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양자 컴퓨터 속 AI 관찰자, 객관적 현실의 비밀 밝힐까?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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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관찰자, 각자 다른 방식으로 큐비트 측정
관찰자 간 상관관계 분석, 기존 물리학 가정과의 불일치 여부 확인
불일치 발생 시, 객관적 현실에 대한 새로운 해석 필요할 수 있어

[해외 DS] 양자 컴퓨터 속 AI 관찰자, 객관적 현실의 비밀 밝힐까? 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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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

위그너의 AI 친구 실험에서 사용되는 큐비트는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로, +1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 상태에 존재한다. 큐비트의 흥미로운 특징은 측정 방식(방향)에 따라 +1 또는 -1이 나타날 확률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직 방향으로 큐비트를 측정하면 +1과 -1이 나올 확률이 동일하지만, 다른 각도로 측정하면 둘 중 하나가 더 높은 확률로 나올 수 있다.

앨리스의 동전 던지기로 밝히는 관찰의 역설

실험은 앨리스, 밥, 찰리 세 명의 관찰자에게 각각 큐비트를 전송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각 관찰자는 독립된 환경에서 큐비트를 관찰하는데, 밥은 무작위로 측정 방향을 선택하고 찰리는 항상 동일한 방향으로 큐비트를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앨리스는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찰리에게 측정 결과를 요청하고, 뒷면이 나오면 찰리가 실험실에서 한 모든 행동을 되돌린 후, 찰리가 정한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큐비트를 관찰한다. 이는 찰리가 완전히 격리된 양자 시스템에 존재하는 AI(QUALL-E)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실험을 반복하면 밥은 자신의 측정 결과만 얻지만, 앨리스는 자신의 측정 결과와 찰리의 측정 결과가 혼합된 결과를 얻게 된다. 즉 앨리스의 결과는 외부 관찰자의 측정과 양자 중첩 상태에 있는 내부 관찰자의 측정이 무작위로 혼합되어 집계된다. 실험이 끝나면 연구진은 앨리스와 밥의 결과를 비교해 두 결과 간의 상관관계를 계산한다. 만약 계산 결과가 특정 임계값을 넘으면, 연구진은 설정한 물리적 현실에 대한 가정 중 최소 하나 이상이 틀렸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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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다양한 양자 이론, AI 관찰자에 대한 각기 다른 해석 제시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은 ‘측정 설정의 자유(freedom)’, ‘물리적 상호작용의 국소성(locality)’과, ‘관찰 결과의 절대성(absoluteness)’이라는 세 가지 가정을 근간으로 객관적 현실을 이해해 왔다. 하지만 많은 물리학자들이 예상하는 대로 실험 결과가 기존 이론과 상충할 경우, 물리학자들은 이 세 가지 가정 중 하나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가장 먼저 의심해 볼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친근성(friendliness)’ 가정이다. 이 가정은 위그너의 AI 친구 실험에서 핵심적인 전제 중 하나이지만, 일부 이론들은 양자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완벽하게 모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이 가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객관적 붕괴 모델(objective collapse models)’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양자 컴퓨터에 충분한 큐비트가 주어지면 중첩 상태가 무한정 유지되어 붕괴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관찰할 대상이 없어진다는 논리를 펼친다. 이는 양자 컴퓨터가 인간과 동일한 방식으로 생각하거나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친근성 가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된다.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을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양자 시스템과 고전적 장치를 구분하는 ‘하이젠베르크 절단’ 개념을 통해 친근성 가정에 의문을 던진다. 이들은 찰리가 양자 시스템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고전적 관찰자인 앨리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다.

위그너의 친구 실험, 관찰자의 특별한 지위 뒤흔들 수도

하지만 인공지능이 진정한 사고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물리학의 근본적인 가정들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데이비드 봄의 ‘봄 역학(Bohmian mechanics)’은 숨겨진 비국소적 실체를 통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건들이 즉각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전통적인 국소성 가정에 도전한다.

더 나아가 ‘다세계 해석(many-worlds interpretation)’은 관찰 결과의 절대성을 정면 반박하는데, 동일한 사건을 관찰한 결과가 관찰자에 따라 달라지며, 각 가능성은 다른 세계로 분리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심지어 실제 세계가 하나뿐이라 할지라도 측정 결과는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일 수 있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만약 이러한 주장들이 위그너의 AI 실험을 통해 힘을 얻게 된다면, 실험적 관찰의 지위는 물리학의 다른 많은 분야처럼 특별한 위치에서 평범한 것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지구 중심설을 무너뜨리고, 우주론이 우리은하의 특별한 위치를 부정했듯이, 관측된 사건 역시 객관적인 지위를 잃고 모든 것이 상대적인 것으로 밝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험 결과가 기존 가정들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히 가정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 이상의 훨씬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