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허위 정보, 팩트체크 넘어 인간 본성 이해해야
현행 허위 정보 대책은 인간을 지나치게 이성적인 존재로 가정해
허위 정보 확산은 정보 부족이 아닌, 인간의 직감·소속감·적대감 등 본성과 관련 깊어
인간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융합해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저희 글로벌AI협회 연구소(GIAI R&D)에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둘러보다 보면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글도 있지만, 때로는 화가 나는 글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본인도 모르게 그 글을 공유하고 생각을 덧붙이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의도치 않게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사람들은 정보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존의 허위 정보 대책들은 사람들이 항상 이성적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사람들은 직감, 소속감, 심지어 적대감에 따라 움직인다. 허위 정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감정적이고 편파적이며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는 인간의 실제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 본성에 대한 재고, 허위 정보 확산 방지의 시작
기존의 허위 정보 대책 모델은 인간을 지나치게 이성적인 존재로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정보를 믿는 이유를 단순히 정보가 부족해서 생기는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결과 팩트체크가 중요한 해결책으로 떠올랐고, 관련 기관들도 많이 생겨났다. 실제로 60개국에서 200개의 팩트체크 이니셔티브가 확산됐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람들이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이성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과거 계몽주의 시대의 핵심 가치였던 객관적인 진실, 사회적 발전, 보편적인 가치는 그 힘을 잃었다. 사람들은 이제 자기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가짜 뉴스가 넘쳐나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이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에 회의적인 건 분명하다.
또한 지금까지의 접근 방식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착하고 윤리적이라고 가정한다. 항상 남을 배려하고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며, 온라인에서도 예의 바르게 행동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가짜 뉴스는 나쁜 사람들이 착한 사람들을 속이려고 쓰는 악의적인 기술이라고 여겨졌고, 착한 사람들은 실수를 깨달으면 행동을 바로잡고 건설적인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믿음과 달리, 허위 정보 확산은 악의적인 소수가 아닌 평범한 다수에 의해 이루어졌다. 줌 테러, 악플, 가짜 뉴스 유포 등 인간은 호기심, 사회적 지위 추구와 같은 다양한 이유로 장난스럽고, 때로는 적대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간의 복잡한 면을 간과한 채, 가짜 뉴스를 찾아내는 데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대책은 문제 해결에 한계를 들어냈다.
감정과 집단 정체성이 지배하는 정보 판단
더욱이 사람은 생각보다 감정적인 동물이다. 특히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머리보다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즉 감정이나 습관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연구에서도 감정이 이성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온라인 환경은 이러한 감정을 더욱 증폭시키고, 이성적인 사고보다는 감정과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이와 함께 사람은 무리 짓기를 좋아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는 우호적이지만, 외부 집단은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성향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주는데,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각을 더 믿게 된다. 즉 집단 소속감이 정확한 판단보다 우선시되어, 진실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본성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정보는 객관적인 개인이 아닌, 특정 가치관과 배경을 가진 사람에 의해 평가되기 때문이다. 같은 정보라도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사회적 소속에 따라 ‘진짜 뉴스’ 또는 ‘가짜 뉴스’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허위 정보가 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믿게 만드는지 이해하려면, 논리적인 판단보다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사람들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모두가 악의적인 차별을 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은 차이에 민감하고 은연중에 편견을 가진다. 이러한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 때문에 더욱 심각해졌다. 예를 들어 ‘정체성 정치’는 미디어를 통해 외부 집단을 배척하거나 비인간화하는 서사를 만들어 내부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불행히도 인간의 감정적, 파벌적, 차별적 성향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정보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현실적인 인간상 중심의 허위 정보 연구, 다양한 학문 분야의 협력 강조
허위 정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간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사상가나 악의적인 정보에 속는 수동적인 대중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 집단 정체성, 심지어 타인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주체로서 정보에 반응하는 인간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허위 정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을 안 맞는다거나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건 단순히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안에는 더 깊고 복잡한 사회적 감정들이 얽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생각보다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비로소 겸손한 자세로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허위 정보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고 가짜 뉴스가 왜 특정 집단에 더 매력적인지, 여러 분야의 지식을 동원해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거짓 정보 문제에 접근하면, 허위 정보가 퍼지는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