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생성형 AI 저작권 규범 정립 위해 머리 맞댄다
정부, 7월 중국서 판권관리국과 저작권 양자교류 예정
9월에는 일본 문화청과 한국서 AI 저작권 양자교류도
中 법원, AI로 만든 콘텐츠도 저작권 보호받을 수 있다 판결
미국은 AI로 만든 이미지 등, 번번이 저작권 등록 기각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 과제로 저작권이 떠오르는 가운데 한국·중국·일본이 AI 저작권 규범 정립에 머리를 맞댄다. 우리 정부는 올 하반기 중국·일본과 저작권 양자교류를 진행, AI 저작권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 중국·일본과 양자교류 예정 ‘AI 저작권’ 논의
24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달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중앙선전부 판권관리국과 저작권 양자교류를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9월 일본 문화청과 한국에서 양자교류도 예정됐다. 모두 AI 저작권이 핵심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해 AI 저작권 정책 동향을 공유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AI 저작권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저작권 전문가 협력을 공고히 하고 나아가 범아시아 저작권 협력방안을 모색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2007년 출범한 이래 매년 순차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도 AI 저작권이 의제로 올라갈 전망이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그동안 지속해서 한·중·일 3국 공통 문화 관련 의제를 발굴하고 상호 협력 기본 원칙과 실천 의지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해 왔다.
아울러 한·중·일은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협력 중요성을 공감하면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장관 회의를 가동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달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3국은 “AI가 인류 일상생활에 초래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신속히 대응해야 할 필요성과 상호소통 중요성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중국 “AI 생성 이미지도 저작권 인정”, 미국과 상반
최근 각국이 AI 저작권 규범을 다루는 방식과 접근법이 다른 상황에서 중국, 미국 등 주요 국가는 AI 관련 저작권 논의를 한발 빠르게 시작했다. AI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저작권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다만 양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는 모습이다. 먼저 중국 법원은 AI로 생성한 콘텐츠도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결국 자국의 생성 AI 기업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리우라는 블로거는 콘텐츠 공유 플랫폼에서 무단으로 이미지를 가져와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여성 이미지를 생성, 소유자로부터 고소당했다. 이에 대해 중국 법원은 피고가 다양한 프롬프트 텍스트를 입력하고 설정을 조정하는 등 “어느 정도 지적 투자를 했다”며 “이미지의 독창성을 위해 개인적인 미적 선택과 판단을 반영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 “창작을 장려하는 것이 저작권 시스템의 본질적인 목적”이라며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인간의 본래 지적 투자를 반영하는 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 간주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같은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 12월까지도 생성 AI 저작물 등록에 엄격한 모습을 보이며 거절한 사례가 존재한다. 앤킷 사니라는 사용자는 맞춤형 소프트웨어 ‘RAGHAV’로 만든 2차원 컴퓨터 생성 이미지에 대해 4번이나 저작권 등록을 기각당했다. 또 크리스 카슈타노바가 미드저니를 사용해 만든 만화 ‘새벽의 자리아’에 대한 저작권 취소도 유명한 사례다. 미국 저작권청(USCO)은 지난해 3월 ‘생성 AI 저작물은 보호받을 수 없으며 공개 도메인에 속한다’라는 방침을 정했고, 이후 법원의 판결도 이를 반영했다.
일본 ’26조원’ 애니 시장 저작권 보호 위기
일본은 저작권법을 개정해 저작권자 승낙을 얻지 못하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범위를 포괄적으로 확장했다. 일본 저작권법 30조 4는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 또는 감정의 이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저작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경우에 필요한 한도에서 저작물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저작물 사용 범위를 정보해석용으로 포괄적으로 명기해 자신을 위해 제공하는 경우만 아니라 AI 데이터를 생성하는 타인을 위해서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는 ‘소프트파워’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이 생성형 AI 시대에서 저작권 위협으로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여러 생성형 AI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서 9만 장 규모의 이미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일본 원작 애니메이션과 유사한 이미지를 2,500장 추출했다고 전했다. 해당 이미지들을 상세하게 분석한 결과 저작권 침해가 의심되는 이미지는 고전부터 최근 작품까지 다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까지 지적재산권(IP) 누적 수입이 921억 달러(약 126조원)로 세계 최고인 ‘포켓몬’ 중 인기 캐릭터인 피카츄와 유사한 이미지는 1,200개가 발견됐다. AI가 만든 이미지에선 피카츄의 얼굴은 같지만, 몸체가 다른 형태로 표현됐다. 일부 이미지에선 흉기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도 담겼다. 또 닌텐도의 인기 게임 ‘슈퍼 마리오’의 주인공 마리오와 유사한 이미지는 470개가 발견됐다. 특유의 점프 포즈를 재현한 이미지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낸 듯한 사람의 이미지도 있었다.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미국의 인기 작품 ‘배트맨’과 ‘스파이더맨’의 캐릭터를 합성한 이미지도 다수 발견됐다. 얼굴만 루피고, 몸과 옷은 다른 캐릭터와 합성된 식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위기는 이미지뿐 아니라 고성능 비디오 생성 AI 프로그램 개발과도 맞물린다. 고품질 비디오는 콘텐츠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혁신이지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더욱 높일 위험이 크다. 이와 관련해 하시모토 다이야 디지털 할리우드대 교수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 누구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고, 수천만 명의 새로운 유형의 크리에이터가 등장할 것”이라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AI를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이미지를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