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의 유명무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흥행 참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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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간 보험 계약 건수 6만2,000여 건에 불과
가입 번거롭고 참여 보험사 적어 '유의미한 비교' 불가
보험사-플랫폼사 견해차 뚜렷한데 당국은 "개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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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야심 차게 출시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한 계약 건수가 하루 평균 300여 건에 그치는 등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부 보험사만 참여한 탓에 비교·추천이라는 목적이 무색해진 영향이다.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가 서비스와 관련해 갈등을 빚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적극적인 의사결정에 나서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서비스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빛 좋은 개살구 된 ‘보험 비교 서비스’

27일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부터 지난 8일까지 자동차보험·해외여행보험·펫보험·용종보험·저축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이용자는 67만 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된 건수는 6만2,000여 건으로, 하루 평균 305건에 불과했다. 자동차보험 가입 건수는 한 해에 2,500만 건(하루 평균 6만8,000건)에 달하고,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보험 누적 가입 건수가 127만 건(하루 평균 7,000건)을 돌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이다.

계약 건수가 저조한 이유는 서비스를 통해 가입할 상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펫보험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메리츠화재는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결국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한 계약 건수는 지난달 19일 출시 이후 약 2주가 지나서야 100건을 겨우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경우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동양생명 등 4곳이 판매하는 상품 4개만 비교할 수 있다.

가입이 절차도 번거롭다. 당초 플랫폼사들은 정확한 보험료를 산출하기 위해 표준API·개별API 병행을 주장했다. 표준API는 상품별 비교 항목에 대한 정의값을 미리 짜놓고 그대로 보내는 것이다. 개별API는 이를 통일하지 않기 때문에 업체별로 다양한 항목을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별API로 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면 간단한 정보만 입력해도 간편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표준API가 적용되면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기존 보험사 다이렉트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때보다 기입해야 하는 정보가 많아 불편함을 겪게 됐다”며 “이는 기존 보험사들의 다이렉트 홈페이지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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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금융위원회

보험·핀테크업계 갈등에도 당국은 방관

업계 일각에선 금융 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가 서비스를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음에도, 금융 당국이 적극적인 의사결정에 나서지 않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출시된 여행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당초 9개사가 네이버페이에서 비교 서비스를 시작하려 했지만, 플랫폼인 네이버페이와 보험사들의 수수료 입장 차이로 6곳(하나·롯데·한화·NH농협·캐롯손보·메리츠화재)만 출범하게 됐다.

이에 대해 네이버페이 측은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주장하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아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인 반면 보험사들은 네이버페이가 주장하는 수수료 수준이 금융 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같은 날 카카오페이에서 출시한 펫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애초에 보험 업체 간 이해관계가 갈려 조율에 시간이 걸리면서 출시가 미뤄졌고, 결국 3곳(KB손보·현대해상·삼성화재)만 참여한 채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금융위는 “누군가 이익을 보는 만큼,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구조기 때문에 수수료를 올리거나 내리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애초에 업계에서 조율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상생금융’을 요구했던 금융 당국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서만큼은 업계 자율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손품 파는 게 더 낫다”

올해 1월 출시한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도 흥행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49만여 명이 플랫폼을 이용했지만, 실제 계약은 10분의 1 정도인 4만6,000건에 불과했다. 서비스 출범 초기만 해도 자동차보험은 상품 설계와 보장이 비교적 단순해 표준화하기 쉽고, 의무보험으로 이용자가 많은 만큼 소비자 호응이 높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플랫폼 중개 수수료를 자동차 보험료에 반영하면서, 각 사에서 직접 가입하는 것보다 비교 서비스를 통해 가입하는 것이 보험료가 더 높았다. 결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플랫폼을 통해 보험료를 비교하더라도 홈페이지를 통해 한 번 더 비교하거나,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따로 가입해야 더 저렴하게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단순 보험 비교를 위해서는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에서 상품 정보를 공시하고 있는 보험다모아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게 더 편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플랫폼 서비스와 같이 조건을 통일해 비교할 수 있고, 더 많은 회사들의 제품을 비교할 수 있어서다.혁신금융이라는 비교·추천 서비스가 보험다모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보험업계에선 또 다른 보험 ·추천 서비스마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교·추천 서비스에 입점하려면 시스템 구축 등 여러 비용이 발생한다”며 “서비스 이용자 수가 적어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예정된 서비스에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협조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