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첫 공판서 대립, 조직적 범행 vs 정상 주식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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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시세조종’ 첫 재판서 공방
檢 “주가 올리려는 목적 인정돼”
金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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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처음으로 재판장에 섰다. 검찰은 김 의장이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위한 시세조종 보고를 받은 뒤 이를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김 의장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檢 “SM 주가 인위적 부양 의도 명백”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 의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경쟁 관계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주식을 매집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렸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을 동원하기 위해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특히 검찰은 카카오가 김 의장의 지시를 받아 조직적으로 SM엔터 시세를 조종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기소 요지를 밝히며 “김범수는 카카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로서 카카오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김기홍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반대 의사를 냈는데도 (시세조종을) 최종 승인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시세조종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또 카카오와 원아시아 사이에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했다. 검찰은 “배재현은 김범수의 지시로 이준호에게 연락해 (원아시아에) SM엔터 주식을 더 사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는 공개매수 가격 이상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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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사진=카카오

김범수 의장 측, 전면 부인 “무리한 기소”

하지만 김 의장 변호인은 카카오의 주식 매입 행위를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지분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사기업의 공개매수가 있더라도 다른 기업이 장내매수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이라고 강조하며 “장내매집은 주가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결과에 따라 공개매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입이 지분 경쟁 상황에서 경영적 판단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피고는 당초 SM 인수 자체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하이브와 적대적으로 경쟁하는 방식의 인수 방안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적대적 입장문을 발표한 뒤, 배재현이 장내매수를 통해 하이브와 대등한 지분을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며 “피고인은 인위적인 주가조작에 대한 공모 인식이 없었다. 배재현이 여러 로펌으로부터 자문을 받았고 법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기에 이를 믿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원아시아 측의 지분 매입에 대해서도 “피고는 원아시아 펀드의 주식 매수 관련 공모는 물론이고 누구와도 상의한 사실이 없다”며 “피고는 원아시아펀드가 지분을 매입한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공소사실을 봐도 원아시아펀드의 주식 매수 관련 피고인의 관여 사실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는 막연한 추측이며, 무리한 범행 구성이 이 기소의 본질적 문제”라고 성토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재판 병합은 추후 논의

김 의장은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저지를 위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시세 조종을 통해 주식을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2월 16일∼17일과 2월 27일 장내에서 원아시아 명의로 1,100억원 규모의 SM엔터 주식을 고가 매수, 물량 소진 주문 등 방법으로 총 363회 매집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2월 16일~28일에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원아시아의 SM엔터 지분이 합계 8.16%로 5% 이상에 해당해 대량보유상황 보고 대상임에도, 원아시아 보유 지분을 숨긴 채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8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의장을 구속기소했고, 홍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등은 불구속기소했다.

지난 4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던 지창배 원아시아 대표는 보석 출소한 상태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지 회장에게 보증금 1억원을 내게 했고 주거지를 제한했다. 또한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관계자와 접촉하지 않고 허가 없이 출국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한편 이미 진행 중인 원아시아 재판과의 병합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사건의 쟁점이 겹치지만 진행 단계가 너무 다른 점을 고려해 추후 재논의할 것을 권했다. 법조계는 내달 8일로 예정된 공판 준비기일에서 양측의 쟁점 정리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나 병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재판이 병합될 경우 이준호 부문장이 핵심 증인으로 재판장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