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강제 매각법’ 美 상원 문턱도 넘었다, “사업권 안 팔면 서비스 금지”
틱톡 사업권 1년 내 매각 안 하면 서비스 금지 조치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하면 즉시 발효
틱톡 반발, "표현의 자유" 근거로 법적 다툼 예고
미국 연방 상원에서 중국의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강제 매각 법안이 통과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신속하게 서명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틱톡이 매각될지, 매각이 불발돼 미국에서 틱톡 사용이 금지될지 틱톡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틱톡 강제매각법, 미국 상원도 통과
미국 상원은 23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지난 20일 하원 통과 후 송부된 총액 950억 달러(약 13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등 지원안과 틱톡 강제 매각 등이 담긴 대외 안보 패키지 법안을 찬성 79표, 반대 18표로 가결했다.
앞서 하원에서는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지원 법안과 틱톡 강제매각 법안 등 총 4개 법안을 개별 표결을 거쳐 통과시켰으나 이날 상원에서는 4개 법안을 한 데 묶어 표결했다. 상·하원을 다 통과한 이번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곧바로 발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을 통과하는 대로 서명할 것이라고 공언해 온 만큼, 이 법안은 이르면 이날 중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틱톡 강제매각 법안은 미국의 대중국 강경파들이 중국계 기업인 틱톡을 통해 중국 공산당이 미국 선거와 여론 형성 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추진했다. 이에 중국 정부와 틱톡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틱톡, 소송 제기 예고 “표현의 자유 침해”
틱톡 강제 매각 법안이 미국 하원은 물론 상원의 문턱까지 넘었지만, 법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법조계에선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이번 법안과 관련해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률 전문가의 견해를 토대로 “틱톡은 새로운 소유자가 틱톡의 콘텐츠 정책을 변경하고, 사용자가 지금까지 틱톡에서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었던 내용을 금지할 수 있다며 강제 매각이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틱톡의 공공정책 담당 부사장인 마이클 버크맨도 지난주 한 인터뷰에서 “다행히도 미국에는 헌법이 있으며, 수정헌법 1조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틱톡 사용자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이미 틱톡은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미국 정부를 상대해 이긴 전례가 있다.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틱톡의 매각 또는 사용 중지에 관한 행정명령을 내리자 연방 판사는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반대 의견을 냈다. 몬태나주에서도 지난해 틱톡 앱을 금지하려고 시도했으나, 또 다른 연방 판사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정작 매각 상대 구하기 어려울 수도
시장에선 바이트댄스가 틱톡을 매각하고 싶어도 상대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특히 메타,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은 자금력은 있지만 독점 금지 문제로 인해 틱톡을 인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 강제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라클이 바이트댄스와 협상을 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전례도 있다.
물론 사모펀드 등이 그룹을 만들어 틱톡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스티브 므누신 전 재무장관은 지난달 CNBC에 출연해 “틱톡 강제매각법은 통과돼야 하며, 틱톡은 매각돼야 한다”며 “나는 틱톡 인수를 위해 투자자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틱톡이 인수 대상자를 찾더라도 바이트댄스에서 틱톡을 분리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틱톡은 사용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추천 알고리즘에 바이트댄스 소프트웨어를 쓰는 만큼, 틱톡의 미국 사업부만 분리해 매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틱톡, 굴복 대신 ‘전면전’ 선택하나
일각에서는 틱톡이 전면전을 택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4년 전에는 매각을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매각이나 굴복 대신 다른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보다 틱톡의 미국 사업 규모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억 명이 안 됐던 틱톡 이용자 수는 1억7,000만 명으로 늘었고, 수익도 다른 어떤 시장보다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틱톡은 지난해 말 미국 플랫폼 내에 쇼핑 기능을 추가하며 전자상거래에도 뛰어들었다. 이용자 기반에 힘입어 매출 확대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시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틱톡을 벼르는 건 미국만이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23일(현지시간)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서비스 중인 ‘틱톡 라이트’를 상대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여부 조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틱톡 라이트는 영상 시청, 공유, 친구 초대 등을 하면 상품권 같은 보상을 주는 서비스로, 어린 이용자들을 SNS 중독에 빠뜨릴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틱톡이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EU 등에도 압박 강화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단대 미국연구센터의 우신보 소장은 “(틱톡이 미국 사업을 매각할 시)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국을 따라 틱톡을 금지할 수 있다”며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번복 가능성만 놓고 봤을 때도 서비스 금지가 틱톡에는 차라리 나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싱가포르 DZT리서치의 책임 연구자인 커옌은 “미국 사업 중단 시에는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사업을 아예 팔아버릴 경우에는 되찾기가 어렵지만 서비스 금지 결정은 틱톡에 우호적인 정부가 집권하는 등 상황이 달라지면 취소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결국 서비스 금지 수순으로 갈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