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 무산, 토스 ‘IPO 전 몸집 불리기’ 실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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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구조 개선 노리던 이마트, 간편결제사업부 매각 결국 실패
순손실 거듭하는 토스에 이마트, '기업가치 9조원' 못 받아들였나
쓱페이·스마일페이 가입자 2,500만 명 못 끌어들였다, "토스도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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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페이 광고의 한 장면/사진=쓱닷컴

사업구조 효율화로 수익성을 회복하려던 이마트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신세계그룹과 핀테크 기업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1년여간 진행해 온 SSG페이(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 협상이 결렬된 탓이다. 이마트는 올해 실적 개선이 어느 때보다 절박한 상황이나, 두 간편결제서비스가 계륵으로 전락하면서 묘책을 강구해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쓱페이·스마일페이 매각 협상 최종 ‘결렬’

24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쓱페이와 스마일페이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신세계그룹은 토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하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두 사업부의 시너지 방안에 대한 양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는 이마트 이커머스 자회사인 쓱닷컴과 지마켓이 각각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쓱페이는 지난 2020년 신세계I&C로부터 쓱닷컴이 양도받았고, 스마일페이는 2021년 이마트가 지마켓을 인수하면서 산하에 들어왔다. 이에 대해 한 이마트 관계자는 “사업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양사 간 의견 차이가 있었다”며 “현재 매각은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마트가 간편결제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건 회사에 가져다주는 수익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쓱페이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매출(거래액) 이익률이 0.5~0.6%에 불과했다. 쓱닷컴(12.4~16.6%)이나 더블유컨셉코리아(16.0~16.4%), 이마트에브리데이(27.7%~28.3%),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에스씨케이컴퍼니(49.6~52.6%) 등 타 계열사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다.

신세계그룹에서 공존한 두 사업부의 시너지 효과도 미미했다. 예컨대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네이버페이는 네이버쇼핑으로 다른 사업부에 시그니처 사업을 창출함으로써 매출 상승효과를 일으켰다. 반면 쓱페이는 이마트라는 유통 공룡을 두고도 마땅한 부가사업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존재 가치마저 희미해졌다.

기업가치 9조원 토스? 시장선 “글쎄”

이번 매각 협상 결렬은 이마트으로서 아쉬운 결과로 남게 됐다. 이마트에 있어선 하루빨리 사업부를 처분하는 게 더 이익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는 469억원(연결기준)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후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도 강등이 잇따랐고, 상환·차환 등 자금조달 부담도 커졌다.

특히 올해 만기 도래하는 사채는 1조9,000억원(연결기준 1분기 포함) 규모로 지난해 말 기준 이마트가 보유한 현금성자산(1조7,712억원)을 웃돈다. 지난달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곧바로 이마트에브리데이 흡수합병까지 결정한 이마트에 이번 협상은 단비와도 같았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도 “간편결제 사업이 비효율 사업부로 분류되는 만큼 이마트는 아쉬운 결과를 받았다”며 “(매각이 성사됐다면) 이마트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매각 결렬이 온전히 토스의 선택만은 아닐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이마트 입장에서도 토스가 제시한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점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쓱페이와 스마일페이의 가치를 약 7,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이 중 약 10%는 현금, 나머지 90%는 토스 지분으로 지불할 예정이었다. 토스 주식의 가치는 지난해 토스가 2,300억원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기업가치(약 9조원)로 평가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쟁점은 토스의 기업가치다. 토스는 이른바 토스 코어라고 불리는 자체 매출을 올릴 경우 10조원 이상 몸값은 충분히 산정 가능하다고 자평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시가총액이 7조원이었는데, 토스는 이외 인터넷은행, 증권까지 함께 보유하고 있기에 카카오페이보다 가치가 더 높을 것이란 추론에서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페이 시가총액은 4.5조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를 고려해 다시 계산하면, 토스가 자평할 수 있는 가치는 6~7조원에서 그치게 된다.

더군다나 토스는 거듭 순손실을 이어가며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토스는 2020년 725억원, 2021년 1,796억원, 2022년 2,4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도 분기당 평균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616억원, 489억원으로 집계됐다. 자회사들의 성적 부진도 눈에 띈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토스의 자회사들은 ▲토스페이먼츠 –687억원, ▲토스증권 –326억원 ▲블리츠패스트 –406억원 ▲토스플레이스 –90억원 등 각각 연간 적자를 기록해 왔다. 토스가 말하는 기업가치 9조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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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도 손해, “IPO 전 몸집 불리기 실패한 격”

매각 협상 결렬이 현실화하면서 시장에선 토스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PO를 준비하는 토스 입장에서 쓱페이·스마일페이 인수는 저변 확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합하면 가입자 수는 총 2,500만 명을 웃돈다.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인수해 단번에 토스페이의 사용량을 늘렸다면 IPO 전 급격한 몸집 불리기에 용이했으리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외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에도 길이 막혔다. 대표적인 게 오프라인 간편결제다. 후발주자인 토스는 온라인은 물론 간편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의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쓱페이와 스마일페이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면 토스는 오프라인 결제 가능 매장을 이마트, 스타벅스, 신세계백화점 등으로 넓힐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으로부터 밀리는 토스에 있어 오프라인 저변 확장 가능성을 잃은 건 뼈아픈 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