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IP 발굴 실패 등 악재 쌓인 엔씨소프트, 외부 개발사 투자로 신성장 동력 찾는다
해외 게임사에 시드 라운드 투자 단행, 하락세 탈출 노리는 엔씨
TL·호연·배틀크러쉬 등 모두 실패, 시장서도 "개발 역량 떨어진 듯"
주가도 거듭 하락세, 외부 개발사 투자가 '분수령' 될 수 있을까
최근 실적 악화 등 악재를 이어 온 엔씨소프트가 외국 게임사에 투자를 단행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 스웨덴 ‘문 로버 게임즈’에 350만 달러 투자
31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스웨덴 소재 신생 게임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에 350만 달러(약 48억원) 규모의 시드 라운드(초기 단계) 투자를 단행했다. 엔씨소프트는 문 로버 게임즈(Moon Rover Games) 초기 투자에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신작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향후 추가 투자 및 퍼블리싱 계약 등 협력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다.
문 로버 게임즈는 202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설립된 신생 게임 개발 회사로, ‘배틀필드(Battlefield)’ 등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유명 슈팅 게임 시리즈 제작에 참여한 베테랑 개발진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는 PC·콘솔 기반의 슈티에임 신작 ‘프로젝트 올더스’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외부 개발사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6년 이후 외부 개발사에 투자한 적이 없다. 이런 엔씨소프트가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건, 회사 대표 캐시카우인 ‘리니지’ 시리즈를 잇는 신규 IP(지식재산권)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바탕으로 올 하반기부터 해외 사업 확장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세계적인 콘솔 플랫폼 기업과 협업해 기존 IP를 콘솔로 개발하거나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남아 기업과의 조인트벤처(JV) 설립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자체 제작 게임을 서비스하던 플랫폼 퍼플(PURPLE)도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대해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 대표는 “이번 문 로버 게임즈 투자는 앞으로 엔씨소프트가 보여줄 변화의 시작”이라며 “8월 중 국내 개발 스튜디오에 대한 지분 및 판권 투자, 동남아 진출을 위한 공동 사업, 플랫폼 퍼플의 성장동력 확보 계획 등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2년 전에도 신규 IP 개발, 목표는 ‘내수기업 탈피’
엔씨소프트가 신규 IP 발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앞선 지난 2022년에도 쓰론앤리버티(THRONE AND LIBERTY, TL) 출시를 앞두고 “리지니 IP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IP를 다양화하겠다”며 새로운 경영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TL 출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신규 IP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대표적인 게 ‘LLL’이다. 엔씨소프트는 “LLL은 트리플 A급의 3인칭 슈팅 게임으로 슈팅과 MMO, 오픈월드를 조합한 새로운 장르를 표방하는 게임”이라며 “그동안 선보여 왔던 게임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해 신규 IP의 힘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 엔씨소프트가 내건 최종 목표는 ‘내수기업’이란 평가로부터 탈피하는 것이다. 해외 매출 비중을 늘려 미래 성장성을 더욱 높이겠단 취지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 관계자는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앞세워 지난 20년간 성장했지만, 신규 IP 개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리니지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며 “TL과 LLL, 프로젝트M 등 신규 IP 개발을 시작한 만큼 엔씨소프트의 탈리니지 기조가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자력 IP 개발은 사실상 실패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신규 IP 개발에 사실상 실패했다. 앞서 야심 차게 내놓은 TL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개고기 탕후루’란 굴욕적인 멸칭까지 받았다. ‘개고기 탕후루’는 엔씨소프트가 트렌드(탕후루)를 따라가고 싶지만 고인물(개고기)이 돼버린 리니지의 정체성(맹독성 BM 등)을 버리지 못한 것을 비꼰 말이다.
이외 올해 출시한 ‘배틀크러쉬’의 경우 엔씨소프트가 시도하지 않던 난투형 액션 게임으로 세간의 관심을 끄는 덴 성공했지만 결국 기존의 게임들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묻혔다. 최근 공개한 ‘호연’ 역시 게임 퀄리티 등에서 악평을 받으며 ‘개고기 미트볼’이라는 멸칭이 붙었다. 시장에서 엔씨소프트에 대해 “트렌디한 신규 IP를 만들어 내기엔 개발 역량 자체가 많이 소실된 상태”라는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거듭 하락하는 모양새다. 한때 120만원을 호가하던 주가는 올해 초 24만원 선까지 떨어지더니 최근엔 17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31일 기준으로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17만4,300원가량에 불과하다. 증권사들도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엔씨소프트의 목표 주가를 24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내렸고, KB증권도 21만원에서 1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하락세를 자력 탈출하지 못한 엔씨소프트가 외부 개발사 투자를 ‘분수령’으로 삼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