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조직 분사·권고사직 추진, 실적 하락 장기화에 경영 쇄신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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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에 위기 맞은 엔씨소프트, 본격적으로 인력 감축 나선다
감축 방식은 '권고사직'으로 가닥, "주요 인력 대거 이탈 막겠단 취지"
TL 실패로 추락에 '가속력', "엔씨소프트만의 신동력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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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엔씨소프트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공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조직 일부를 분사하고 일부 인력을 감축하는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권고사직 프로그램도 이달 중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 직원 대상 조직개편안 방향성 공유

9일 업계에 따르면 박병무 엔씨소프트 대표는 직원 대상 리더 설명회에서 조직개편안 방향성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엔씨소프트는 유사 동종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원이 많고 본사 집중도가 상당히 높은데, 대다수 기능이 본사에 집중된 형태로는 효율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에 제약이 있다”며 “일부 조직의 기능을 연내 분사해 성장시켜 가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분사 대상 조직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선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플랫폼, 품질보증(QA) 등 지원조직이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권고사직 프로그램에 대해선 이달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지는 자세는 회사를 위기로부터 구하는 일이고, 더욱 강한 엔씨로 탈바꿈시켜 직원들과 주주들, 세상으로부터 신뢰와 기대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규모 조직 개편에 따라 기능상 축소가 있던 조직, 중복 기능으로 인해 통폐합된 조직, 기존에 진행된 구성원 평가 등을 기반으로 권고사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발표한 분사와 권고사직을 통해 본사 소속 인력을 4,000명대 중반까지 줄일 방침이다. 엔씨소프트의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5,023명으로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엔씨소프트가 부랴부랴 인원 감축에 나선 건 회사 대표 캐시카우인 ‘리니지’ 모바일 게임 시리즈의 지식재산권(IP) 수명이 다하고 있는 가운데 신작 출시가 지연되면서 수익이 수직하락했기 때문이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소위 ‘린저씨(리니지+아저씨)’들의 충성도가 떨어지고 있단 것도 엔씨소프트의 감축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

‘권고사직’ 선택한 엔씨소프트, 과거 트라우마 영향?

시장에선 엔씨소프트가 인력 감축 수단으로 ‘희망퇴직’이 아닌 ‘권고사직’을 택한 데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통상 기업들이 인력 감축을 할 땐 희망퇴직이 더 효과적이다. 퇴직 위로금 등 유도책을 통해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인력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엔씨소프트가 권고사직 방식을 택한 건, 과거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핵심 인력까지 유출됐던 트라우마가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12년 엔씨소프트가 인력 감축을 시행할 당시, 당초 엔씨소프트는 비개발직군 직원 2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개발직군 인원이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하면서 1,200명에 달하는 인력이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각각 비개발진이 400명, 개발진이 800명이었다. 이 여파로 엔씨소프트는 진행 중이던 개발 프로젝트에 큰 차질을 빚는 등 한 차례 홍역을 앓아야만 했다. 권고사직 방식을 취한 건 인력 감축 바람에 따른 핵심 개발자 이탈을 막고 프로젝트 연결성에 해가 없도록 하겠단 취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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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게임 쓰론앤리버티(TL)/사진=엔씨소프트

IP 노후화에 추락 가속화, 인력 감축 넘어선 노력 필요한 시점

한편 시장 일각에선 인력 감축을 시행한다 해도 본질적인 실적 반등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엔씨소프트의 추락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근거로는 매출 하락의 장기화를 들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가 발표한 최근 4분기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7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 당기순이익 2,13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75%, 51% 줄어든 수준이다.

엔씨소프트 실적 부진의 원인은 ‘리니지’ IP 활용 게임들의 노후화와 기대작이었던 신작 ‘쓰론앤리버티(TL)’의 흥행 실패 등이다. 특히 신작 TL 부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 매출도 TL 출시를 기점으로 줄었다. 게임별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 PC 게임 매출은 923억원으로 TL 출시에도 불구하고 전 분기 대비 0.9% 감소했다. 개발에만 7년을 들인 TL이 실패하면서 엔씨소프트의 ‘반등 기회’도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인력 감축을 넘어 신동력 찾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