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러다 동남아까지 뺏기나” 탈네이버 움직임 본격화하는 라인야후
"이사회 개편하고, 시스템 분리하고" 라인야후의 네이버 밀어내기
사업 분할 가능성 일축한 라인야후, 라인 동남아 사업 위태
열심히 키워도 일본에 뺏긴다? 韓 산업계 공포 확산
라인야후가 탈(脫)네이버 움직임을 공식화했다.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 종료, 이사회 개편 등을 통해 본격적인 ‘관계 정리’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라인야후 내에서 배제된 네이버가 차후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경쟁력 전반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라인야후의 ‘네이버 잘라내기’
18일 라인야후는 도쿄 신주쿠에서 정기 주총을 개최, 네이버에 위탁한 서비스 개발·운용 업무를 종료·축소해 나갈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라인야후는 네이버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종업원용 시스템과 인증 기반 분리를 올해 안으로 완료하고, 오는 2026년 중으로 예정된 자회사의 네이버 시스템 분리를 한층 앞당기겠다”며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도 거의 모든 일본용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라인야후는 이날 주총에서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구조로 이사회를 개편했다. 이에 따라 라인야후 내 유일한 네이버 측 인사였던 신중호 CPO(최고상품책임자)가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소프트뱅크 입장을 대변하는 일본인 인사들이 빈자리를 채우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 개편이 사실상 라인야후의 경영 독립성을 강화하고, 네이버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날 라인야후는 주총에서 언급할 것으로 예상됐던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라인야후는 사전질의 답변서를 통해 “(네이버와 자본관계 재검토와 관련해) 정해진 바는 없다”라면서도 “모회사 등에 검토를 요청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남아시아 사업 어쩌나
업계에서는 라인야후 측의 이 같은 관계 정리 움직임이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력 전반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지금까지 네이버는 라인을 발판 삼아 비영어권 시장 영향력을 확보해 왔다. 현시점 라인 메신저의 전 세계 이용자는 약 2억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대만(2,200만 명), 태국(5,500만 명), 인도네시아(600만 명) 등 동남아시아 지역 사용자는 1억 명에 육박한다.
라인야후의 동남아시아 지역 사업은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가 도맡아 왔다. 라인플러스는 라인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2013년 한국에서 설립된 법인으로, 현재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라인플러스의 동남아 사업을 총괄하던 이은정 대표가 이끌고 있다. 사내 이사진도 이은정 대표를 비롯해 신중호 LY주식회사 CPO, 황인준 라인파이낸셜 대표 등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직원 역시 대부분 한국인이다.
문제는 네이버가 라인야후 내 영향력을 상실할 경우, 라인플러스 및 라인플러스 산하 글로벌 사업 역시 네이버의 손을 떠나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라인야후가 이미 네이버와의 사업 분할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라인야후 측은 “자사 한국법인인 라인플러스는 앞으로도 대만, 태국 등 해외 사업을 총괄할 계획”이라며 “향후 네이버와의 협상 과정에서 사업 분할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선택지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에 떠는 韓 산업계
이런 가운데 곳곳에서는 라인야후 사태가 네이버를 넘어 국내 산업계 전반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일본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도 ‘(일본에 진출했다가 사업을) 뺏길 수 있다’는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라인야후 사태는 한국 산업계에 있어 결코 좋지 못한 선례”고 평가했다.
실제 일본에 진출한 기업들은 일본 시장 내 리스크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3일 개최한 ‘일본 진출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한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일본 정부가) 앞으로 어떤 명분이든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며 “자사는 매출이랑 생존이 달린 문제로 크게 위협받고 있고, 투자자를 만나면 ‘일본에서 이렇게 규제를 받기 시작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지적을 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 사태가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 전반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정부가 제2의 라인야후 사태 방지를 위한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단일 기업이 라인야후 사태와 같은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추후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가 현안에 대해 전문적인 처리 기능을 갖추고, 분쟁 해결 제도 확립에 힘쓸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