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젠더’ 뇌에 새겨진 사회적 흔적, 성별과 다른 뇌 연결 패턴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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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아동 연구, 젠더가 뇌 네트워크 형성에 미치는 영향 최초 입증
사회적 기대가 뇌 연결 방식 변화시켜
후속 연구 통해 젠더와 뇌 발달 관계 규명 기대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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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새로운 뇌 영상 연구 결과, 청소년의 뇌에서 생물학적 성별(sex)과 사회적 성별(gender)이 서로 다른 뇌 연결망에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연구에서 생리학적 성별과 젠더를 혼동하지 않고 젠더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남녀 뇌 차이? 사회문화적 영향 간과 말아야

“뇌를 더 잘 이해하려면 앞으로 성별과 젠더를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미국 파인스타인 의학 연구소(Feinstein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 신경과학자이자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엘비샤 다말라(Elvisha Dhamala) 교수는 최근 기자 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생물학적 성별은 주로 염색체, 유전자, 호르몬 등 생물학적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지만, 남성, 여성 또는 논바이너리와 같은 사회문화적 성, 즉 젠더에 대한 관념 또한 개인의 삶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성별과 젠더를 엄연히 다른 개념으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이 둘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네덜란드 레이덴대학교에서 뇌 발달의 성별 차이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자 라라 위렌가(Lara M. Wierenga)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신경과학 연구에서 여성 또는 남성으로서 사회적 경험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뇌가 매우 가소적이며 경험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는 출생 시 남성 또는 여성으로 지정된 개인 간의 뇌 차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fMRI 데이터로 본 젠더 인식과 뇌 활동의 연관성

다말라 교수의 연구팀은 젠더의 사회적 영향을 간과했을 때 신경과학 분야에서 어떤 중요한 정보를 놓치고 있는지 밝히고자 했다. 이를 위해 미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종단 연구 데이터를 활용해, 뇌 스캔 데이터와 참가자 및 부모의 성별·젠더 설문 조사 응답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정 뇌 활동과 생물학적 성별 간의 연관성은 예상했지만, 젠더가 뇌에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서 반영될지는 미지수였다.

연구팀은 9세 또는 10세 아동 4,757명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RI, 이하 fMRI) 데이터를 분석했다. fMRI 스캐너는 특정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깨어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뇌 영역의 “휴식 상태” 활동을 기록하는 기술이다. 어린 참가자들은 자신의 젠더에 대한 감정을 묻는 네 가지 질문(예: “내가 남자라고 느끼는 정도는?”)에 답했고, 부모는 자녀의 젠더 표현 방식과 “남자아이” 또는 “여자아이”를 위한 고정 관념적인 놀이 활동 참여 정도에 대한 12가지 질문에 답했다.

연구팀은 수집된 뇌 스캔 데이터와 각 참가자의 성별 정보를 머신 러닝 모델에 입력해, 남성과 여성 그룹 간의 특정 뇌 영역 활동 차이를 학습시켰다. 이후 모델이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데이터를 통해 참가자의 성별을 예측하도록 테스트한 결과, 77%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또 다른 머신 러닝 모델을 훈련해 십 대 전후 아동과 부모의 젠더 보고서를 기반으로 예측을 수행했다. 하지만 성별과 젠더는 밀접한 관련성을 가져, 각각과 연관된 뇌 네트워크가 상당 부분 중복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젠더의 영향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성별을 기준으로 참가자의 젠더 변화를 세분화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출생 시 동일한 성별로 지정됐지만 젠더에 대한 감정과 표현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뇌 활동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젠더 차이와 관련된 뇌 네트워크를 성별 차이와 관련된 네트워크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두 네트워크 그룹 간에는 약간의 중복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자녀가 직접 응답한 자체 보고 설문지보다 부모가 응답한 젠더 데이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자체 보고 설문지가 아이들이 자신의 젠더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는 미묘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성별·젠더 따라 뇌 기능 연결 지도 달라

생물학적 성별과 관련된 뇌 네트워크는 시각 및 운동 네트워크처럼 뇌 기능에서 명확하게 정의된 역할을 담당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젠더와 관련된 뇌 네트워크는 뇌 전체에 걸쳐 흩어져 있는 양상을 나타냈다. 다말라 교수는 이러한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특히 특정 네트워크가 성별과 관련되는 반면 다른 네트워크는 젠더와 관련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차이가 행동 차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위렌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성별뿐만 아니라 젠더 역시 뇌 연결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젠더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뇌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위렌가 교수는 강조하며, 이러한 연구 결과는 출생 시 여성 또는 남성으로 지정된 사람들에게서 각각 ADHD, 불안 및 기분 장애와 같은 정신 질환이 진단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성인의 뇌에서도 젠더가 성별과 다른 패턴을 보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위렌가 교수는 이러한 경향이 성인에게도 유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다말라 교수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아동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을 추적하며 유사한 분석을 반복할 계획이다. 다말라 교수는 “이들은 아직 어린아이들이다.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면서 뇌 네트워크와 기능적 연결성이 변화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다른 연구팀들도 연구에 성별뿐만 아니라 젠더를 포함시켜 전 생애에 걸친 뇌 차이에 대한 더욱 명확한 그림을 그려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