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공세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한 중국, ‘내수 중심 시장’ 한계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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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산업 약진, 글로벌 점유율 확대 수순
대중국 압박 강화에 '우물 안 개구리'는 못 면해
일각선 낙관론도, "과거 일본이 美 정부 압박 이겨낸 전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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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 실적이 국내 현대차·기아의 판매고를 넘어섰을 정도다. 다만 중국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해 중국 기업들의 외부 확장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산 전기차 글로벌 점유율 14%

12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중국산 전기차의 글로벌 점유율이 2022년 7%에서 올해 14%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점유율이 12%에서 10%로 소폭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판매 실적 측면에서도 중국 기업이 우위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중국 톱3 전기차 제조사 (BYD·지리·상하이)의 합산 판매 실적은 30만 대에 달한 반면 현대차·기아차의 전기차 판매고는 20만 대에도 못 미쳤다. 중국 전기차 기업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단 방증이다.

시장에선 중국산 전기차의 성장 동력을 ‘저가 판매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실제 앞서 지난 3월 BYD는 100개 이상의 기존 모델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BYD는 자사의 시걸 해치백(Seagull hatchback)을 기존 가격보다 5% 할인해 6만9,800위안(약 1,290만원)에 판매했고, 가장 많은 판매 대수를 기록한 진 플러스 세단(Qin Plus sedan)도 가격을 20% 낮춰 7만9,800위안(약 1,480만원)에 판매했다.

배터리 가격도 인하했다. CATL은 지난 2월 VDA(독일의 규격)사양 인산철리튬 배터리 셀 가격을 Wh당 0.4위안(약 74원)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kWh당 56.47달러(약 7만5,139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kWh당 56.47달러를 기준으로 잡으면 60kWh급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6,776달러(약 902만원)에서 3,388달러(약 451만원)까지 낮아진다”며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선 차 한 대당 3,000달러(약 400만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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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시장에 수요 몰린 중국산 전기차

이처럼 중국산 전기차 공세가 심화하는 양상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성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서다.

게다가 중국 기업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앞으로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들이 대중국 압박을 거듭 강화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우선 유럽연합(EU)은 “중국 정부의 자국 전기차 산업 보조금 정책이 불공정 경쟁을 초래한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기존 관세 10%에 최고 38.1%p의 잠정관세를 추가 적용한 것이다. 오는 10월부턴 잠정관세가 최고 46.3%p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는 19%, BYD는 27%, 지리는 29.3%, 상하이자동차(SAIC)는 46.3%의 관세를 적용받을 예정이다.

북미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높인다고 발표했고, 캐나다 역시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 부과 방침을 세웠다.

중국산 전기차 수요가 내수 시장에 몰려 있단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출하한 중국계 브랜드 전기차 비율은 약 2,500만 대로,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인 491만 대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통상 내수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고 판매 단가가 낮다. 이렇다 보니 내수 시장에 역량의 대부분이 치중된 중국 기업들은 판매량이 견조해도 영업 실적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올해 상반기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EBIT(이자·세금 외 수익)가 15조원에 근접할 때 중국 3사의 EBIT는 5조원에 그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중국 기업의 실적 기반과 미래 성장성이 그만큼 낮단 의미다.

미국 정부 압박 뚫어낸 일본, 중국이 역사 반복하나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일본의 사례를 들어 중국 기업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당초 190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산 자동차는 미국의 주요 견제 대상 중 하나였다. 가격이 저렴하고 연비까지 좋아 미국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 나갔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1976년 8%가량이던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차 석유파동을 거치며 1980년 21%까지 뛰었다. 연간 수입량도 182만 대에 달했다.

이에 당시 대통령으로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압박을 노골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했고, 일본 자동차 업계는 결국 ‘자발적 수출 제한 제도’라는 이름으로 수출 할당제를 도입했다. 이후 일본 기업들은 해마다 정해진 물량만 미국으로 수출하기로 합의했고, 1980년 182만 대에 달했던 일본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량은 1981년 168만 대까지 줄었다. 사실상 6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조립공장을 세우고 나서면서 일본산 자동차의 성장세는 이내 회복됐다. 실제 1980년대에만 미국에 도요타·혼다·닛산·마쓰다·미쓰비시·이스즈·스바루 등이 설립한 신규 자동차 조립공장이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도 현지 공장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지리는 지난달 스웨덴 볼보와 합작해 만든 전기차 기업 지싱의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볼보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BYD는 튀르키예에 10억 달러(약 1조3,6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고 있으며,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닝더스다이는 헝가리에 73억 유로(약 10조8,0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처럼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기조가 장기간 이어진다면 중국산 전기차도 일본산 자동차의 선례를 그대로 따르게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