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핵심은 ‘큐텐테크놀로지’, 기형적 재무 운영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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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 계열사 자금 '큐텐테크놀로지'로, 수상한 거래
계열사 대여자금 사후 승인, 대표 모르는 자금 사용도
정작 완전자본잠식 시달리는 이커머스 계열사는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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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Qoo10 Pte. Ltd.)의 기술 전문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옛 지오시스, 이하 큐텐테크)가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됐다. 큐텐 플랫폼의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큐텐테크가 티몬과 위메프의 기술은 물론 돈까지 모두 틀어쥐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계열사들의 IT를 전담한 것은 효율화를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으나, 재무까지 한곳에서 관리하는 것은 기형적 운영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피인수 회사를 움켜쥐고 장악하려 했던 전략은 도미노 붕괴를 일으킨 자충수가 됐다.

검찰, 큐텐그룹 컨트롤 타워 ‘큐텐테크’ 등 압수수색 진행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큐텐테크 본사 사무실과 티몬, 위메프 사무실 3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3차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에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구영배 큐텐 대표 자택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큐텐 사무실 등 총 10곳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하지만 확보할 자료가 많아 추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이후 나머지 사업장에 대해서도 추가로 압수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큐텐테크는 큐텐의 플랫폼 개발과 운영이라는 사업 명목 아래 큐텐의 관계사를 상대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큐텐 Pte.Ltd.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다. 큐텐테크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마켓을 매각하고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하던 2010년 5월 지오시스로 설립됐다. 구 대표는 지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10년간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하지 않기로 약정했는데, 큐텐이라는 법인은 싱가포르에서 설립했지만 IT 개발이나 운영 등은 한국에서 하기 위해 큐텐테크를 설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은 큐텐의 한국 법인인 큐텐코리아가 이번 사태의 중심축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 대표가 큐텐테크를 통해 한국 이커머스 계열사들을 통제·관리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법원의 법인등기기록에 따르면 큐텐코리아에는 구 대표가 등기임원으로 참여한 기록이 없다. 반면 큐텐테크 법인등기기록에는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 구 대표는 2010년 5월 큐텐테크 설립 당시부터 등기이사로 참여했으며 2012년 4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현재는 큐텐코리아 목주영 대표와 최길형 위메프 개발본부장이 등기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 8월 취임한 현 김효종 큐텐테크 대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큐텐 일본법인 대표, 2023년 위메프 대표를 역임했다. 구 대표와 측근들이 전부 큐텐테크에 관련돼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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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거래로 성장한 큐텐테크놀로지

주목할 만한 점은 큐텐테크가 다른 계열사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홀로 승승장구하며 이익 성장세를 이뤄왔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큐텐테크의 지난해 매출은 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3% 신장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무려 1,284% 이상 증가했다.

큐텐테크가 약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가 자리하고 있다. 큐텐은 3사를 인수한 이후 각 사의 인력 재배치를 통해 IT 관련 인사를 큐텐테크로 전입시켰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운영되던 IT 인력을 큐텐테크로 통합하며 하나의 연합을 만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큐텐테크는 큐텐을 비롯한 연합 3사의 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면서 매출과 이익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티몬과 위메프 인수 이후 조직을 정비를 통해 큐텐테크의 사세와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이런 큐텐테크는 그간 큐텐그룹의 ‘자금 창고’ 역할을 해 왔다. 실제로 큐텐테크의 특수관계자와의 자금거래내역(차입, 대여)을 분석해 본 결과 큐텐그룹의 자금 흐름이 싱가포르 법인과 큐텐테크로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례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기준 위메프는 티몬으로부터 50억원(250억원 가운데 200억원 상환) 규모의 대여금을 제공받았고, 위메프는 특수관계인인 큐텐 Pte.Ltd.에 131억원을 대여했다. 큐텐 Pte.Ltd.는 인터파크커머스에서도 280억원의 대여금을 제공받았다. 이후 자금이 풍부해진 큐텐 Pte.Ltd.는 큐텐테크에 175억원 규모의 차입을 제공했고, 인터파크커머스도 큐텐테크에 215억원을 대여했다.

큐텐테크는 차입금과 기타 채무를 통해서도 자금을 동원했다. 큐텐 Pte.Ltd.로부터 196억원의 자금을 빌렸으며, 인터파크커머스에서는 215억원의 장기차입금을 포함해 총 223억원의 채무를 지고 있다. 장기차입금의 연 이자율은 4.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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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도 모르는 회삿돈 행방, 계열사 자금 쥐락펴락

하지만 내부 승인 절차는 비정상적이었다. 티몬의 사례만 봐도 지난 4월 11일 티몬에서 200억원을 빌릴 당시 대여금 집행 문서의 기안일은 지난 4월 11일이었으나 류광진 티몬 대표의 최종 승인이 난 것은 나흘 뒤인 15일로 확인됐다. 이미 티몬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뒤 사후 결제가 이뤄진 셈이다.

같은 일은 올해 초에도 있었다. 지난 1월 11일 금리 4.6%로 1년 만기 자금 50억원을 티몬에서 빌렸는데 이 당시에도 대표의 승인은 자금 대여가 집행된 날로부터 19일이나 지난 1월 30일에야 이뤄졌다. 전반적인 흐름을 보면 큐텐테크 측이 이런 자금 이동을 사전에 류 대표와 상의하지 않았거나 류 대표가 대여금 집행 시점에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짙다.

계열사 살리기는 뒷전, 곳간 빼먹기에만 집중

문제는 흘러간 자금 중에 이번 사태를 촉발한 판매 정산 대금도 섞여 있었다는 점이다. 업계의 추산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해 말까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큐텐테크를 통해 1,700억원가량을 흡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미국 이커머스 계열사 위시의 인수 자금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 구 대표도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원을 위시 인수대금으로 썼으며 이 중에는 판매 대금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했다.

더욱이 자금이 모인 큐텐테크는 싱가포르 소재 종속회사인 큐브네트워크에 96억원, 큐텐코리아에 102억원 등의 대여를 실시했지만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한 눈에 띄는 지원은 없었다. 큐텐그룹의 자금을 운용하는 중책을 맡았음에도 자본잠식으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계열사들은 외면한 것이다. 큐텐이 이커머스의 곳간 빼먹기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위메프만 해도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1억원에 불과하다. 2022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7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큐텐이 인수한 후 3분의 2 이상 줄어들었다. 71억원이라는 자산은 위메프의 지난해 연간 판매비와 관리비(2,169억원) 대비로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위메프의 이익이 크게 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는 영업손실만 1,025억원에 달한다.

티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의 2022년 기준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기간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했지만, 유동자산은 1,309억원으로 22% 줄었다. 유동자산을 당장 현금화해도 유동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태라는 의미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인 감사보고서도 아직 내지 못했다.

이에 구 대표는 큐텐테크와 티몬, 위메프를 합병해 운영 효율성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사태 수습 이후에도 그룹 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한 비용구조 개선, 수익성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 파트너사 조합을 통한 경영과 이사회 직접 참여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계열사별로 주주 구성이 달라 합병 과정에서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작업은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수백억원에 달하는 그룹의 자금이 움직이는 것을 계열사가 통제하는 기형적 구조에 대한 당국의 칼날도 피하기 어렵다. 각 플랫폼의 재무 업무가 큐텐테크에 모이다 보니 자금 흐름에 대한 관리·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큐텐테크에 집중된 자금의 흐름이 무너지면서 큐텐 계열 플랫폼의 연쇄적 붕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