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 마이데이터 진출 ‘2년째 표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또 발목
미래에셋생명,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본허가 불발
고객 수익률 조작 및 비위 행위로 미래에셋증권 전 임원 구속
채권 돌려막기 관련 금감원 조사도 진행 중, CEO 징계 위기
미래에셋생명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진출이 2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올해도 금융당국에 본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본허가 심사는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금융위, 미래에셋생명 마이데이터 본허가 심사 또 보류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미래에셋생명의 마이데이터 본허가 심사를 또다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미래에셋생명이 처음 마이데이터를 본허가를 신청한 건 지난 2022년으로, 현재까지 답보 상태다. 대주주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검찰과 금감원의 수사 및 조사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가 신사업을 취급하기 위해선 금융당국 인허가가 필요한데, 이때 금융사 대주주 자격을 확인하는 적격성 심사가 병행된다. 금융사에 의결권이 있는 대주주가 사법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경우 신사업에 대한 심사가 중단되는 식이다.
신용정보업 감독규정에선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금융위원회, 국세청, 검찰청 또는 금융감독원 등에 의한 조사·검사 등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금감원 검사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현황을 파악한 결과 아직 검사와 후속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검찰 압수수색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거나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 심사 중단 사유가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생명 신사업 진출이 또다시 늦춰지면서 타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이용자 확보가 중요한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시장 선점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해석이다. 현재 국내에서 마이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총 69곳으로, 이 중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손해보험 등 대형사들이 지난 2022년부터 본허가를 획득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엔 농협생명도 마이데이터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 2.0 시대를 예고하면서 본격적인 활성화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미래에셋생명은 아직도 발목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랩·특정금전신탁에 임원 비위까지, 작년 금감원 조사만 3차례
미래에셋생명의 마이데이터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금융권의 내부통제 관련 이슈로 수차례 금감원 감시망에 오르내렸다. 채권형 랩·신탁 불건전 영업부터 정치인에 대한 라임 펀드 조기 환매 권유 등까지 문제가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자금 세탁방지까지도 들여다봤다. 회사 임원이 10년 동안 고객의 수익률을 조작하고, 고객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 손실을 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당사자인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뱅커(PB·자산관리 전문가) 윤모씨는 지난해 9월 구속됐다. 윤씨는 A그룹 회장 일가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손실을 보고도 가짜 서류로 수익이 난 것처럼 속인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손실이 커지자, 파악하고 있던 회장 일가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이들 명의로 대출을 받아 손실을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또 A그룹 회장 일가의 동의 없이 회사 주식 141억원어치를 몰래 매도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하기 전 대우증권에서 근무하던 인물이다.
미래에셋증권만 단독으로 검사를 받은 사안도 있다. 금감원은 2019년 불거졌던 라임자산운용·옵티머스자산운용·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규모 환매 사태를 올해 초 재조사하면서 라임자산운용이 다선의 국회의원에게 투자금을 일부 돌려준 것을 확인했다. 이후 언론에 의해 해당 의원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고 그가 받은 금액은 1억6,400만원인 것이 드러났다.
김 의원은 환매 과정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입했던 ‘라임마티니4호’의 판매사가 미래에셋증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매는 미래에셋증권의 권유에 따라 이뤄진 것뿐, 의원으로서 어떤 위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이 김 의원 등 라임마티니4호 가입자에게 환매를 권유하게 된 배경과 다른 라임자산운용 펀드들에 대해서도 환매를 진행하게 됐는지 등을 살폈다.
‘채권 돌려막기’ KB·하나증권 CEO에 징계 처분, 미래에셋 징계 피해 갈까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와 관련된 불건전 영업 등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 문제는 최고경영자(CEO) 제재 위기로까지 번진 사안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하나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유진투자증권·SK증권·교보증권·유안타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등 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랩·신탁 영업관행을 집중 점검하고 다수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9개 증권사 모두에서 운용역들이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별 손실전가금액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 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와 총 6,000여 회의 자전거래를 통해 특정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의 계좌로 고가 매도해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고객 간 전가했다.
이에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거래로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9개 증권사 운용역 30여 명에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보고 혐의 사실을 검찰에 제공했다. 이번 금감원 검사는 오랜 시간 업계에서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불법 자전거래를 대거 적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간 랩·신탁은 실적배당상품임에도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운용된 탓에 목표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전거래 등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더욱이 랩·신탁은 개별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자금수요를 감안한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주로 법인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활용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자금시장 경색으로 랩·신탁 환매가 어려워지며 시장불신이 확산되자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집중점검에 나섰다. 현재 첫 제재 대상에 오른 하나증권과 KB증권은 중징계가 내려진 상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금감원은 채권 돌려막기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홍구 KB증권 대표에게 경징계를, KB증권 운용 담당 임직원들에게는 중징계를 내렸다. 하나증권 경우에는 운용 담당 임직원들에 한해서 중징계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이 대표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21일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사전 통보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반면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2022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채권 돌려막기 사태와 연관성이 없는 직무를 수행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등 나머지 증권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제재심을 열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랩·신탁 관련 제재는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며 “CEO 제재의 경우 사실관계에 따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누구라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주의 등 5계로 구분한다. 문책 경고 이상 징계는 중징계로 분류돼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CEO 제재 수위가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에 해당한다면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의결을 받아 제재가 확정된다. 금감원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랩·신탁 검사 결과를 제재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제재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잘못된 업계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이들 증권사의 제재 배경을 고려하면 함께 검사를 받은 7개 증권사들도 상당수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