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5G’에 통신 경쟁서 뒤처진 한국, 업계선 인프라 지원 부재 등 정부 책임론 부상
화웨이 5.5G 상용화 전략 발표, 네트워크에 AI 도입하겠다 밝히기도
28㎓ 주파수 포기한 통신 3사, 결국 '반쪽짜리'로 전락한 한국 5G
5G 인프라 지원 및 관리·감독 소홀히 한 정부의 최근 기조도 '6G 개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5G 어드밴스드(5.5G)를 공개하면서 국내 통신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5G에서 앞서 나가던 국내 통신사들이 오늘날엔 오히려 후발주자 격인 중국에도 밀리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 3사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5G 실패에 정부 책임이 크단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인프라 지원 및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탓에 5G망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단 것이다.
5G-A 발표한 화웨이, 통신 사업 한국 뛰어넘나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는 5.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전략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열린 ‘MWC 상하기 2024’에서 데이비드 왕(David Wang) 화웨이 ICT 인프라 운영 이사회 의장은 “AI를 위한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위한 AI의 관점에서 5G-A(advanced)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5G-A는 5G보다 진일보된 기술로, 향후 도래할 6G로 가는 징검다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5.5G는 이론상 최대 속도 10Gbps, 지연시간 1ms를 구현할 수 있다. 1.2Gbps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는 5G 대비 약 9~10배 빠른 셈이다.
당시 왕 의장은 “이번 달을 기점으로 중국 내 5G 상용화가 5년 차에 접어들었고 올해는 5G-A, 기타 AI 디바이스가 본격 상용화되며 모바일 AI 시대가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5.5G가 가져온 기회를 잡기 위해 고품질 네트워킹과 신규 서비스, 생성형 AI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힘줘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30개 이상의 이통사가 5.5G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고도 밝혔다. 화웨이에 따르면 현재 중국, 독일, 핀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 개 도시에서 5.5G 네트워크 검증 및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네트워크에 AI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동통신사와 RAN 인텔리전트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해 네트워크 생산성을 향상시키겠단 취지에서다. 화웨이의 5G-A는 비즈니스·디바이스 개발 측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모바일 네트워크에선 복잡한 운영 및 유지보수(O&M)와 차별화된 네트워크 특성·다양한 경험 기반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화웨이는 네트워크에 AI를 도입, O&M·경험·서비스를 재구성할 수 있는 RAN 인텔리전트 에이전트 구축을 제시했다. 5.5G를 기반으로 기술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세계 첫 5G 상용화’ 이뤘지만, 반쪽짜리에 그친 한국 5G
이처럼 중국이 5G-A를 기술 발전의 마중물로 삼고 있는 데 반해, 국내 통신 3사는 5.5G 도입에 다소 소극적인 모양새다. 우선 국내 통신사들은 6G에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오는 8월 국제 학술지 ‘IEEE 커뮤니케이션스 매거진’에 ‘이동통신사 관점에서의 6G’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할 예정이다. 5G 서비스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6G 시대에 예상되는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유플러스도 6G를 활용한 사업 분야를 구상 중이다. 지난 5월 발간된 ‘6G 백서-앰비언트 IoT(사물인터넷)’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6G 시대에 사용이 유력한 기술로 ‘앰비언트(Ambient) IoT’를 꼽았다. 앰비언트 IoT를 통해 6G 시대에 앞서 나갈 수 있으리란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문제는 6G를 바로 도입하기엔 국내 통신사의 역량이 부족하단 인식이 팽배하단 점이다. 이 같은 인식은 5G의 대대적인 실패에 기인한다. 국내에서 5G 서비스가 상용화된 건 2019년의 일이다. 당시 한국은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국을 제치고 가장 먼저 5G 시대를 열었다. 북미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이 ‘세계 첫 5G 상용화’를 노린단 소식에 예정보다 일정을 이틀이나 앞당겨 불과 2시간 차이로 ‘세계 첫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을 따내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국내 5G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국내 통신 3사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는 5G 주파수인 28기가헤르츠(㎓)에서 손을 떼면서, 5G가 LTE 대비 고작 5.9배 빠른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2년 말 실시한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에 따르면 국내 5G 다운로드 전송 속도는 896.1메가비트(Mbps) 수준이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끊김 없는 연결이 중요한 최신 기술을 영위하는 데 불편이 있을 정도로 느린 속도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LTE 대비 스트리밍 속도가 빨라졌다 해도 기술적으로는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5G 상용화에 실패한 국내 통신 3사가 6G를 온전히 도입할 수 있을지 우려된단 목소리가 쏟아지는 이유다.
일각선 ‘정부 책임론’ 나오기도, “인프라 지원 소홀히 한 건 정부”
일각에선 5G 실패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나오기도 한다. 통신 3사의 적극적인 5G 투자를 독려하지 못한 정부에 책임이 크단 비판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 3사의 설비투자는 2020년부터 3년 연속 8조2,000억원에 머물렀다. ‘세계 최초 5G’를 강조하던 정부가 막상 설비투자 지원 및 관리엔 소홀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주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팀장은 “정부가 세계 최초에만 신경을 쓰고 통신 3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통신 서비스는 공공 자산 성격이 강한데, 이를 시장에만 온전히 맡겨 시장 실패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가 5G를 유야무야 넘기고 6G에만 집중하려 한단 지적도 있다. ‘짝수 세대 성공의 법칙’에 지나치게 매몰됐단 것이다. 짝수 세대 성공의 법칙이란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가 짝수 세대 때만 흥행에 성공한단 뜻이다. 실제 지난 40년의 이동통신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 서비스는 짝수 세대 때만 전국망이 구축됐다. 2세대(CDMA·PCS)에 이어 4세대(LTE)에서 전국망이 구축됐고, 1세대(AMPS)와 3세대(WCDMA) 등 홀수 세대는 온전한 전국 서비스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 3세대 이동통신은 2세대에 걸터앉은 모습으로 지나갔고, 이번 5세대 역시 ‘정부 등에 떠밀려’ 시늉만 하는 수준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6G 연구·개발 지원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5G 핵심 부품 대부분이 여전히 외국산이고 5G 기반 융합서비스 성적이 저조하다는 인식 아래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6G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하겠단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총 2,2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반쪽짜리 5G에 대한 보수와 5.5G 준비보단 6G 개발을 우선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5G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과를 내면서 통신 3사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장기적인 신기술 개발보단 기존 통신망 유지·보수를 위한 인프라 지원부터 이룰 필요가 있단 목소리가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