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사우디아라비아에 ‘천궁 다기능레이더’ 1.2조원 수출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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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LIG넥스원·사우디 간 '천궁-II' 4.3조원 규모 수출 계약
한화시스템, LIG의 사우디 공급 물량에 다기능레이더 탑재
두 번째 조 단위 수출로 계약금은 지난해 매출의 절반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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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천궁-II 다기능레이다’ 수출형 모델/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가 도입하기로 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 ‘천궁-II’에 다기능레이더(MFR)를 공급한다. 앞서 LIG넥스원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와 천궁-II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한화시스템이 핵심 부품인 MFR을 LIG넥스원에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계약으로 2년 전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에 이어 두 번째 조 단위 수출을 이끌어 내며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천궁 중동형 모델 ‘M-SAM MFR’ 공급 예정

9일 한화시스템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전날 LIG넥스원과 ‘SA-MSAM 사업 MFR 분야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SA-MSAM’은 지난 2월 LIG넥스원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체결한 천궁-II 수출 계약으로 한화시스템은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출하는 천궁-II에 MFR을 공급하게 된다.

SA-MSAM의 사업 규모는 총 4조2,700억원으로 계약 당시 MFR를 생산하는 한화시스템, 발사대를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날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체결한 천궁-II MFR 공급 사업의 계약금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한화시스템 매출의 48.7%에 달한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2년 아랍에미리트에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천궁-II MFR를 수출한 데 이어 이번 계약으로 두 번째 조 단위 수출 계약을 이어가게 됐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20년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천궁-II의 MFR를 개발해 2020년 전력화를 마친 후 ‘천궁 MFR 성능 개량형’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천궁의 중동 수출형은 지역적 특성을 맞게 능동위상배열 레이더(AESA)를 탑재해 탐지·추적 성능을 높이고 사막의 고온과 모래 먼지 등을 고려해 개발됐다. 이번 공급 사업에서는 지난 2022년 UAE에 수출한 중동형 모델 M-SAM MFR를 사우디아라비아의 환경 조건과 요구에 맞게 보다 개량한 후 공급할 예정이다.

중동 국가들, 가성비·품질 좋은 한국산에 관심 높아

천궁-II는 탄도탄 요격을 위한 교전통제 기술, 다기능레이더 추적 기술, 다표적 동시 교전을 위한 정밀 탐색기 등이 적용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로 꼽힌다. 천궁 체계의 핵심 센서인 MFR는 여러 대의 레이더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3차원 위상배열 레이더로 탐지∙추적∙피아 식별, 재밍(전파 방해) 대응, 유도탄 포착∙추적∙교신 등 교전 기능 복합 임무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다.

특히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합작하는 천궁-II의 수출 모델은 미국 등 타사 제품 대비 가성비가 뛰어나고 신속한 납기, 보증된 품질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중동 지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전통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의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신뢰성이 높고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한국산 무기체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3월에는 탈랄 압둘라 아오타이비 사우디아라비아 국방 차관 등 중동 국가 고위직들은 잇따라 방한해 한국군의 무기 체계를 참관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천궁-II에 이어 한국군의 무기 체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오타이비 차관은 방한 당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천궁-II,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인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을 둘러보고 6세대 전투기 개발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왕립해군(RSNF)은 최근 수중 감시와 페르시아만·홍해의 군함 대응을 위해 잠수함 도입을 결정했는데 현재 유럽과 중국의 방산업체와 함께 한국의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과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화그룹은 올해 2월 수도 리야드에서 국제방산전시회 ‘WDS 2024’에 참가해 장보고 III 잠수함, 울산급 호위함, 잠수함구조함, 무인잠수정, 무인수상정 등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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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안창호함/사진=대한민국 해군

천문학적 국방비에 방산 수요까지 ‘블루오션 중동’

최근 중동 지역의 방산 수요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안보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작년 10월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면서 촉발된 홍해 사태 등 중동 지역의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상황이다. 이에 중동 국가들은 천문학적인 자금력을 국방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노후된 군사 인프라 교체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중동은 방산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국가별 무기 수입량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6.4%로 1위 인도(11%)에 이어 2위에 올랐다. UAE도 2.7%로 미국과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카타르, 오만, 바레인, 이집트, 요르단 등 8개 아랍 국가의 국방비가 연간 1,200억 달러(약 165조8,000억원)를 넘는다고 밝혔다. GCC 8개국의 병력은 군사 94만4,000명, 전차 4,800대, 전투기 1,000대 수준이며 아랍과 적대관계인 이란의 군사는 61만 명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동 국가들이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지출해 서방의 첨단무기를 사들임에도 여전히 군사력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국가의 군사비 대부분이 군사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서방 군사 강국과의 외교 정책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중동은 원유 수송과 관련해 해군력 증강이 필수지만 해상 방공을 위한 조기경보·요격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고가의 전투기 구입하는 데 예산을 집중하고 있으나, 조종사 배출 인원이 연 30명에 불과해 이마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랍 군주들이 ‘효율적인’ 군대를 키우지 않는 이유는 자국군이 자신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군주들이 육·해·공군 합동작전이나 훈련을 위해 필요한 자율성을 군 지휘부에 부여하는 것을 꺼려 군사 연습도 고도로 짜여진 각본에 따라 진행하는 탓에 훈련 환경도 실제 전투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아랍 군주들은 군사력을 증강하기보다는 왕실의 엘리트 근위대를 따로 둬 자신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만 봐도 무려 13만 명의 방위군이 왕족들을 경호하는 개인 보호 병력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