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DS] 구글 신호등 최적화 AI ‘그린라이트’, 환경 개선 효과는 ‘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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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일부 교차로에서 긍정적인 효과 보여
구글 지도 데이터로 학습해 비용 획기적으로 낮춰
단, ‘정차 횟수’라는 한 가지 변수만 최적화했단 지적도

[해외DS]는 해외 유수의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구글이 교통 체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AI를 내놨다. 일명 ‘그린라이트(Green Light)’ 프로젝트로 운전자가 신호등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해당 AI는 5개의 교차로에서 테스트를 거쳤는데, 그 결과 도로 교통이 원활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라이트는 시애틀과 브라질 리우제자네이루, 인도 콜카타 등 교통이 혼잡하기로 악명 높은 지역을 포함해 12개 도시에서 파일럿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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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cientific American

스스로 교통 정리하는 그린라이트

그린라이트는 도로에 센서를 직접 부착하지 않고 구글 지도 데이터를 이용해 도로 상황을 파악한다. 따라서 다른 제어방식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호등을 제어한다. 구글은 신호 대기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혼잡한 도로와 교차로의 교통 상황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소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린라이트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시애틀 교통부 대변인 마리암 알리(Mariam Ali)는 그린라이트를 통해 교통 상황이 개선됐으며 그린라이트가 스스로 교통 상황을 인지하고 병목현상을 식별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한 2024년 구글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라이트로 인해 교차로에서 정차 횟수와 배기가스 배출량이 각각 30%, 10% 감소했다. 이에 힘입어 구글은 점차 더 많은 도시로 그린라이트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호등 제어방식의 일장일단

신호등을 제어하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고정 시간 △감응 △적응형 제어 등이다. 이 중 가장 오래된 방식은 교통 상황과 관계없이 신호 시간을 고정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호등 도입 초기에 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다음으로는 감응을 활용한 방식이다. 도로 밑에 센서를 부착해 차량 유무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신호등을 제어한다. 주로 땅이 넓은 미국과 중국에서 사용되는 방식으로 한국에서는 좌회전 감응신호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적응형 신호는 여러 교차로에 센서를 부착해 교통 상황을 파악하고 알고리즘이 교통 상황에 맞게 신호 대기 시간을 조정한다.

하지만 적응형 신호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피츠버그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에서 교통 제어를 연구하는 알렉산다르 스테바노비치(Aleksandar Stevanovic) 토목환경 엔지니어는 미국에서 약 4~5%만이 적응형 신호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적응형 신호등은 높은 성능을 보이지만, 그에 따른 설치 및 유지 보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 교통부에 따르면 적응형 신호등의 초기 투자 비용은 교차로당 수만 달러에 달한다.

그린라이트, 구글 지도 데이터 활용해 비용 절감

그러나 그린라이트는 값비싼 고정 센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현장 관측 또한 필요 없어 저렴한 신호등 제어방식으로 꼽힌다.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에서 교통 연구소를 이끄는 헨리 리우(Henry Liu) 토목환경 엔지니어는 구글 지도 데이터가 ‘모바일 센서’ 역할을 대신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데이터가 가진 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구글은 그린라이트의 작동 원리를 공개했다. 사람들의 주행 기록을 기반으로 각 교차로에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해 방대한 정보를 처리했다. 머신러닝 모델은 차량이 반복적으로 감속하고 정지하는 교차로를 예측해 정확한 신호등 타이밍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와 관련해 구글 리서치 프로젝트 매니저인 마테우스 버블로트(Matheus Vervloet)는 차량 이동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존에 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교통 상황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차 횟수’만 고려한 그린라이트, 실효성은?

다만 일각에서는 그린라이트가 다른 최신 기술과 비교해 유의하게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린라이트를 미시간주 버밍햄에서 테스트한 결과, 교차로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정지 횟수가 각각 20%, 30%나 감소했다. 하지만 리우 엔지니어는 “모든 것은 비교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러한 수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이어 버밍햄은 고정 시간 신호등만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린라이트 외에 다른 신호 제어 방식이 도입됐어도 상당한 개선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구글은 70개 교차로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적응형 신호등을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린라이트와 최신 기술을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그린라이트의 활용처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린라이트는 신호등에서 ‘정차 횟수’라는 한 가지 변수를 최적화하는 데 힘 쏟았다. 이에 교통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방식이 도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대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버스 노선에 우선순위를 두거나 통근자들이 주거 지역을 통과하지 않도록 하는 등 여러 상황을 반영해 신호등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차 횟수에만 집중한 제어방식은 뚜렷한 한계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교통 체증 완화 =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구글은 신호등 대기 시간 최소화를 목표로 AI를 개발했다. 버블로트 프로젝트 매니저는 한 발 더 나가 그린라이트의 임무는 교통 관련 탄소 배출을 줄이고 도시가 지속 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구글이 공개한 결과를 보면 그린라이트가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구글은 공해가 일반 도로보다 교차로에서 29배 더 높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린라이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차의 공회전을 줄이고 교통 체증을 감소시켜 지역 오염을 막자는 논리다. 그러나 교통 체증 완화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는 반박이 뒤따른다. 2022년 미국 의회예산처 보고서에 따르면 도로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의 약 2%만이 교통 체증으로 발생했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미미한 부분이다. 게다가 교통 체증 완화로 운전 수요가 증가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이 공회전 감소로 줄어든 부분과 운전 수요 증가로 늘어난 부분 중 어느 것이 더 클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편집진: 영어 원문의 출처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