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모회사 핀둬둬, 역대 최대 매출에도 주가 29%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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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등 50개국 진출하며 전 세계 유통시장 공략
초저가 공급망에 막대한 광고비 지출하며 수익성 악화
올해 2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하며 '성장세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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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초저가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당초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다. 손실분이 누적되고 주 수익원인 광고 수입의 성장세도 둔화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핀둬둬의 경영진마저 부정적인 전망을 전하면서 미국 뉴욕 증시에서 핀둬둬 주가가 하루 만에 28% 급락했다. 공급 과잉의 시대, 초저가 공급망을 구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확보하는 C커머스의 성장 공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핀둬둬 경영진 “이커머스 경쟁 심화로 어려운 상황”

26일(현지시각)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970억6,000만 위안(약 18조1,3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어난 320억1,000만 위안(약 5조9,8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2배가량 증가한 고성장세지만 천레이 핀둬둬 그룹 회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글로벌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매출과 수익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언급하며 부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실제로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2분기이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 시장 기대치인 999억8,500만 위안(약 18조6,700억원)에 못 미쳤다. 핵심 수익원 중 하나인 광고 수입의 성장세도 둔화됐다. 2분기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광고 수입은 491억2,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성장률 57%, 56%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2분기 비용은 전년 대비 80%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이날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자오자전 핀둬둬 공동 CEO는 “전자상거래 산업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과 같은 성장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금 지급에 대해서도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며, 가까운 미래에도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식 시장에서는 테무의 경영진이 내놓은 비관론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냈고 이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핀둬둬의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28.5% 하락한 1주당 1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급 과잉에 기댄 기형적 공급망, 지속 성장 어려워

지난해만 해도 테무는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전 세계를 공략했다. 2022년 9월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불과 1년 반 만에 전 세계 50개국에 진출하며 주요국의 유통시장을 흔들었다. 지난해 테무의 상품 거래액은 164억 달러(약 22조 원)에 달했고 지난해 3억3,80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쇼핑 애플리케이션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600만 명에 육박하며 G마켓을 제치고 쇼핑 앱 4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테무의 성공 배경에는 중국의 중소·영세업체를 모아 효율적인 초저가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이 있다. 주 1회 최저가 입찰을 통해 유사 제품에 대해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판매자에게만 제품을 팔 권리를 주기 때문에 판매자는 낙찰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엄격한 벌금 규정도 운영한다. 배송이 지연되거나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판매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이 때문에 벌금과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다가 테무 판매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중국의 공급 과잉 구조에 기반한 것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유통망을 구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시점부터 내수 소비 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진입한 탓에 제품을 공급할 중소업체가 넘쳐났다. 테무는 이렇게 초저가 공급망을 구축한 이후에는 막대한 광고비를 투입해 소비자를 유인했다. 지난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만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광고비를 쓰면서 메타의 최대 광고주 자리에 올랐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빠르게 둔화한 탓에 소비자의 구매 여력이 줄자 징둥닷컴을 비롯해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 바이트댄스의 틱톡샵, 쉬인 등과 중국 플랫폼 사이에서도 초저가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등 출혈 경쟁이 이어지자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소비자 판매가격에서 제품 공급가격, 물류비, 마케팅 비용을 제하고 남는 게 없어 적자만 누적됐고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테무가 입은 손실은 주문 1건당 7달러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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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커머스 공습에 쿠팡·SSG 등 국내 이커머스도 휘청

이 같은 수익 둔화는 비단 테무만의 일은 아니다. 중국은 물론 국내 이커머스들도 무한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다. 테무에 앞서 알리바바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고 순이익은 29% 감소하며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연이은 실적 둔화에 지난 20일에는 미국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징둥닷컴의 지분을 시세보다 10% 이상 싼 가격에 대규모 매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내 유통기업들도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와의 초저가 경쟁의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국내 1위 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올해 1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61% 감소했다. 지난해만 해도 업계에서는 쿠팡이 공격적 투자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계획된 적자’ 단계를 끝내고 수익 확보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습으로 점유율에 위협을 받으면서 쿠팡은 다시 ‘투자 확대’ 기조로 돌아섰다.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범석 쿠팡 의장이 처음으로 C커머스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C커머스 공세에 고강도 긴축 경영에 돌입한 기업도 다수다.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은 지난달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또 기존 4개 본부를 2개 본부로 줄이며 조직을 통합했다. 앞서 6월에는 롯데온과 11번가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11번가의 경우 세 번째 희망퇴직으로 최근에는 임대료 절감을 위해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입주했던 본사를 오는 9월 경기도 광명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롯데온도 비용 감축을 위해 일부 사업부를 공유오피스로 변경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