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노조 파업에 1만 대 이상 생산 차질, 완성차 업계 노조 리스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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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에 몸살 앓는 한국GM, "7월에만 1.1만 대 이상 생산 차질"
실적 개선 성공했지만 결손금은 여전, "노조 요구 수용 여력 없어"
과도한 파업 양상에 외국인투자기업의 '한국 철수' 우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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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수출이 많은 차종(트랙스 크로스오버)을 제조하는 한국GM이 노동조합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들이 부분 파업에 들어간 탓에 지난달에만 1만1,000대 이상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 역시 임단협 협상을 끝내지 못한 상황인 만큼, 파업에 따른 악영향이 업계 전반에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GM 파업 장기화, 사측은 임단협 재교섭 타진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이날 노조 측과 임단협 재교섭을 시작한다. 한국GM 노사는 앞선 지난 두 달간 임단협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차례 협상 끝에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등이 담긴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기도 했으나,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합의안이 최종 부결되면서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 측은 지난달 1일부터 평일 연장 근무와 주말 특근 등 잔업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8일부터는 파상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파상 파업은 파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공정 단위별로 진행하는 파업을 일컫는 말로, 한국GM 노조는 공정별로 4시간씩 게릴라성 파업을 이어왔다. 한국GM 창원·부평 공장의 경우 정상 가동 시 각각 1시간에 60대를 생산하는 만큼 단순 계산 시 하루에 1,000대 가까운 생산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의미다.

현재 노조는 파업 방식을 부분 파업(특정 시간대에 공장 전체가 파업하는 형태)으로 전환한 상태다. 임단협이 길어질수록 생산 차질 대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단 얘기다. 한국GM에 따르면 현재까지 차질을 빚은 생산 물량은 1만1,000대에 달한다.

이에 향후 한국GM의 손실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파업이 진행 중인 창원 공장과 부평 공장은 각각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차종을 생산하는데 두 차종 모두 한국GM의 수출 효자 차종들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총 21만6,833대가 수출됐다. 전체 국산 차 중 연간 실적 1위다. 트레일블레이저도 지난해 21만4,048대로 실적 2위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0만294대가 수출됐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한국GM 주요 품목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임단협 타결 촉구한 협력사들, 하지만

파업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자 한국GM의 협력사들은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GM 협력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GM 협신회’는 지난 22일 한국GM 노조원을 대상으로 파업 중단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 협력 업체들은 살고 싶다”고 역설했다. 이어 “평생을 몸 바쳐 왔고 우리 가족들도 매진하고 있는데, 만일에 (회사가) 잘못되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며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게 협상을 마무리해서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고, 협상 중에도 특별한 부득이한 사정이 없이는 파업이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11개 자동차 산업 관련 기관 단체인 KAIA도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5월부터 시작된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의 파업과 잔업 거부로 상당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생산 감소로 한국GM 협력 업체들의 매출이 급감, 이에 따른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부 업체는 경영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이들 부품사의 생산이 중단되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없게 되고, 한국GM과 협력 업체 모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노조의 결단을 통한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처럼 협력사들이 노조 측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건 노사 간 갈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이들 협력사기 때문이다. 노조 파업이 지속돼 생산 차질 물량이 늘어나면 협력사들도 한국GM에 대한 납품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자생력이 현저히 낮은 중·소형 협력사들은 그대로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협력사 입장에선 하루빨리 노사 간 갈등이 마무리돼야만 하는 상황이란 의미다.

문제는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노조 측의 요구가 다소 과도해서다. 한국GM 노조 측의 요구 사항은 ▲월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성과금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15% 이상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평·창원공장 생산 물량의 30% 내수 물량 우선 배정 ▲고용안정과 신차 물량 확보를 위한 고용안정 협약서 확약 등이다. 과거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거둔 수익을 그동안 고통을 분담해 온 노조에 배분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한국GM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만한 여력이 없는 상태다. 한국GM의 지난해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시기 한국GM의 매출은 전년보다 52.4% 늘어난 13조7,3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89.5% 늘어 1조3,502억원을, 당기순이익은 613.6% 증가한 1조4,996억원을 기록했다.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한국GM은 아직 마음 놓고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전까지의 손실이 컸던 탓에 아직 결손금을 메우고 있어서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때 누적된 손실액은 3조8,193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이월결손금 잔액도 2조3,943억원으로 집계됐다. 노조 측의 요구대로 당장의 수익을 나누기엔 한국GM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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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파업 리스크, 재계서도 볼멘소리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계의 노조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국GM 외 다른 업체들에서도 노사 간 이견이 지속적으로 표출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최근 중형 SUV 액티언을 출시한 KG모빌리티는 여전히 임단협을 끝내지 못한 상태고, 르노코리아도 실적 부진 등 영향으로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는 양상이다. 기아 노조의 경우 협상이 파행을 거듭한 끝에 파업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지는 모양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노조가 가장 강하다는 독일조차 임금근로자 1,000명당 노동 손실 일수가 연간 6일 남짓에 불과하다”며 “한국은 연간 약 39일의 노동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경쟁이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국내 노조의 파업 방식이 지나치게 과격하단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일각에선 과도한 파업 양상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이 한국에서 일제히 철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대표적인 외투기업으로 꼽히는 GM은 지난 2020년 파업이 장기화하자 한국 철수를 강력히 시사한 바 있다. 당시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 부문 사장은 “노사 갈등이 몇 주 내 해결되지 않으면 본사는 장기적으로 한국 사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며 “파업이 계속되면 더 이상 한국GM에 투자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파업에 따른 손실이 가시화하면 이번에도 한국 철수를 타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단 것이다. 노동자의 기본 권익을 향상하는 건 중요한 사회적 과제 중 하나지만, 과도한 파업 양상으로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하락하고 있단 점은 정책적인 고민을 거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