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사막 출시 지연으로 답보하는 펄어비스, 증권가 전망 엇갈려
붉은사막 출시 미룬 펄어비스, 1분기 실적 '횡보'
8월 '게임스컴 2024'에서 시연 버전 선보일 예정
명확히 대비되는 증권가 의견, 실적 개선 가능할까
펄어비스의 실적이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올해 2월 출시 예정이었던 기대작 ‘붉은사막’의 출시일이 6개월 이상 미뤄지며 유의미한 실적 성장을 기록하지 못한 것이다. 펄어비스가 오는 8월 붉은사막의 시연 버전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펄어비스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신작 부재로 실적 ‘지지부진’
15일 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소폭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억원에서 6억원으로 45.5% 급감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28억원으로 36.2% 증가했다. 애초 지난해 말로 예정돼 있었던 신작 붉은사막의 출시가 연기된 가운데, 실적을 견인할 기대작이 부재한 결과다.
펄어비스의 핵심 IP(지식재산권)인 검은사막에서 발생한 1분기 매출은 6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브의 IP 관련 매출은 180억원으로 6.5% 증가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이 1분기에 플레이어 간 대결(PvP) 콘텐츠를 통해 유저들의 성장 니즈를 자극하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본연의 재미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이브는 온라인 기반의 1인칭 슈팅게임(FPS) ‘이브 뱅가드’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하며 핵심 이용자를 중심으로 리텐션(retention, 이용자 재방문 지표)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플랫폼별 매출 비중을 보면 △PC는 전년 동기 대비 5%p 감소한 69% △모바일은 6%p 증가한 26% △콘솔은 1%p 하락한 5% 수준이었다.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 매출 비중이 0.5%p 감소한 18%에 그친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은 5%p 증가한 82%까지 뛰어올랐다. 아시아 지역 비중은 29%로 7%p 확대됐고, 북미·유럽은 53%로 2%p 줄었다.
‘붉은사막’에 시장 기대 쏠려
한편 시장은 출시가 지연된 붉은사막의 개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지난 10일 진행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참석, 오는 8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게임스컴 2024’에서 붉은사막의 시연 버전을 선보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허 대표는 “붉은사막은 최적화와 완성도를 높여가며 순조롭게 마무리 작업 중”이라며 “개발 진척 과정은 내부 파트너 시현으로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내년 출시 예정인 붉은사막의 판매량을 300만 장으로 예측한다. 최근 국내에서 출시한 콘솔 게임들의 판매량이 대부분 200만 장을 밑돌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는 붉은사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일례로 신한투자증권은 13일 붉은사막 출시 이후 펄어비스의 실적 ‘퀀텀 점프’를 예상, 목표주가를 7만2,000원으로 올렸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붉은사막 출시로 실적 퀀텀점프가 예상되는 2025년 기준 주당순이익(EPS) 3,612원에 목표 주가수익비율(PER) 20배를 적용했다”며 목표 주가 상향의 근거를 제시했다. 이어 “특정 플랫폼과의 협업, 플랫폼별 출시 순서 등 (붉은사막의) 디테일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역대 한국산 PC·콘솔게임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며 “게임스컴을 통해 플레이 영상이 공개된 후 커뮤니티 반응에 따라 주가 변동성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 공백 무시 못해” 비관적 전망도
반면 증권가 일각에서는 붉은사막 출시 연기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붉은사막 유저 시연 행사 예고로 상황이 일부 진척된 것은 사실이나, 기존 시장 기대를 꺾고 발생한 장기간의 공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평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붉은사막 판매량 추정치는 300만 장을 유지한다”며 “출시 연기 리스크는 줄었으나, 출시 시점까지 최소 6개월 이상 남은 점을 감안해 투자 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목표주가는 기존 4만2,000원에서 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대신증권 역시 펄어비스가 2·4분기부터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6만1,000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2·4분기는 검은사막 PC의 ‘아침의 나라 서울’ 업데이트 등이 예정돼 있다”면서도 “인센티브에 따른 인건비 증가, 3·4분기부터는 내년 신작 붉은사막 관련 마케팅비 증가로 적자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신작 출시 지연으로 성장 동력이 마련되지 못한 가운데,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