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새판짜기 돌입한 네카오, 투자 여력 확보
네이버, 네이버제트 지분 매각하며 계열사서 제외
카카오도 종속회사 줄이기에 박차, 조직 효율화 차원
네카오 몸집 줄이기의 진짜 원인은 수익성에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계열사 정리를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할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네이버제트의 지분을 라인야후에 매각하면서 계열사에서 제외했다. 카카오도 국내 계열사를 지속 줄이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이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국내외 사업을 재조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네카오, 계열사 정리에 속도
2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기준 네이버의 연결대상 종속회사 수는 93개로 지난해 말 103개 대비 10개 감소했다. 지난 1분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관계사들이 연결대상 종속회사에서 이탈한 영향이 컸다.
구체적으로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는 지난 3월 네이버제트의 주식 약 3만559주를 라인야후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Z인터미디어트글로벌’과 라인야후 계열 한국법인인 ‘라인플러스’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스노우가 보유한 네이버제트의 지분은 67%에서 약 47%로 줄었고 네이버제트와 연관사들은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지분을 50% 이하로 갖고 있으면 계열사가 아닌 관계사로 바뀐다. 네이버는 2021년 라인야후를 설립한 이후 라인 관계회사를 연결대상 종속회사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 당시 133개에서 75개까지 줄었다. 계열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분을 재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도 계열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카카오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173개로 지난해 말 175개 대비 2개 줄었다. 캐릭터 브랜드 사업을 수행하는 ‘카카오 IX 차이나(KAKAO IX CHINA)’를 청산하면서 연결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프로듀싱·작곡가 매니지먼트 회사인 ‘모노트리’는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 산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편입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편입 효과가 반영돼 연결대상 종속회사 수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 기준 다시 연결대상 종속회사를 줄이는 모습이다. 카카오는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국내 계열사 수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5일 공정위가 발표한 카카오 국내 계열사 수는 총 128개로 전년 동기 147개사와 비교해 19개 감소했다.
조직 효율화 및 규제 리스크 대응 차원
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환경에 맞춰 몸집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조직을 효율화하는 흐름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플랫폼 규제 리스크로 인해 계열사를 확대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영향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장애가 발생한 이후 사회적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네이버도 코로나 팬데믹 시기 플랫폼이 중소상공인한테 과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며 “(두 플랫폼이) 확장적인 전략을 적극적으로 펴기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플랫폼 모두 주력 사업으로 천명한 AI에 집중하기 위한 몸집줄이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카카오는 AI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AI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초거대 AI 기반 언어 모델과 이미지 생성 모델 등을 영업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초거대 AI 언어 모델 ‘Ko-GPT’를 비롯해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 모델 ‘칼로(Karlo)’, 다양한 경량화 언어 모델 등을 보유한 카카오브레인의 기술 역량과 카카오가 보유한 서비스 강점을 결합해 속도감 있게 AI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AI 기술의 일상화·대중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네이버도 올해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된 조직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핵심 사업의 상품·플랫폼 등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더욱 가속할 방침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초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 후 세부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며 다양한 분야 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AI 서비스 사업을 확장 중이다.
실상은 수익 악화에 의한 구조조정?
다만 업계에서는 수익 악화에 의한 구조조정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외형은 키웠지만 성장세는 다소 둔화하며 수익성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9조6,706억원, 영업이익은 1조4,888억원이며, 카카오는 8조원이 넘는 매출을 냈고 영업이익은 5,019억원이었다.
매출 규모만 보면 양사 모두 가파른 성장세지만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고민 요소가 드러난다. 먼저 기업 성장성을 볼 수 있는 매출액 증가율의 경우 양사 모두 둔화세를 보였다. 네이버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줄곧 20%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10%대로 떨어졌다. 2021년 28.5%에서 2022년 20.6%, 지난해 다시 17.6%로 줄었다.
통상적 기준으로 볼 때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매출액 증가율이 둔화하면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간과하기 어렵다. 실제로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20년을 끝으로 20%대가 무너졌고 2021년 19.4%, 2022년 15.9%, 2023년 15.4%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성장성·수익성 모두 악화되는 흐름이 뚜렷하게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매출 증가율은 2021년 48%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16%로 급감했고, 지난해는 14%에 그쳤다. 매출 증가율과 함께 성장성을 나타내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 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카카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2021년 31%를 기록한 이후 2022년에는 -2.7%, 지난해에는 -13.5%로 악화됐다. 영업이익률 또한 하락세다. 2021년 한 자릿수대(9.7%)로 떨어졌고 2022년 8.2%, 지난해 6.2%로 감소했다.
양사는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9조원을 넘어서면서 영업비용도 8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연간 영업비용은 8조1,818억원으로 2020년(4조888억원)과 비교하면 약 2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카카오 영업비용도 약 2배 증가해 7조원 문턱에 다다랐다. 2020년 3조7,007억원에 불과했던 영업비용은 지난해 6조9,110억원(SM 편입효과 제외)으로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