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스티브 잡스가 ‘스타일 혁신가’였던 이유
미국 고등학생 패션 변화, 동 기간 사회 문화 변동과 일치
어릴 적 ‘스타일 혁신가’가 기술 혁신 이룰 가능성 더 높아
스티브 잡스도 졸업식에 나비넥타이, 턱시도 착용한 ‘스타일 혁신가’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1950년대 이후 60년간의 미국 고등학생 패션과 스타일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같은 기간 발생한 미국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정확히 반영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어릴 적 자신만의 개성을 독자적으로 표현하는 환경에서 자란 학생이 어른이 돼 기술 혁신과 경제적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972년 졸업식에서 남들이 잘 하지 않던 장발에 나비넥타이와 턱시도를 착용한 애플(Apple)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고등학생 졸업 사진 1,400만 장 분석해 스타일과 패션 변화 추적
한스요아힘 보스(Hans-Joachim Voth) 취리히대학교(University Of Zurich) 교수와 다비드 야나기자와-드롯(David Yanagizawa-Drott) 동 대학 교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의 도움을 받아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촬영된 1,400만 장의 미국 고등학생 졸업앨범 사진들을 분석해 그들의 스타일과 패션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를 ‘자기표현’(individualism), ‘전통 고수’(persistence), ‘스타일 혁신’(style novelty) 등 세 가지 기준으로 측정했는데 ‘자기표현’은 말 그대로 같은 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노출했는지를 보여주며, ‘전통 고수’는 당시 학생들이 20년 전과 얼마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스타일 혁신’은 이전과 다른 스타일이 얼마나 많이 출현했는지로 정의했다.
연구 자료 중 뉴욕 지역 한 고등학교의 1966년 졸업생들을 보면 모두 비슷한 정장과 넥타이, 셔츠에 면도한 얼굴까지 상당한 유사성을 보여준다. 연구진이 계산한 이들의 ‘유사성’(similarity) 점수는 0.9로 매우 높고 ‘자기표현’ 점수는 0.098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또한 같은 학교를 20년 차이로 졸업한 학생들 사진을 비교해 ‘전통 고수’ 점수가 높은 학교와 낮은 학교를 가려냈다.
50년대 ‘순응주의’에서 60년대 이후 ‘다양성’의 문화로
연구의 출발점인 1950년대 고등학생들의 패션은 사회 규범과 전통의 준수를 강조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남학생들은 짧은 스포츠형 머리와 정장에 넥타이를 맸고 여학생들은 얌전한 드레스에 세심하게 매만진 헤어스타일로 모두가 동일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하지만 60년대 들어 일어난 사회적 격변에 발맞춰 고등학생들의 외모도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60년대 중반 거세게 등장한 여성 인권 운동(women’s rights movement)의 영향으로 여학생들의 패션 스타일이 남학생들과 동질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결같았던 남학생들의 스타일은 이전 세대의 규범을 거부하고 개성을 추구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대로 변화를 시작해 긴 머리, 다양한 색상과 스타일의 의상 등이 새로운 패션 규범으로 자리잡게 됐다.
특기할 만한 점은 50년대에는 남학생보다 훨씬 높은 개성과 다양성을 보이던 여학생의 스타일이 60년대부터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 ‘자기표현’ 점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전통 고수’ 점수는 증가해 90년대에 이르러 남학생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학생과 여학생 두 집단 모두에서 ‘스타일 혁신’은 지속됐고 60년대 후반 남학생의 스타일 혁신이 최고조에 이른 것을 필두로 2000년대까지 고등학생들의 패션은 지속적인 변화를 이뤘다. 이는 이전 세대의 문화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현세대의 노력은 물론 개성과 자기표현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의 흐름을 반영한다.
80년대에 일어난 또 하나의 변화는 미국 전역에 위치한 고등학교들 사이에서 패션과 스타일을 놓고 양극화와 차별화가 발생했다는 점인데 이때부터 전통을 고수하는 학교들과 개성과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학교들이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전통의 가치를 뿌리 깊게 숭상하는 남부 지역 학교들로 인해 더욱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패션 혁신’ 추구한 학생들, 특허권 신청 건수↑
연구진은 고등학생들의 패션이 스타일에 대한 개인적 선호와 사회 트렌드만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혁신가를 선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음도 밝혀냈다. 고등학생들이 참신한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는 지역일수록 특허 건수도 높게 나타난 것이다. 구체적으로 ‘스타일 혁신가’가 배출된 지역 학교 졸업생들의 특허 신청 및 승인 건수가 배출되지 않은 지역보다 훨씬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스티브 잡스인데 1972년 고등학교 졸업식에 나비넥타이와 턱시도에 장발을 하고 참석한 그를 연구진은 ‘스타일 혁신가’로 분류했다. 어른이 된 잡스는 1,114건의 특허를 신청해 960건을 승인받은 당대 최고의 개발자로 성장했다.
연구진은 학생 시절 패션에서 보인 도전 정신과 이후 이뤄낸 성공적인 혁신의 상관관계로 볼 때, 개성과 창의성을 북돋우는 어린 시절 환경이 어른이 돼 이루는 위대한 기술적 혁신과 경제적 부흥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문의 저자는 한스요아힘 보스(Hans-Joachim Voth) 취리히대학교(University Of Zurich)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은 Culture clash: What 14 million images tell us about times a-changi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