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전 속도 내는 초록뱀미디어, 경영진 리스크 ‘꼬리 자르기’ 본격화
초록뱀미디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큐캐피탈파트너스 선정
"원영식 전 회장 잘라낸다" 상장폐지 위기 해소 위한 전략
캡티브 채널 '위라이크' 인수하며 외형 성장 지속
초록뱀미디어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며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영진의 배임·주가 조작 논란으로 인해 거래 정지 이후 개선 기간이 부여된 가운데, 상장폐지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지배 구조 개편에 착수한 것이다.
초록뱀미디어의 ‘매각 러시’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의 매각 주관사 삼일PwC는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측 기업가치는 순자산 포함 시 3,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며,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씨티프라퍼티가 보유한 초록뱀미디어 지분 39.33%다. 업계에서는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약 1,500억~2,000억원 선에서 매각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초록뱀미디어 측은 지난 4월 재무적투자자(FI) 4곳, 동종업계의 전략적투자자(SI) 3곳 등 총 7곳의 원매자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바 있다. 이후 최근 실시된 본입찰에서는 예비 입찰에 참여한 대부분의 원매자가 구속력 있는 인수제안서(바인딩 오퍼, binding offer)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배우 이정재씨가 최대주주인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측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본입찰에는 불참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초록뱀미디어가 자사 지분 매각을 넘어 산하 기업의 매각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록뱀미디어 측은 지난 2월 공시를 통해 산하 의약품·의료기기 유통업체인 에스메디의 주식 4,615만4,281주(보통주 3,504만3,169주·전환우선주 1,111만1,112주) 지분 전량과 경영권을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5월 진행된 본입찰은 선정된 예비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 중 SI 4~5곳이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배구조 개편해 상장폐지 리스크 해소
이에 업계에서는 초록뱀미디어가 대규모 지분 매각을 통한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평이 제기된다. 이번 지분 매각이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을 밀어내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시각이다. 앞서 원 전 회장은 2021년 9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녀 소유 법인에 초록뱀미디어 전환사채(CB)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무상으로 부여해 회사에 약 15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주가 상승을 통해 24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해 6월 말 구속됐다.
초록뱀미디어는 원 전 회장의 배임·주가조작 논란으로 인해 지난해 11월부터 거래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올해 1월 초록뱀미디어 측에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기업은 개선기간 종료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15일 이내에 개선 계획 이행 내역서와 이행 결과에 대한 전문가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상장 유지 여부는 서류 제출일로부터 20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거쳐 결정된다.
초록뱀미디어는 지분 매각으로 지배 구조를 개선, 상장폐지실질심사 의결 사유를 해소하는 전략을 택했다. 기존 초록뱀미디어는 ‘원영식 전 회장 일가 → 오션인더블유 → 씨티프라퍼티 → 초록뱀미디어’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씨티프라퍼티가 보유한 초록뱀미디어 지분 전량(39.3%)이 매각되면 원 전 회장의 영향력이 사실상 소실된다는 의미다. 증권가는 초록뱀미디어가 내년 1월까지 매각을 완수할 경우, 거래소 심사를 거쳐 거래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꾸준한 외형 성장
한편 초록뱀미디어는 경영진 리스크 해소에 주력하는 동시에 외형 성장을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드라마·버라이어티 전문 채널인 위라이크(WeLike)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9년 개국한 위라이크는 유럽, 아시아 콘텐츠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방영도 시작했다. 초록뱀미디어는 추후 위라이크 채널을 활용해 재무적·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위라이크 채널의 주요 오리지널 콘텐츠로는 △요리 예능 프로그램 ‘편의점 털기’ △여행 예능 프로그램 ‘신현준의 호캉스’ △힐링 기행 프로그램 ‘마을을 걷다’ 시리즈 등이 있다. 초록뱀미디어 측은 “약 2년간의 케이스타 채널 운영 기간을 통해 방송채널사용업(PP)에 대한 노하우와 향후 사업 향방을 결정할 수 있었다”며 “위라이크 채널의 장르 특성과 여러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점 등이 케이스타 대비 유리한 강점이 있어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은 “총 2개의 캡티브 채널을 확보하면서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자체 콘텐츠 생태계 확장 전략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며 “다양한 초록뱀미디어의 웰메이드 콘텐츠 기반하에 위라이크 채널을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공급자(PP)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