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방산’ 루마니아로 영토 확장, ‘4대 방산 강국’ 목표로 순항 중
한화에어로, 루마니아에 1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
러·우크라 전쟁 이후 NATO 중심으로 K 방산 수출 확대
수출 수주액 2년 연속 100억 달러 돌파 등 존재감 커져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가 주력 제품인 K9 자주포를 루마니아에 수출한다. K9은 2022년과 2023년 총 6조원 규모로 폴란드에 판매된 데 이어 두 번째로 동유럽 국가와의 대형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K9의 사업 영토가 루마니아까지 확장되면서 현재 K9 자주포를 운용하는 국가는 총 10개국으로 늘어났다. 명실상부 글로벌 표준 무기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최근 루마니아 무기 사업 중 최대 규모, 계약금만 1조원 넘어
19일 국방부는 루마니아 국방부가 추진하는 자주포 도입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에어로가 최종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국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현재 루마니아를 방문하고 있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젤 틀버르 루마니아 국방부 장관 간 최종 협상을 통해 K9 자주포 도입을 결정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 4월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이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위산업 등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계약 물량은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 운반 장갑차 36대로 루마니아의 최근 7년간 무기 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다. 계약금은 총 9억2,000만 달러(약 1조2,700억원)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루마니아는 지난해부터 견인포 중심의 구식 무기 체계 전환을 목표로 군 현대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러시아의 위협이 현실화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이번 계약으로 K9 자주포 운영국은 루마니아를 포함해 총 10개국이 됐다. 이제까지 한국을 비롯해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폴란드, 호주, 인도, 튀르키예, 이집트 등 9개국이 K9 자주포를 도입했다. 특히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가 차세대 자주포로 K9을 적극 배치하고 있다. 루마니아가 K9 자주포로 결정한 배경에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K9 자주포의 수출시장 점유율은 52%에 이른다.
한화에어로, 지난해 방산 수출 호조로 역대 최고 실적
K-방산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한화에어로는 최근 유럽의 NATO 소속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국에 NATO 표준 규격 포탄용 모듈화 장약을 처음 수출한 데 이어 현재는 K-21 보병전투장갑차로 라트비아 육군의 장갑차 교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라트비아는 2028년까지 노후화한 영국산 구형 궤도형 장갑차 ‘CVR-T’를 대체할 장갑차를 찾고 있는데 도입 규모는 약 100대로 사업 규모만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21 장갑차의 강점으로는 우수한 화력과 주행 역량이 꼽힌다. K-21에 장착된 40㎜ 기관포에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을 탑재하면 1㎞ 이상의 거리에서도 100~130㎜ 두께의 철판을 관통할 수 있다. 또 750마력 엔진을 장착해 평지에서는 최대 시속 70㎞, 험지는 시속 40㎞로 주행할 수 있다. 수륙 양용 기능도 있어 차체 양옆의 부력낭과 전면의 파도막이판을 활용해 강물에서도 시속 6㎞로 전진할 수 있다.
올해 4월에는 본격적인 현지 활동을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에 유럽법인(HAEU) 공식 사무소를 개소했다. 이와 함께 조만간 바르샤바 인근에 K9 부품 공급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아울러 한화에어로는 공식 사무소 오픈을 계기로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정부·군·방산 업체 등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4’에 참가해 다연장 무기체계 ‘천무’를 유럽 시장에 최초 공개하는 등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방위적인 사업 영토 확장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한화에어로의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1% 7,049억원으로 증권가 실적 전망을 웃돌았다. 매출은 32.7% 증가한 9조3,697억원, 순이익은 576.9% 증가한 9,9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방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4조1,338억원, 영업이익은 172% 증가한 5,727억원을 달성했다. K-9 자주포와 천무 등 지상 무기체계뿐 아니라 모듈화 장약(MCS)을 영국 BAE시스템즈에 공급하는 등 수출 포트폴리오가 확대되면서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영토 키우는 K 방산, 유럽·중동 등 12개국서 ‘수출 잭팟’
한화에어로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방산업체들도 신무기 개발과 수출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경공격기 FA-50을 앞세워 세계 방산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KAI는 말레이시아 국방부와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FA-50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에 이어 말레이시아 수출에 성공하면서 동남아시아의 수출 영토를 넓혔다. 올해는 국산 헬기 ‘수리온’의 첫 수출을 목표로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두바이 에어쇼를 통해 수리온을 선보이며 중동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연내 폴란드 수출 잔여 물량인 K2전차 820대에 대한 추가 수출에 나선다. 지난 17일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최신 주행보조시스템 기술을 접목해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다목적 군용 장비 ‘4세대 HR-셰르파(SHERPA)’의 시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영국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LIG넥스원도 20일 열린 ‘한-영 함정 분야 방산 협력 세미나’를 통해 수중자율기뢰탐색체(AUV)를 선보였다. ‘AUV’는 바닷속에 설치된 기뢰를 수중 자율주행, 장애물 회피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자율 탐색하는 수중 무인 로봇 체계다.
국내 방산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면서 방산 수출 수주액은 2년 연속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2022년 폴란드와 124억 달러(약 16조8,000억원)의 초대형 무기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특히 세계적인 군비 증강 추세가 국내 방산업계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출 대상 무기와 수출처가 다양해지면서 판로가 확대됐다. 2022년 수출 대상국은 폴란드 등 4개국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으로 늘어났다. 수출 무기체계도 같은 기간 6개에서 12개로 두 배 확대됐다.
올해도 굵직한 수주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제시한 ‘4대 방산 강국’이란 목표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SIPRI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방산 수출 시장에서는 미국이 40%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러시아 16%, 프랑스 11%가 쫓으며 미국과 함께 상위 3위권을 형성한다. 이어 중국 5.2%, 독일 4.2%, 이탈리아 3.8%, 영국 3.2%, 스페인 2.6%, 한국 2.4%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4∼9위 간의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