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칩 이식해 인터페이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두 번째 BCI 이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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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뉴럴링크, 두 번째 환자 뇌에 컴퓨터 칩 이식 성공” 
척추 손상 입은 환자의 임플란트 칩 전극 중 400개 작동 중
전극 이탈 및 전선 분리 결함 등 기술적 문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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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럴링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두 번째 환자의 머리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Brain-Computer Interface) 칩을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뉴럴링크는 올해 말까지 8명의 환자에게 추가 임상 실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두 번째 임상도 성공적”

4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2일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컴퓨터 과학자이자 인플루언서인 렉스 프리드먼(Lex Fridman)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두 번째 환자의 현 상태를 첫 공개했다. 머스크는 두 번째 환자의 뇌에 이식된 전극 400개가 작동 중이라며 “두 번째 임플란트도 매우 잘 된 것 같다. 많은 신호와 전극이 매우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럴링크는 신체 손상을 입어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의 뇌에 BCI 장치를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 뉴럴링크 장치는 환자의 뇌에 1,024개 전극을 이식하는 방식인데, 두 번째 환자의 뇌에서 이 중 400개가량이 작동 중이라는 뜻이다. 현재 뉴럴링크는 두 번째 환자에 이어 새 이식 대상자를 찾고 있다. 머스크는 “올해 8명의 환자에게 추가로 임플란트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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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의 BCI를 이식한 사지마비 환자 놀런드 아르보가 생각만으로 체스를 두고 있다/사진=뉴럴링크 X

사지마비 남성, ‘텔레파시’로 체스게임

머스크는 두 번째 환자의 신상정보와 수술 시점 등에 대해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올해 초 수술을 받은 첫 환자와 유사한 척수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첫 환자인 놀런드 아르보(Noland Arbaugh)는 다이빙 사고로 사지가 마비된 경우였다. 아르보는 지난 1월 두개골에 이식한 뉴럴링크의 반도체 ‘텔레파시’의 도움을 받아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와 키보드를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뉴럴링크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아르보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컴퓨터 커서를 움직여 체스를 두는 동시에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눴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르보가 보여준 멀티태스킹 능력에 대해 “기존 BCI에선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라고 짚었다. 사람 뇌 신호를 해독하는 BCI가 동시에 여러 사고를 해야 하는 멀티태스킹을 구현하는 건 기술이 그만큼 고도화됐다는 뜻이다.

뉴럴링크의 텔레파시는 머리카락의 4분의 1 크기로 작은 실 모양의 전극을 갖고 있다. 텔레파시를 두개골 하단에 부착하면 인간의 뇌 속 정보를 전류 형태로 전달하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의 전기 신호를 수집한다. 뇌 신호에는 눈 깜빡임부터 심장 박동 등 여러 필요 없는 신호들까지 잡음처럼 섞여 나오는데 텔레파시는 이를 제거하고 중요 정보를 구분한다. ‘왼쪽 팔을 움직일 때는 A, 화가 나면 B’ 등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다른 뇌 신호를 파악하는 식이다. 한 사람의 뇌 신호를 모아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추출된 신호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도 구분한다. 또한 무선 충전이 가능해 거추장스러운 전선을 달지 않아도 된다. 생각만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제어한다는 뜻에서 텔레파시란 이름이 붙었다.

BCI 수준을 가르는 요소는 뇌 신호를 얼마나 잘 읽어 내는지 여부다. 방법은 두 가지로, 먼저 수술로 머릿속에 칩(전극)을 넣는 ‘침습’형, 두피에 센서를 붙여 뇌파를 수집하는 ‘비침습’형이 있다. 비침습은 침습보다 쉽지만, 뇌 신호가 두개골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강도가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머스크가 두 번째 임상 성공을 발표한 날, 팟캐스트에서는 아르보와 뉴럴링크 임원 3명이 함께 출연해 임플란트 수술 과정과 경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아르보는 “임플란트를 받기 전에는 막대기를 물고 태블릿 화면을 눌러 컴퓨터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생각하기만 하면 된다”며 “장치 덕에 어느 정도 독립성을 되찾고 간병인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아르보는 수술 후 활성 전극 수가 감소하는 문제를 겪었으나 현재 해당 문제는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뉴럴링크는 알고리즘을 더 민감하게 수정해 장치를 복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10~15% 정도의 전극만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아르보가 생각만으로 커서를 조작하는 속도 부문에서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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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럴링크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임플란트 칩 ‘텔레파시’/사진=뉴럴링크

내부 관계자 “전선·전극 이탈하면 뇌 염증 일으킬 수도”

다만 기술적 결함 문제 등은 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 5월 로이터는 뉴럴링크의 뇌 이식 칩에 탑재된 부품이 분리돼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이 문제에 대해 익명의 관계자 5명의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실시된 뉴럴링크 동물실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해당 칩에는 뇌 신호를 해독하기 위한 전극이 있는데, 이식 후 전선이 수축하면서 전선과 전극이 칩에서 이탈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칩 이식 수술을 받고 시간이 지나면 칩의 전선이 분리되며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뉴럴링크는 동물실험 과정에서 이미 이러한 결함을 확인했지만, 재설계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임상을 그대로 추진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뉴럴링크의 블로그에도 칩에서 전선이 분리됐다는 사실이 언급됐다”며 “그러나 뉴럴링크는 64개 전선과 전극 중 몇 개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는지, 이것이 아르보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에 해당 사실을 제보한 또 다른 뉴럴링크 관계자에 따르면, 뉴럴링크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을 계속할지 칩을 다시 설계할지 오랜 기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을 계속하면 전선이 분리되었을 때 신체 내 조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으며, 환자의 안전과 임상 성공 여부 모두 불확실하다는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칩을 재설계하더라도 이미 이식 수술을 받은 아르보는 장치를 제거하거나 보완하기 위한 수술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의료기기의 성능적 결함이 발생하는 것은 일반적이며, 출시 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시험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미 동물실험 과정에서 칩의 전선이 돼지의 뇌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보고된 상황에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뉴럴링크의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