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투자 급한 中, 베이징·상하이 등에 외국 바이오기업 설립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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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무부 '의료개방통지' 발표, 바이오업체 R&D·생산 등 허용
미국은 대중국 견제 강화, BGI·우시 등 5곳과 거래 제한
美 제재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등 韓 기업 반사이익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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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해 전면적인 개방을 선언한 중국 정부가 잇달아 규제 완화에 나섰다. 제조업에 남아있던 모든 부문의 제한 조치를 해제한 데 이어 최근엔 베이징 등 대도시를 외국 병원과 바이오 업체에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과의 갈등과 경기 침체, 불안정한 경영 환경으로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새로운 조치들이 효과를 나타낼지 주목된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외국인 자본 병원 설립 허용

8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전날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외국 바이오 기업의 제품 생산과 100% 외국 자본의 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 영역 개방 확대 시범 사업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상하이·광둥·하이난의 자유무역시험구에서는 외자 투자 기업이 인체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 기술 개발 등이 허용된다. 아울러 제품 등록과 생산도 허가하기로 했으며 그동안 허용하지 않았던 순수 외국 자본의 병원 설립도 가능해진다. 허용 지역은 베이징·톈진·상하이·난징·쑤저우·광저우·선전·하이난 등이다. 또 외자 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세부 조건과 절차 등은 별도 통지를 할 예정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조치는 최근 중국 내 외자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올해 1~7월 중국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작년 동기보다 29.6% 줄어든 5,395억 위안(약 102조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내수와 소비 부진이 지속되면서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달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외국인 투자 진입 제한을 더 완화하고 제조업 부문에서 외국인 투자 진입 제한 조치를 전면 폐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 총리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을 최적화하고, 외국 기업인의 합리적인 요구에 적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은 中 바이오기업 퇴출법 연내 통과 추진

이 같은 중국의 개방은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 퇴출 법안 입법을 진행 중인 것과는 상반된다. 미국 의회가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는 ‘생물보안법(Bio Secure Act)’은 중국 등 적대 국가의 바이오사업을 제한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법안은 올해 초 발의돼 지난달 상·하원의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른 상태다.

법안은 중국 최대 유전체 분석업체 BGI그룹과 세계 선두급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우시앱텍 등 5개 중국 바이오업체를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생명공학회사’로 규정했다. 이들과 이들의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 이상을 들여 법안 처리를 저지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법안 초기 단계에서 규제 대상이 아니던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가 포함된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은 규제 대상 기업들이 중국인민해방군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군부가 요구하면 언제든 미국인의 것이 포함된 바이오·유전자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군과의 관계를 문제 삼아 화웨이를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퇴출시킨 2019년 국방수권법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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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시앱텍

한국 기업에 호재 가능성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의 중국 바이오기업에 대한 제재로 한국 기업이 반사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전체 분석과 CDMO 분야 기업의 기대가 높다. 글로벌 CDMO 기업인 우시앱텍의 경우 미국에서 절반 이상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미국 CDMO 진출 기회를 엿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에스티팜 등 국내사들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중국 제재가 모든 국내 기업에 호재로 다가오지 않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최근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에 나서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셀트리온과 손잡고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또 우시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바이오벤처 인투셀과도 ADC 상업화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주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우시바이오로직스뿐만 아니라 베이진, 항서제약, 하버바이오메드 등 다양한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미중 무역갈등이 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경우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생길 공산이 크다. 또 미국의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꼭 중국에 국한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시설 건설 등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 침체 등 내수 시장 악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는 바이오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여파가 국내 바이오기업들에까지 미치지 않기 위해선 정부 당국이 미국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