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투자한 인도 유니콘 ‘바이주스’ 기업가치 99%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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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기업가치 가장 높은 유니콘 '바이주스'
기업가치 220억 달러에서 2,500만 달러로 급락
미래에셋, 200억원 투자했다가 휴지 조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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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주스 소개 동영상/사진=바이주스

미래에셋증권이 200억원을 투자한 인도의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바이주스(Byju’s)의 기업가치가 폭락했다. 바이주스는 지난 2022년 기업가치가 220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르면서 인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비상장 기업으로 등극했지만 1년 만에 기업가치가 99% 넘게 급락한 것이다. 회계 부정, 채무 급증, 대출 미상환, 정리 해고, 임금 체불 등 문제가 얽히면서 회사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IPO 지연되면서 채무 급증, 임금 체불 등 불거져

지난 2011년 설립된 바이주스는 팬데믹 기간 중 온라인 강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도 최대의 에듀테크 기업으로 부상했다. 2022년 10월까지 저커버그 재단, 세쿼이아 인디아, 블랙록, 블랙스톤, 카타르국부펀드, 텐센트, IFC 등 글로벌 투자기관으로부터 유치한 자금이 50억 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른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미래에셋캐피탈마켓)도 지난 2021년 9월 시리즈 F 펀딩에 참여해 13억8,000만 루피(약 214억 원)를 투자했다.

2022년 기준 바이주스의 기업가치는 220억 달러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후 기업공개(IPO)가 지연되면서 은행 대출 미상환, 임금 체불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 회계 장부 공개도 미루면서 회계감사를 진행했던 딜로이트가 지난해 6월에 사임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블랙록이 바이주스의 지분 가치를 95% 하향 조정하면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700억원) 미만으로 급락했다.

현재는 주요 기관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법정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9%의 지분을 보유한 네덜란드 프로수스가 주도해 주주총회에서 창업자인 바이주 라빈드란을 최고경영자직에서 몰아냈지만 라빈드란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깊어졌다. 2억 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을 놓고도 소송전이 이어졌다. 신주 발행을 가정한 바이주스의 기업가치는 2,500만 달러(약 341억원)로 2022년 최고 수준 대비 99.9% 하락한 수치다. 이 때문에 주요 주주들은 신주가 발행되면 자신들의 지분 가치가 제로가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래에셋, 인도 유일의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로 성장

바이주스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미래에셋그룹도 투자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바이주스에 대한 기업가치 조정으로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투자액의 82%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시장에 대한 미래에셋의 투자는 이미 20여 년 전 시작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06년 뭄바이에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08년 1호 펀드를 출시하며 인도 시장에 본격 진출해 15년 만에 인도 9위의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은 인도 내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다.

2019년 11월에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운용지주사 전환을 승인받아 펀드 운용과 자문뿐 아니라 비은행금융회사(NBFC), VC(벤처캐피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해 뭄바이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도법인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인도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오랜 시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인도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운용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인도 상품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에서 운용하고 있는 ‘미래에셋연금인디아업종대표’ 펀드의 설정액은 1,145억원으로 국내 인도 주식형 펀드 중 가장 큰 규모다. 해당 펀드는 최근 1년간 약 30% 수익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인도중소형포커스펀드,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ETF 등을 신규 출시했다. 또 인도 자산관리(WM) 시장의 빠른 성장에 발맞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지점을 설립하며 국내 운용사 최초로 중동에 진출했다. 두바이는 인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전체 인구 중 인도인의 비중이 35%에 달해 인도 현지 펀드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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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한 인도 10위 증권사 쉐어칸/사진=쉐어칸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12월 인도법인과 공동으로 현지 증권사 ‘쉐어칸’을 4,8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 인수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5년 내 인도 증권사 5위 진입을 목표로 대규모 증자를 추진하고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네이버와 함께 조성한 1조원 규모 펀드를 통해 인도 소셜미디어 셰어챗, 숏비디오 앱 트렐, 핀테크 앱 크레디트비 등에도 투자했고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인도 비상장 기업도 수십 개에 달한다.

전사적 노력에도 인도법인 영업손실 37억원

미래에셋그룹이 전사적으로 인도시장에 공을 들이면서 사업확장과 현지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는 미비하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지난 2022년 기준 영업손실 37억원을 기록하면서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투자자산의 평가손실 탓에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30% 가까이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현주 회장이 적극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지만,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 부동산에 대한 손상 부담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인도 10위 증권사인 쉐어칸의 인수는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인도에 진출해 이룬 값진 성과지만 국내 자본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호재로만 보기는 어렵다. 국내 대형 증권사가 돈을 벌기 위해 해외로 뻗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진출한 국가와 관련한 펀드 상품을 만들어 국내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국내 자본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도 쉐어칸을 현지 증권사 10위에서 5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내 투자시장에 인도 관련 금융 상품들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다.

홍콩 ELS 투자 부실 사태도 이런 증권업계의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발표 내용대로 미래에셋증권이 4,800억원을 투자했다면 아마도 국내에서 수조원대 펀드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거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러시아 장∙단기채권(GKO), 동남아시아 국채 투자, 베트남 펀드, 브라질 채권, 그리고 최근 홍콩 ELS 사태와 같은 ‘투자 쏠림’ 현상이 인도를 기반으로 한 금융 상품 투자에서도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례로 지난 2014년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2018년에는 브라질 헤알화 가치 급락 탓에 환 변동에 노출된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당시 브라질 국채 투자 규모는 8조원을 넘었다. 최근 들어 상황이 나아지긴 했으나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베트남 펀드도 과거 수익률 부진으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 10년 넘게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1990년대 중반 러시아 장∙단기채권도 채권 발행이 막히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이 투자금 대부분을 날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