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 롯데지주 비상경영 첫 타깃으로 전락 “협업사들 불똥 위기”

160X600_GIAI_AIDSNote
롯데지주, 롯데헬스케어 출범 2년 만에 ‘사업철수’ 검토
사업 론칭 첫 해 230억원 영업손실, 기술 탈취 의혹도
협업 스타트업들 "피해 최소화 위해 각자 대책 준비 중"
LOTTEHEALTHCARE_TE_20240828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신임 대표/사진=롯데헬스케어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사업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최근 비상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헬스케어·바이오 분야도 검토 대상에 포함했다. 업계에서는 롯데헬스케어와 협력한 업체들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헬스케어, 비상경영 체제 돌입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최근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철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토탈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한 지 2년여 만이다. 단기간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막대한 적자 사업을 이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초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몇 년을 해도 잘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타사에 부탁하는 것이 직원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며 앞으로도 몇 개를 매각할 것”이라고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어 신 회장은 지난달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인 ‘2024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도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해도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며 “고객과 시장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른 롯데그룹의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중이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롯데지주는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지만 그룹 전반의 수익성 개선이 주요 목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앞서 롯데면세점과 롯데케미칼도 지난 6월, 7월 각각 비상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cazzle_20240828
롯데헬스케어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사진=롯데헬스케어

제품 도용 의혹에 이미지 추락

전문가들은 롯데그룹 전반의 위기의식이 롯데헬스케어의 존속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4월 롯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탄생했다. 헬스케어는 롯데가 꼽은 핵심 신사업 분야로, 설립 당시 롯데의 유통 경험을 살려 롯데헬스케어가 의료·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강점을 드러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롯데헬스케어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설립 후 첫 사업 아이템으로 내놓은 건강 관리 플랫폼 ‘캐즐(CAZZLE)’이 국내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다. 이에 롯데헬스케어는 적극적으로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결국 롯데헬스케어는 논란이 시작된 지 5개월 만에 알고케어와의 조정 합의를 통해 캐즐에서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을 철수했다. 이에 대해 헬스케어 업계 한 관계자는 “영양제 디스펜서 기술은 해외에서도 많이 선보인 일반적인 제품”이라면서도 “다만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다툼이 너무 오랫동안 진행된 게 롯데헬스케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주사 유증에도 매출 8억원에 영업손실 229억원

롯데헬스케어의 이미지 추락은 실적 부진으로도 이어졌다. 사업을 개시한 지난해 롯데헬스케어의 연결기준 매출은 8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22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에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음에도 절반 이상의 자금을 까먹은 셈이다. 롯데지주가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에 이어 롯데헬스케어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배경이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장남이자 롯데지주의 미래성장실장인 신유열 전무에게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신사업 관리를 맡겼다. 이후 롯데헬스케어는 여러 헬스케어 기업들과 협업하며 캐즐 사업을 재정비했다. 지난해 9월 캐즐을 정식 출범하면서 올해까지 가입자 100만 명을 모은다는 목표도 내놨다.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인 아이메디신과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에는 심리상담 서비스 ‘마인드카페’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아토머스가 캐즐에 입점해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어 올해 3월부터는 유전체 검사 업체인 테라젠바이오와 식단과 생활 습관, 장 건강, 체성분 정보 등을 활용한 맞춤형 체중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임메드와는 기업 건강검진 서비스 분야에서 협업 중이다. 이 밖에도 여러 기업들이 캐즐 앱과 연동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다만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롯데헬스케어와 협업해 온 헬스케어 업체들은 저마다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만약을 대비해 자사 서비스 채널을 다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롯데가 사업을 지속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헬스케어 분야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의 헬스케어 사업에 기대가 컸는데 이런 상황이 오게 돼 아쉽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지난 2022년 9월 롯데헬스케어와 합작법인 테라젠헬스를 설립한 테라젠바이오로,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와 황태순 테라젠바이오 대표가 공동대표로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51%의 지분율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