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스-이루다 흡수합병 추진에 소액주주 불만 확산, “주주들만 불리한 구조”
클래시스-이루다 흡수합병, 미용 의료기기 시장에서 시너지 낼 듯
이루다 주주들은 반발, "이루다 대표 주식에만 '프리미엄' 매겨졌다"
겹악재 이루다, 세렌디아와 합의 계약으로 지난해 적자 전환하기도
미용 의료기기 선두 주자 클래시스가 이루다를 흡수합병한 것과 관련해 이루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소액주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다 주식이 클래시스 주식으로 바뀐 데다 주가 하락 시점에 합병이 진행돼 손해를 봤단 것이다.
클래시스-이루다, 1:0.1405237 비율로 합병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클래시스는 이루다의 흡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합병 비율은 클래시스와 이루다가 1:0.1405237로, 이루다 주식 100주를 갖고 있으면 클래시스 주식 14주를 받는 구조다. 구체적인 합병 안건은 오는 8월 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며, 해당 주총을 위한 주주확정 기준일은 오는 10일 열린다. 절차가 순항하면 오는 10월 클래시스는 이루다를 완전히 흡수하게 된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미용 의료기기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래시스는 대표 제품 슈링크를 보유한 회사로서 국내 1위 고강도집속초음파(HIFU) 미용기기 제조 기업으로 꼽히고, 이루다는 마이크로니들RF(고주파) 미용기기를 제조하는 회사다. 양사가 힙을 합하면 제품 간 패키지 판매, 핵심 제품군의 다양한 해외 시장 진출 등이 기대된다고 클래시스 측은 전했다.
하지만 이루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합병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이루다 주가가 눌려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합병이 결정됐단 이유에서다. 이루다 주가는 지난해 6월 최고 1만1,53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6,900원 선으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보통 상장사 간 합병비율을 계산할 때 특정 기간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출한다. 때문에 존속회사의 기업가치가 높고 소멸회사의 주가가 떨어졌을 때 흡수합병을 진행하는 게 존속회사 측에 유리하다. 이번 합병은 이루다 주주들이 불리한 구조란 것이다.
김용한 이루다 대표 276억원 특별공로금도 도마에
합병 후 김용한 이루다 대표가 받을 특별공로금도 도마에 올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클래시스는 김 대표에게 특별공로금 276억원가량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병으로 김 대표가 챙기는 손에 쥔 현금만 681억원이다. 이루다 주식은 클래시스 주식으로 바꿔 59만여 주를 챙길 전망이다. 주식 가치만 약 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대표가 이익을 챙겨가는 반면 다수 주주들의 이익 실현은 제대로 되지 못했단 게 소액주주들의 주요 불만 사항이다. 실제 통상 공개매수 가격은 시가에 할증률 25% 정도를 가산하는 반면, 이루다의 합병가액, 합병 반대를 위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현재 주가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최대 주주인 김 대표 주식에만 수백억원의 프리미엄이 매겨졌고 소액주주의 주식은 방치된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이번 합병 결정에 대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방조한 결정”이란 힐난도 나온다.
다만 클래시스가 이루다 합병을 타진하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앞서 지난해 9월 클래시스는 이루다의 지분 18%를 인수하며 2대 주주에 등극한 바 있다. 해당 계약으로 클래시스는 체결일로부터 18개월 이내에 매도인이자 이루다 최대 주주인 김용한 이루다 대표가 보유 중인 잔여 주식의 일부인 374만6,75주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는데, 이때 합의된 가격인 주당 1만1,000원은 당시 이루다 주가(9,000원) 대비 20% 높은 수준이다. 과정 전반에 큰 문제는 없단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선이다.
적자 전환한 이루다, ITC 합의 계약이 원인
양사 간 합병이 이루다 소액주주에 특별히 손해라고 보긴 힘들단 의견도 있다. 최근 실적이 적자 전환을 이루는 등 악재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 2월 이루다는 지난해 영업이익 65억9,200만원, 순이익은 28억4,7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3월 제출한 실적 정정 공시에선 영업이익은 14억4,900만원, 순이익은 51억4,400만원 적자로 바뀌었다.
이루다의 이익이 후퇴한 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합의에 따라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3월 미국 피부 관리기 업체 세렌디아(Serendia)는 이루다로부터 ‘침습 RF’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ITC에 이루다를 제소한 바 있다. 침습 RF는 마이크로니들을 이용해 피부 진피에 고주파 에너지를 전달하는 기술로, 모공, 잔주름, 피부결 개선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ITC 조사가 진행되자, 이루다는 지난 3월 세렌디아 측과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세렌디아가 보유 중인 미국 특허 6건에 대한 라이선스를 이루다에 부여한단 게 골자다. 합의 계약에 따라 이루다는 세렌디아 측에 합의금을 전달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양사 간 체결된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루다 측은 “관련 합의금 및 라이선스 금액이 공시일 현재 자기자본의 10% 이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최초 결산 공시 당시 자본 총계는 618억원이었다. 순이익이 당초 결산보다 80억원 가까이 소실되면서 적자 위기에 빠진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