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화물 열차, 늘어나는 길이만큼 탈선 위험도 증가할까?
브리검영대 연구팀, 열차 길이가 길수록 탈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 발표
열차 칸수별 탈선율 증가분에 대한 '과대 해석'에 이의를 제기한 철도 업계
안전과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계속될 전망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미국에는 화물 열차 길이에 대한 연방 규제가 없어 비용에 민감한 철도 산업은 자유롭게 열차 길이를 늘여왔다. 2010년에는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3.5마일(약 5.6 km) 길이의 거대한 화물 열차를 시험 운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오하이오주 이스트 팔레스타인에서 화학 물질을 운반하던 1.75마일(약 2.8km) 길이의 열차가 탈선해 화재가 발생하면서 열차 길이 제한에 대한 논의가 대두됐다.
누락된 데이터를 복구하기 위한 기초 작업
‘위험 분석 저널(Risk Analysis)’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열차 길이가 길어질수록 탈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칸짜리 열차 두 대를 100칸짜리 한 대로 교체하면 전체 운행 열차 수가 줄어들더라도 탈선 확률이 1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200칸짜리 열차는 50칸짜리 네 대에 비해 탈선 확률이 24%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열차 길이별 운행 빈도에 대한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분석에 어려움을 겪던 연구팀이 ‘준유도 노출(quasi-induced exposure)’ 방법을 활용하여 얻어낸 성과다. 준유도 노출 방법론은 긴 열차와 짧은 열차의 탈선율을 정확히 비교하기 위해, 탈선 사고 외에 열차 길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른 사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열차 길이별 운행 빈도를 추정하는 접근법이다. 단순히 긴 열차의 운행 빈도가 높아 탈선율이 높게 집계된 것을 실제 위험 증가로 오인하는 분석 오류를 피하기 위해 이번 연구에 적용됐다.
연구팀은 열차 길이별 운행 빈도를 추정하기 위해 ‘철도 건널목 사고’ 데이터를 활용했다. 운전자가 기차 길이와 관계없이 건널목을 통과하려다 발생하는 사고이므로, 열차 길이에 대한 중립적인 빈도 정보를 제공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탈선 사고와 철도 건널목 사고에서의 열차 길이 분포를 비교함으로써, 연구팀은 열차 길이와 탈선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연구팀은 미국 교통부 산하 연방철도청(Federal Railroad Administration, FRA)이 탈선 사고와 철도 건널목 사고 관련 열차 길이 데이터를 모두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10년간 발생한 탈선 사고 1,073건과 철도 건널목 사고 1,585건을 지역 및 연도별로 비교해, 부족한 데이터 환경 속에서도 열차 길이와 탈선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해 냈다.
브리검영대 연구팀 ‘탈선 위험 높다’ vs 철도업계 ‘과장됐다’
미국 브리검영대에서 진행한 이번 연구가 준유도 노출 방법론을 독창적으로 활용해 주목을 받는 동시에, 일각에서는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철도 건널목 사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된 열차 길이별 운행 빈도가 실제와 다를 수 있어, 열차 길이별 탈선율이 정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철도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Railroads) 커뮤니케이션 부서의 제시카 카하넥(Jessica Kahanek) 부사장 또한 연구의 위험 추정치에 의문을 제기하며, 브리검영대 연구팀이 열차 유형이나 각 칸의 차량 유형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연구에서 언급된 50칸짜리 열차는 2,600피트 석탄 열차, 10,000피트 복합 화물 열차 또는 5,000피트 일반 화물 열차 등 다양한 유형을 포괄할 수 있는데, 이러한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협회는 열차 유형을 통제하고 나면 열차 길이가 탈선율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열차 길이 단위로 피트 대신 열차 칸수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가시성, 선로 상태, 운행 특성, 계절별 온도 등 다양한 변수를 통제했기 때문에, 열차 유형을 고려하더라도 열차 길이가 탈선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연구의 공동 저자인 브리검영대 피터 매드슨(Peter Madsen) 조직행동학 교수는 “(업계 단체들이) 연구 결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우리는 긴 열차 운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논의에 더 많은 근거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기관사이자 미국 철도 노조인 국제판금·항공·철도·운송노동자협회(SMART-TD)의 안전 책임자 제라드 캐시티(Jared Cassity)는 긴 열차, 특히 빈 차량과 화물 차량이 혼합되면 안전에 더욱 취약하다고 지적하며 브리검영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현실을 잘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열차 길이 제한 법규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오하이오주 탈선 사고 이후 7,500피트 이상의 긴 열차에 관한 연구를 의뢰받은 미국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Engineering, and Medicine, NASEM)는 브리검영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검토했지만,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연방철도청(FRA) 역시 해당 연구 결과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