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틱톡샵·라인’ 등 신종 피싱 횡행, 당면 과제는 해외 기업과의 협력관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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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로 가짜 앱 설치 유도하는 사기 수법 확산, 최대 1억1,000만원 피해 입기도
정부합동수사단 꾸렸지만 한계, "해외 기업에 국제 공조 요청해도 회신율 낮아"
기업 압박 강화해야 한단 의견↑, "범죄자 색출 위해선 기업과의 협력관계 형성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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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로 대화를 걸어 가짜 앱 설치를 유도한 뒤 수천만원을 편취하는 신종 사기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경찰은 정부합동수사단을 꾸리고 수사 역량을 강화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대책 마련 이후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이뤄진 사례가 적지 않다. 해외 기업에 국제 공조를 요청해도 회신이 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한 탓이다.

틱톡샵 등 ‘가짜 앱’ 사기 속출

1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동탄경찰서는 지난 2월 온라인에서 만난 여성 A씨로부터 투자 사기를 당해 수천만원의 피해를 본 40대 남성 B씨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범행은 틱톡의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틱톡샵’을 통해 이뤄졌다. A씨는 B씨에게 틱톡샵을 설치하는 링크를 보냈는데, 해당 링크로 실제 설치된 건 틱톡샵의 인터페이스(UI)를 똑같이 복제한 가짜 앱이었다.

A씨는 틱톡샵에서 상품을 판매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명목으로 B씨가 앱에 돈을 충전하도록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충전한 금액에 해당하는 상품을 틱톡샵에 올려 판매하고 남은 마진을 B씨에게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거듭되는 A씨의 입금 요청에 B씨는 환불을 요청했고, 이내 A씨는 잠적했다.

이 같은 사례는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엔 50대 남성 C씨가 1억1,000만원의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 C씨는 데이팅 앱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과 대화를 이어가다 틱톡샵을 소개받았다. C씨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여성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300만원을 충전해 여러 상품을 사들였다. 그러자 10~20% 비싼 가격에 사겠다는 주문이 연달아 들어왔고, C씨는 가지고 있던 1억1,000만원을 모두 충전했다. 그러나 막상 이익을 찾으려 하자 가짜 앱 고객센터는 “수수료 5%를 내야 한다”며 거절했고, 결국 C씨는 원금까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대응 강화 나선 정부·경찰, 정부합동수사단 출범

사기 피해가 확산하자 정부는 대응 강화에 나섰다. 우선 검‧경,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수사단을 꾸렸다. 정부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유관기관 협력을 강화하고 피싱, 투자 리딩방 등 신종 사기 수법에 대한 수사 효율성을 제고하겠단 취지다. 정부합동수사단은 올 상반기에만 피싱 사범 224명을 입건(구속 117명)하고 5개 대포폰 유통조직을 적발해 총책 5명과 조직원 22명을 구속하는 등 큰 성과를 낸 바 있다.

관련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 정부는 오는 11월 휴대폰 개통 시 신분증을 확인할 때 텍스트 정보(이름, 주민번호 등) 외에 정부기관이 보유한 신분증 사진을 활용한 사진 진위 여부 판독까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원에서 문자재판매사의 진입 요건을 상향하고 현장조사 및 시정명령 등을 통해 사업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발신번호를 변작해 전화나 문자를 발신한 경우 위법행위가 확인된 번호, 문자계정뿐만 아니라 연결된 전화번호와 동일인의 인터넷 문자계정 전체를 차단 처리해 차단되지 않은 회선, 계정이 범죄에 지속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경찰 역시 수사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개별 단건 수사에서 범행 단서 간 연관성 분석을 통한 병합수사를 실시하고 발 빠른 추적 수사를 위한 밑바탕 마련 등이 골자다. 실제 경찰은 지난 5월 기존 1,988건을 수사관 개별 수사를 개선해 41개 범죄조직으로 특정, 시도청 수사대로 병합했다. 이에 따라 2024년 상반기 검거 건수는 1월 1,568건→ 2월 644건→ 3월 1,287건→ 4월 1,504건→ 5월 1,938건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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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에 국제 공조 요청해도 답변 없는 경우가 대부분”

다만 대책 마련 이후 범죄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피해자가 금액을 이체한 계좌 및 통장 명의자가 여럿이거나 범죄자가 해외 IP를 활용한 경우 추적이 곤란하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특히 범죄자가 라인, 구글 메신저 등을 활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경우엔 수사가 더욱 지연된다. 계정 소유주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주최인 기업이 일본·미국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해외에 법인을 둔 기업은 국제 요청을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카카오톡 등 국내 기업이 관련돼 있으면 수사 관련 개인정보 요청에 빠르게 회신을 주지만, 해외 기업은 인터폴을 통해 국제 공조를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공조를 요청해도 회신에 기한이 없고 답변이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사기 수법에 주로 이용되는 해외 기업들에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낼 수 있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해당 기업의 도움 없인 범죄자 색출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선 경찰 측은 압수수색 영장 집행 등을 통해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 강제력은 없으나 대부분 해외 기업이 수사 협조 요청의 근거로 영장을 요구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효과는 입증된 상태다.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범죄 수사대는 해외 기업 등에 대해 140여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가 간 우호관계를 다짐으로써 해당 국가와 즉각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범죄 수사 역량을 높이려면 수사협조협약을 체결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 교수는 “협조에 의존하는 수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가 간 발생하는 사이버범죄는 관련 조직이나 기업이 상대국 수사에 공조하도록 정부 간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으론 한국 시장의 위상을 부각해 해외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자사 메신저 등을 활용한 사기 피해가 늘수록 기업 이미지가 저해되고 국내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강조해 수사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에 신종 사기 수단으로 전락한 틱톡샵만 봐도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사기 앱’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진 상태다. 이는 향후 틱톡샵이 한국 진출을 타진할 때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수사 협력에 대한 유인 동기로 작용할 여지가 분명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