비스를 배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라며 “아직 경영진 차원에서 서비스 출시 여부와 시기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글이 검색 서비스의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검색 결과에 광고를 노출시켜 수익을 올리는 ‘핵심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구글이 유료화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배경에는 챗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의 등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면서 이용자들은 광고 노출 없이도 빠르고 간결한 답변을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검색+광고=무료’에서 ‘AI 프리미엄 상품’으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이 광고 수수료로 통해 올린 매출은 1,750억 달러(약 235조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구글은 현재의 광고 수익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최신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생성형 AI 기반 검색 기능을 탑재할 경우 해당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상대적으로 광고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글의 입장에서는 줄어든 수익과 늘어난 비용 중 일부를 AI 기반의 프리미엄 검색 서비스 이용자에게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2월 구글은 저장공간 2TB와 AI 챗봇 ‘제미나이 어드밴스드’를 이용할 수 있는 ‘AI 프리미엄 플랜 요금제’를 월 19.99달러(약 2만7,000원)에 출시했다. 향후 AI 기반 유료 서비스를 강화해 구글의 캐시카우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다양한 AI 검색 엔진이 나오더라도 당분간은 구글의 점유율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의 검색 기능은 빠르게 많은 양의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데다 비교적 정확성과 관련성도 높은 반면, 아직 타사의 AI 검색 엔진은 이 부분에서 성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91.4%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 빙(Bing)의 점유율 3.37%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생성형 AI 분야에서 MS 등 경쟁사에 뒤처진다는 인식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실제 제미나이의 이미지 생성 기능은 부정확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등 논란을 빚어 지난 2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지난해에는 검색 엔진에 생성형 AI를 결합한 SGE(Search Generative Experience)를 선보였지만 비용 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MS 이미 유료 AI 서비스 시행, 일각에선 정보 불평등 우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비스 유료화 움직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현재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오픈AI는 서비스의 양과 질에 차이를 두는 방식으로 유료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AI 챗봇 서비스는 답변의 길이, 속도, 실시간 검색 가능 여부, 이미지 인식 등 세부적인 서비스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AI 앱장터 ‘GPT 스토어’도 유료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딥스킬(deepskill.io) 등 챗GPT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들이 최근 빠르게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MS도 최근 업무용 AI 서비스 코파일럿의 개인 유료 서비스 ‘코파일럿 프로’를 출시했다. 월 20달러(약 2만6,000원)를 내면 고객들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등에서 오픈AI의 생성형 AI GPT-4를 접목한 ‘MS 365 코파일럿’을 이용해 질문에 답을 얻거나 데이터를 요약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다. 이미지 생성기인 ‘디자이너’가 제공하는 이미지 생성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1인당 월 30달러(약 3만9,000원)에 자사의 사무용 플랫폼에서 코파일럿을 이용할 수 있는 기업용 MS 365 코파일럿을 출시하기도 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유료화 정책은 생성형 AI 모델 구축과 운영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면서 동시에 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는 초기에 무료 AI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을 확보한 뒤 서비스에 차등을 두며 유료화로 전환하는 테크 업계의 오랜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AI 서비스의 유료화로 정보 불평등이 심화하는 ‘디지털 디바이드(디지털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요금 지불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양질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