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MZ세대’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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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저성장시대 속에서 개인주의와 워라밸 중시
'이직'은 나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 부정적인 것 아냐
기업도 프리랜서, 비대면 근로, 고성과주의로 변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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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가 회사를 떠나고 있다. 입사 3년 미만의 신입사원 퇴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무원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 고성장 속에서 조직에 충성하고 집단주의 사고가 당연했던 선배 세대와 달리 지금의 MZ세대는 저성장 사회에서 개인주의를 중시하며 회사와 거래적 관계를 맺는 문화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러한 현상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조용한 퇴사와 퇴준생 등의 사회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 87.5% ‘신입직원 1년 안에 퇴직’

4일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67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입사하고 1년 안에 퇴직한 신입사원이 있는 기업’이 8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사원 중 1년 내 퇴사자는 17.1%로 퇴사시기는 ‘입사 후 3개월 이내’가 56.4%로 가장 많았다. 퇴사 이유(복수응답)는 ‘업무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가 45.7%,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가 41.4%, ‘다른 기업에 취업해서’가 36.4%, ‘기업문화가 맞지 않아서’가 22.9%의 순으로 집계됐다. 즉, 이직을 제외하고 회사나 업무,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 퇴사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LG전자가 발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9세 이하 정규직 직원 1만1,676명 중 자발적 퇴직자 수는 3,492명으로 퇴직률은 29.9%로 나타났다. LG전자의 30~49세 이하 직원의 자발적 퇴직률 7.8%, 50세 이상 직원의 자발적 퇴직률 2.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해당 보고서는 퇴직자의 퇴사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임금이나 근무조건, 성과급 같은 변수들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Z세대 공무원의 퇴사도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지원자 수가 감소하자 각 지자체는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다. 실제 올해 서울시는 7~9급 신규 지방공무원 채용인원을 전년 대비 718명 줄인 1,602명으로 정했다. 하지만 채용 인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더 크게 감소하면서 경쟁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최근 5년간 9급 공채 경쟁률을 보면 2020년 37.2대1에서 2024년 21.8대1로 하락하면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MZ세대 조용한 퇴사·퇴준생 등 사회현상화

MZ세대 사이에서는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도 증가하고 있다. 조용한 퇴사란, 실제로 퇴사하진 않았지만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하며 회사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미국 등 서구 기업에서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상태에서 정해진 시간, 업무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업무만 하는 조용한 퇴사가 급격히 늘어났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낮아진 데다 일과 삶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HR 전문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1,0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7%가 ‘조용한 퇴사’ 상태라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현재 조용한 퇴사 상태라고 응답한 이들 중 20.5%는 ‘이직 준비’를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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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현상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퇴준생’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퇴준생’이란 퇴사와 취업준비생을 조합한 신조어로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기존의 회사를 다니는 동안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로 유사한 용어로는 ‘잡호핑(Job-Hopping)족’, ‘환승이직’ 등이 있다. 지난해 인크루트가 직장인 9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4%가 ‘퇴사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용한 퇴사는 퇴준생 말고도 다양한 사회 현상을 야기했다. 기업들은 조용한 퇴사에 대응해 ‘조용한 해고(Quiet Hiring)’로 응수했다. 조용한 해고는 팬데믹 종식 선언 후 기업들이 직원의 성과가 저조한 경우 직원 스스로 퇴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업무를 재배치하는 조치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 해고, 재채용으로 인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1995∼2005년생을 일컫는 Z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틱톡 등 SNS 플랫폼에 익숙한 Z세대들 사이에서 ‘시끄러운 퇴사(Loud Quitting)’가 유행하고 있다. 시끄러운 퇴사는 소셜미디어 틱톡 등에 ‘#layoff’ 해시태그를 달고 자신의 퇴사 사실을 널리 알리는 현상을 뜻한다. 이들은 자신이 겪었던 직장 내 부조리, 급여, 처우 등에 대한 불만을 적극 공개하며 퇴사 과정을 알리고 있다.

경기 침체·정리해고 등 ‘대퇴사 시대’는 끝나

팬데믹이 지속된 2년의 기간 동안 미국은 매년 5,000만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사상 최대 규모의 줄퇴사는 상상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고용시장을 흔들었다. 텍사스A&M대학의 엔서니 클로츠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라고 이름 붙였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제 ‘대퇴사 시대’가 끝났다고 말한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퇴사율이 점차 둔화되면서 지난해 팬데믹 이전의 수치를 회복했다.

클로츠 교수는 퇴사자 감소의 이유로 최근의 경제 불안정을 꼽았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빅테크 기업의 정리해고가 뉴스를 도배하고 AI가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는 경고가 나온 상황에서 ‘지금은 그만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2년 전보다 기업의 근무방식과 조직문화가 변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근무환경이 더 유연해지고 급여가 공정해졌으며 복리후생이 개선된 만큼, 그만둘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노동시장에 있는 세대 중에서 유독 MZ세대에 대해서만 많은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고, 이들의 행동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MZ세대의 사고방식이나 근무 행태 등을 하나의 사회 현상이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결국 노동시장의 과도기적 변화에 기인한다.

세대의 변화만큼이나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를 겪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급여 격차를 줄이려는 사회적 노력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됐고, 기업들은 상주 인력을 최소화해 사무공간을 운영하는 비용을 절감하고 비대면 근무나 프리랜서를 채용하는 방식을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입직원 교육을 통해 회사 안에서 성장시키기보다는 숙련된 경력직을 고용해 고성과자에 대해 확실히 보상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