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쉬 초저가 공세에 밀린 동대문패션타운, ‘한 집 건너 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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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성지' 동대문 일대, 공실로 몸살
벼랑 끝 몰린 맥스타일, 10곳 중 9곳 텅 비어
'알·테·쉬' 진격에 도매 플랫폼도 줄줄이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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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패션의 성지’로 불리던 동대문 일대가 죽어가고 있다. 부품, 원단, 도매, 소매 모든 부문에서 예전 같은 활기는 사라진지 오래고, 주변 건물 대부분 공실률이 절반을 넘는다. 시장을 지탱하던 중국인 관광객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코로나19로 발길을 뚝 끊으면서 하염없이 추락한 동대문은 최근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플랫폼의 ‘초저가 경쟁’ 가속화에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동대문패션타운, 공실률 급증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이곳 도소매 상가건물 32곳 중 14곳의 공실률이 두 자릿수다. 소매상가인 맥스타일은 공실률이 무려 86%에 이른다. 점포 10곳 중 9곳 가까이 비어 있는 셈이다. 디자이너클럽(77%)과 굿모닝시티(70%)에서도 절반 이상의 점포가 문을 닫았고, 혜양엘리시움(44%), 헬로에이피엠(37%) 등의 공실률도 늘고 있다.

동대문 패션타운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방문객이 줄자 소매시장이 먼저 타격을 입었다. 2016년 사드 사태,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인을 비롯한 관광객 유입이 사실상 끊겼다.

엔데믹 이후에도 회복은 요원하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동대문을 찾는 관광객 자체가 줄고 있다. 밀리오레 2층에서 여성복·아동복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하루 방문객 중 국내 손님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해외 관광객들도 예전보다 줄었고, 이들 대부분이 예전처럼 의류 대량구매를 하기보다는 순수 관광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했다.

C커머스로 발길 돌린 소비자들

여기에 더해 최근 이용자가 폭증한 알테쉬 등 C커머스가 새로운 위협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초저가 의류를 판매하면서 동대문 패션타운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동대문에서 유통되는 옷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으로 대체된 데다 알리와 테무에서 비슷한 옷을 싸게 주문할 수 있는데 누가 동대문을 찾아오겠냐”고 토로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동대문 도매시장의 경우 지금까지는 디자인 기획력과 품질에서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업체의 염가 공세를 막아냈지만, 중국의 의류 산업 수준이 점점 높아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지금은 중국산과 품질 차이가 있지만, 격차가 더 좁혀지면 도매시장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상인들은 동대문 도매시장을 찾던 외국인 바이어 수가 최근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광저우·항저우 도매시장에서 파는 옷의 품질이 좋아져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바이어들까지 동대문으로 향하던 발길을 끊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도매상의 주요 고객이었던 국내 소매상도 중국 도매상과 C커머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에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던 플랫폼이 하나둘 폐업하면서 위기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설립된 도매 플랫폼 ‘링크샵스’는 올 초 문을 닫았다.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처음으로 사입 중개 서비스를 시작해 한때 벤처캐피털에서 2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받았지만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결국 폐업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도매 플랫폼인 ‘골라라’가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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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

알테쉬 공세에 ‘쿠팡’ 입지도 위태

C커머스발 쓰나미로 인해 시름을 앓는 건 동대문만이 아니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도 C커머스 플랫폼의 공세에 힘겨운 상황이다. 2018년 한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인기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플랫폼 마케팅을 본격화하며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10월 한국상품 전문관인 케이베뉴(K-베뉴)를 개설해 한국 셀러를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상품 영역도 가공·신선식품으로 확대했다. 1년 새 한국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물류센터 설립 등을 포함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471억원) 규모의 한국 투자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나면서 쿠팡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쿠팡은 연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흑자 6천억원을 달성하며 창립 13년 만에 ‘유통 제왕’으로 공인받았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중국산 초저가 상품을 내세워 한국 시장을 파고들면서 더는 과거와 같은 성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와이즈앱 기준 1년 새 증가한 쿠팡 앱 이용자 수는 57만 명으로 알리익스프레스(463만 명)와 테무(581만 명)에 한참 못 미친다. 기존 토종 업체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던 와중에 중국 업체들이 가세하며 글로벌 이커머스 격전지로 변모한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