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리밸런싱’ 본격화 되나,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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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계열사 수 줄이는 ‘리밸런싱 작업’ 진행 
부진한 배터리 사업 재무구조 개선부터 착수
100조원대 합병설에 SK이노베이션 주가 급등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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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사옥 전경/사진=SK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을 추진한다.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방만한 투자로 인한 사업 비효율과 재무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다. 두 회사가 합병에 성공할 경우 자산총액 106조원에 달하는 정유·석유화학·윤활유·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는 한화그룹에 이어 재계 순위 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SK이노·E&S 합병 검토 중, SK 재편 시동

2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그룹 경영진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에서 두 회사의 합병 계획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이어 두 회사는 다음 달 중순 각각 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소집해 합병을 결의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조회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향후 관련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합병 결정은 배터리 사업을 추진 중인 SK이노베이션의 자금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가 36.22%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특수관계인과 자사주, 우리사주 지분까지 합하면 38% 안팎이다. SK E&S의 경우 SK㈜ 지분율이 90%다. 지배 구조상 경영전략회의만 통과되면 합병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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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NCM9 배터리/사진=SK온

SK온 부진에 시름 앓는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현금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는 이를 이번 합병의 핵심 배경으로 꼽는다. SK온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1년 3,137억원에서 2022년 1조727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5,818억원 손실을 봤다. 흑자 전환 시기가 미뤄지면서 SK온의 지난해 말 결손금 규모만 2조원이 넘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벌어지며 실적 회복이 늦어지자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해졌다. 최근 3년간 쏟아부은 투자비만 20조원에 달하며, 올해 설비 투자금만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SK온은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기업가치를 높게 받기 위해서는 자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은 SK이노베이션이 자금 마련 ‘뒷배’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지난 3월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투기 등급으로 분류되는 BB+(안정적)로 떨어뜨렸다. 결국 SK는 알짜 회사인 SK E&S를 합병시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SK E&S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317억원이다.

합병 추진설 돌자 SK이노베이션 주가 급등

한편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20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SK이노베이션우는 전 거래일 대비 29.96% 상승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전 거래일보다 16.81% 상승한 12만2,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SK그룹은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한 다음, SK온에 SK E&S의 자회사인 나래에너지서비스 등 발전회사와 LNG 중개·판매업체인 프리즘에너지 등도 합병할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SK온이 혼자서도 흑자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 IPO까지 노린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는 또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분별한 중복투자·사업으로 비효율이 발생하는 만큼, 과감한 통폐합을 진행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 등 핵심 분야 투자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