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라이즌, 5G 투자 설비에 13조원 쏟아붓는다 “삼성의 5G 승부수 빛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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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즌, 5G 서비스 범위 확대 위한 설비투자 추진
경쟁사 대비 5G 도달 범위 좁아, 5G 가용성 7.7%
삼성 네트워크 사업부, 버라이즌 수주 확대로 반등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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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인 북미 최대 이동통신 회사 버라이즌이 5G(5세대 이동통신) 설비투자를 확대하면서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버라이즌은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인 티모바일, AT&T에 비해 5G 서비스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버라이즌, 내년 5G 투자에 96억 달러 투입

6일 업계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내년 5G 서비스 범위 확대를 위해 올해 대비 4.3% 늘어난 96억 달러(약 13조291억원)의 설비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 1위 이통사인 SK텔레콤의 연간 설비투자(1조7,400억원) 대비 7.5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스 베스트베리(Hans Vestberg)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미국은 무선통신 인프라 확장이 필요한 국가 중 하나”라며 “소비자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교육 서비스 등을 받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버라이즌이 5G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경쟁사 대비 통신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버라이즌의 5G 가용성은 7.7%로, 1위 티모바일(67.9%), 2위 AT&T(11.8%)에 밀려 3위에 그쳤다. 5G 가용성은 이동통신이 사용되는 장소에서 5G에 접속 가능한 시간의 비율을 뜻한다. 5G 가용성이 낮다는 것은 신호의 도달 범위가 좁아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버라이즌의 실적이 안정적인 만큼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올 2분기 버라이즌의 매출은 328억 달러(약 45조114억원)로 전년 대비 0.6% 늘었고, 영업이익은 45억 달러(약 6조1,708억원)로 지난해 동기(46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미국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 등 외신과 증권가도 지난 2분기 버라이즌의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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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1월 이재용 회장(당시 부회장)이 미국 뉴욕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버라이즌과 5G 장비계약 체결한 삼성전자, 수혜 전망

버라이즌의 이번 설비투자 확대에 따라 삼성전자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버라이즌은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한 곳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를 버라이즌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C밴드 시장을 겨냥한 다중입출력장치(Massive MIMO)와 인빌딩 솔루션, 네트워크 최적화 도구 등 신규 포트폴리오를 선보였으며, 올해 6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뉴욕 버라이즌 본사를 방문해 베스트베리 CEO와 회동하는 등 통신 분야 협력 강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버라이즌 수주 확대에 힘입어 전 세계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 시장에서 8억3,300만 달러(약 1조1,34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22년까지는 일본 후지쯔(Fujitsu Ltd)가 오픈랜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었으나 버라이즌과 손잡은 지 1년 만에 판도가 바뀐 것이다.

통신장비 시장 침체, 삼성 NW사업부 인력 전환 배치

하지만 이후 통신장비 시장은 수요 감소로 인한 침체를 겪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5G 네트워크 구축을 마무리하면서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통신장비 사업을 맡고 있는 네트워크(NW)사업부는 실적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NW사업부 국내 인력 4,000여 명 중 700명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는 인력 조정안을 확정했다. 이는 전체 국내 인력의 20%에 가까운 규모다. 글로벌 통신시장 침체로 적자가 심화되면서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긴축 경영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NW사업부는 5G 시대 개막을 앞두고 중국 화웨이에 맞서 통신장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대폭 강화해 왔다. 이 과정에서 무선사업부 인력 400여 명이 NW사업부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통신장비 수요 감소로 NW사업부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인력 감축을 포함한 긴축 경영이 불가피해진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NW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3조7,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7% 감소했다. 올 1분기 매출도 지난해 동기보다 31.5% 줄어든 7,400억원에 그쳤다.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 등 주요 해외시장의 매출도 전 분기 대비 모두 감소했고, 최근에는 대형 수주계약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버라이즌의 5G망 투자가 진행되면 삼성전자 NW사업부의 실적 반등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