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건너 카페’ 포화 속, 서울 커피전문점 폐업 건수 역대 최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
카페 1분기 폐업, 7% 늘어난 1,101곳
고물가·내수부진으로 침체에 빠진 외식업계
저임금 1만원 시대, 자영업자 부담 더 커져
올해 들어 서울에서 폐업한 카페 수가 최다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커피 소비량은 해마다 증가 추세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생존 기로에 놓인 모습이다. 국제 커피원두 가격 상승과 시장 포화, 해외 고급 카페의 국내 진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포화 시장 속, 카페 폐업 증가
13일 서울시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폐업한 카페 수는 1,101곳으로 전년 동기(1,028개) 대비 7% 증가했다. 서울시가 2016년 3분기 상권 정보를 오픈한 이래 최다 폐업 수다. 반면 개업 수는 1,147곳으로 전년 동기(1,216곳)대비 6% 줄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폐업한 점포는 11% 늘었고 개업한 곳은 6% 감소했다. 경기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폐업한 카페 수는 984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폐업은 2% 늘었다.
문을 닫는 카페들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전세계적 이상 기후 여파로 국제 커피원두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카페에서 주로 사용하는 커피 원두 아라비카 국제가격은 지난 5월 파운드당 2.01달러로 전년(1.87달러)보다 약 7.5% 상승했다. 이는 커피 국제가격이 하락했던 2020년보다 81.1% 급등한 수치다. 원두값이 치솟으면 대량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원두를 구매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개인 카페들은 최종가격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커피 시장이 극심한 포화 상태에 이른 점 또한 자영업자들의 입지를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2022년 말 기준 10만729곳으로, 처음으로 10만 곳을 넘어섰다. 2016년 5만1,551곳에서 6년 새 두 배로 불어난 것으로 ‘한집 건너 있다’는 치킨집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치킨집이 6만1,000개인 데 반해 커피·음료점은 4만9,000개에 그쳤으나 2021년 말부터는 커피·음료점(8만4,000개)이 치킨집(7만6,000개)의 점포 수를 앞질렀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부담
세계 유명 카페 체인들이 한국에 대거 진출한 상황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9월 롯데백화점은 국내 최초로 ‘커피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모로코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Bacha Coffee)의 국내 프랜차이즈 및 유통권 단독 계약을 체결, 지난 1일 서울 청담동에 모로코 바샤커피 국내 1호점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연내 명동 본점에 2호점을, 내년 초에는 잠실점에 3호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캐나다의 국민 커피 브랜드 팀홀튼(Tim Horton)도 지난해 12월 서울 신논현역점을 시작으로 한국에 진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 개점 한 달 만에 도넛류 약 30만 개, 커피류 10만 잔 이상을 판매한 팀홀튼은 5년 내 국내 매장을 15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미국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의 커피 프랜차이즈 랄프스 커피(Ralph’s Coffee)와 노르웨이 커피 브랜드 푸글렌(Fuglen)도 국내 입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끝 모를 내수 부진, 자영업자 부담 가중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내수 소비 침체도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여윳돈이 부족한 소비자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 밖에서 사 먹지 않거나 초저가만 찾으면서 자영업자들이 도저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것이다. 특히 영세 사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최근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1분기 경영 지표를 보면,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317만원으로 전년 대비 7.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23.2% 줄었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상승하는 최저임금도 부담이다.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는 2025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860원) 대비 1.7% 인상한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고용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소상공인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직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15만9,000명이던 ‘나홀로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426만9,000명으로 2.6% 증가했다.
문제는 폐업한 자영업자의 고통이 폐업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실업자(91만8,000명) 중 최근 1년 사이 자영업을 했던 이는 평균 2만6,000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평균 2만1,000명)보다 약 23% 늘어난 수준이자, 같은 기간 전체 실업자 증가율(6.9%)보다 3배 이상 높다. 사업 부진으로 폐업한 후 별다른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폐업 후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자영업자도 증가 추세다. 올해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지난 1년 사이 자영업자로 일했던 사람은 월평균 26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가 아니면서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를 일컫는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영세 사업자에서 두드러졌다. 상반기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이전 직장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였던 이는 23만7,0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3% 늘었다.
계속되는 내수 부진은 기지개를 켜는 경기 회복세를 끌어내리는 등 경제에 치명적이다. 이에 정부가 지난달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투자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어 내수 반등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