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자율주행 리콜’ 등 악재 겹친 테슬라, 안전성 우려 넘어설 돌파구 마련 가능할까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 화재 사고, 미국 주간 고속도로 폐쇄
한국서도 화재 사고 연달아 발생, 전기차 안전성 우려 확산
자율주행도 안전 문제 직면, "테슬라 양 날개 모두 꺾일 수도"
국내에서 잇단 전기차 화재로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테슬라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테슬라 및 전기차에 대한 신뢰도 점차 하락하는 모양새다.
테슬라 전기트럭 화재 발생
22일(현지시간) 지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 시각) 오전 3시 15분께 새크라멘토에서 북동쪽으로 약 113㎞ 떨어진 주간 고속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테슬라 전기트럭 세미(Semi)는 갑자기 도로를 벗어난 뒤 갓길 옆에 있던 나무와 충돌했다. 이후 전기차의 배터리에서 불이 나기 시작해 온도가 500도 넘게 치솟았고, 결국 고속도로는 완전히 폐쇄됐다. 고속도로 이용이 재개된 건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6시간이 지난 오후 7시 20분이었다.
사고 발생 이후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와 함께 해당 사건에 대한 안전 조사를 개시했다. NTSB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관련된 화재 위험에 관심을 두고 조사를 결정했다”며 “잔해를 조사하고 충돌 및 화재로 이어진 이번 사건의 세부 정보를 수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잇단 화재, 주요 원인은 ‘배터리 열 폭주’
테슬라 전기차가 화재 사고로 물의를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선 지난 16일엔 한국 경기 용인시 기흥구 구갈동 노상에 있던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화재 사건의 원인은 테슬라 전기차 하부 배터리의 열 폭주였다. 열 폭주는 리튬배터리 내부 온도가 1,000도까지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 화재는 3시간 10여 분 만에 진화돼 인명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으나 사고 발생 차량은 완전히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테슬라에 의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1월 7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테슬라 서비스센터에 주차된 테슬라 모델X 차량에서 갑작스럽게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차주는 화재 발생 전 ‘전력 감소 및 주행 불가’라는 경고 메시지가 뜨고 시동이 꺼지는 현상을 겪어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주가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의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 안팎에서 물이 끓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차량 아래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는 게 서비스센터 직원의 설명이다. 이 사건에서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 역시 배터리 열 폭주였다.
테슬라 전기차-자율주행 안전성 우려 확산
이처럼 배터리 문제에 의한 화재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테슬라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소폭 오른 223.82달러로 시작했으나 이내 하락세로 전환, 오후 4시 30분 기준 210.66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5.65%가량 급락한 수준이다.
문제는 전기차 화재 이슈로 테슬라가 양 날개가 모두 꺾일 위기에 처했단 점이다. 그간 테슬라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축으로 성장을 이뤄왔는데, 지난해부터 이 ‘투트랙 전략’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주행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이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부쩍 늘어난 탓이다. 이에 테슬라는 즉각 차량 200만 대에 대한 리콜 조치를 취했으나 브랜드 가치 훼손은 불가피했다.
지난 3월 미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자율주행 시스템 평가 결과 ‘불량(Poor)’ 판정을 받았단 점도 안전성 우려를 키웠다. 당시 데이비드 하키(David Harkey) IIHS 회장은 “일부 운전자들은 부분 자율주행으로 장거리 운전이 더 쉬워진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운전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많은 충돌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시스템에 적절한 보호 장치가 없으면 새로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테슬라의 문제를 지적했다. 운전자가 도로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게 골자다. 주력 사업 모두가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마땅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