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사업화 시기 늦춘 LG전자, 협력사 메타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
사업화 욕심 내려놓은 LG전자, 메타와의 XR 협력도 종료
성장세 부진한 XR 시장, 메타 450억 달러 적자 떠안아
"가능성은 있다" 뇌신경 자극 등 신기술 투자 이어가는 메타
LG전자가 애초 2025년으로 예정돼 있던 확장현실(XR) 사업화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현시점 글로벌 XR 시장이 사실상 ‘정체 상태’라는 점을 고려, 시장 진출 시기를 대폭 미룬 것이다. 반면 LG전자의 XR 부문 협력사인 메타는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 XR 시동 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메타와 XR 사업 협력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조주완 LG전자 CEO 등이 만나 차세대 XR 디바이스 협업 방향을 논의한 지 4개월 만이다. 아울러 올해 초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 본부에 신설했던 XR사업 담당 소속 인력도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여타 사업 본부에 재배치할 예정이다.
LG전자가 XR 사업화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은 배경에는 부진한 시장 성장세가 있었다. 현시점 XR 시장은 킬러 콘텐츠 부재, 높은 가격 대비 부족한 활용도 등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혀 있다. 사실상 소비자 수요를 끌어모을 만한 ‘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XR 헤드셋 시장의 2023년 연간 출하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성급한 XR 사업화는 오히려 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력 재배치까지 감행한 이상, 한동안은 사업화가 아닌 관련 기술력 제고에 시간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 LG전자는 XR 사업의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메타와의 XR 관련 협업도 시장 환경 변화나 성숙도를 예의주시하며 검토한다.
선두 주자 메타도 ‘적자’
LG전자가 사실상 XR 시장에서 고개를 돌린 가운데, 시장은 LG전자의 협력사이자 XR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메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 2021년 회사의 핵심 비전을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가상현실(VR) 사업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메타 대표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릴 때까지 10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지속할 것을 천명했다.
문제는 메타의 VR 분야 연구 조직 ‘리얼리티 랩(Reality Labs)’이 2020년 별도 사업부로 분리된 이래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리 첫해인 2020년, 리얼리티랩은 66억 달러(약 9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영업적자는 △2021년 102억 달러(약 14조원) △2022년 137억 달러(약 19조원) △2023년 161억 달러(약 22조원)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리얼리티 랩의 실적 약세는 올해 1분기까지도 이어졌다. 1분기 리얼리티랩이 기록한 영업손실은 38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4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부진한 수치다. 이에 따라 2020년 이후 리얼리티랩에서 발생한 누적 손실은 450억 달러까지 불어나게 됐다.
XR 투자 강화하는 메타
대규모 적자에도 불구, 메타 측은 XR 관련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뇌신경 자극과 연동된 ‘소비자용 신경 인터페이스(Consumer Neural Inerface)’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저커버그 메타 대표는 최근 엘루나ai, 더 메타버스(Metav3rse) 등 스타트업의 대표를 맡고 있는 로베르토 닉슨(Roberto Nickson)의 유튜브 팟캐스트에 출연해 “우리가 곧 선보일 ‘소비자 신경 인터페이스’ 신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의 ‘신경 인터페이스’는 손목에 부착해 뇌에서 손으로 가는 신경 신호를 읽고, 이를 하드웨어 조작에 활용하는 유형의 웨어러블 기기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뇌신경 관련 기기인 뉴럴링크의 ‘뇌 이식형 칩’은 뇌에 직접 기기를 심어 넣는 방식”이라며 “메타는 뉴럴링크와 다른 방향성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리얼리티 랩은 최소 2021년 3월부터 신경 신호 해석 기술을 연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커버그 대표는 “내부적으로 테스트해 본 신경 인터페이스는 정말 멋지고, 흥미로웠다”며 “헤드셋이나 AR 안경의 다음 세대 기기로, 기존의 VR 생태계와 컴퓨팅 등과 결합돼 거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