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이츠가 더 싼데” 설 자리 잃은 공공 배달앱, 패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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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공공 배달앱 시장, 최근 운영 종료한 앱만 10여 개
기술력·인력 부족, 낮은 시장 이해도 등이 발목 잡아
"민간 업체와 경쟁 안 돼" 지자체 재원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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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중개 수수료 부담 완화를 위해 등장했던 ‘공공 배달앱’이 줄줄이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민간 배달앱 3사(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에 힘을 쏟는 가운데, 다수의 공공 배달앱이 설 자리를 잃고 시장 외곽으로 밀려나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미흡한 기술력 △인력 부족 △낮은 시장 이해도 △재원의 한계 등을 공공 배달앱의 대표적인 패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설 자리 잃은 공공 배달앱

13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배달앱 3사의 이용자 점유율 합계는 96.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의 민족이 58.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달리고, 쿠팡이츠(22.7%)와 요기요(15.1%) 등이 맹렬한 ‘추격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의 중개 수수료가 10%에 가까워지며 시장의 반발이 일기도 했지만, (배달앱 3사의) 시장 지배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며 “관련 시장은 명백하게 3사를 중심축 삼아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자체에서 출시한 공공 배달앱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공공 배달앱의 이용자 점유율은 1%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추세다. 해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배달 산업이 급성장한 이후, 지자체들이 앞다퉈 출시한 공공 배달앱만 30여 개에 달했다”며 “1~2% 수준의 낮은 중개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현시점 유의미한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공공 배달앱들은 속속 시장 철수를 결정하고 있다. 최근 1~2년간 운영을 종료한 공공 배달앱은 대전 ‘휘파람’, 전남 여수 ‘씽씽여수’, 경남 거제 ‘배달올거제’, 충남 ‘소문난샵’, 부산 ‘동백통’, 전북 남원시 ‘월매요’ 등 10여 개에 달한다.

공공 배달앱의 ‘패인’

공공 배달앱의 대표적인 패인으로는 기술력 부족이 꼽힌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공공 배달앱은 지역화폐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 구축 등에서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제 단계에서 앱이 멈춰 주문이 중단되거나, 지역화폐 앱과 배달앱이 제대로 연동되지 않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제 시스템 연동에는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된다”며 “관련 시스템 구축에 충분한 기술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서비스 자체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공공 배달앱을 관리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민간 배달앱의 경우 입점 업체 관리, 고객 관리, 기술 지원 등에 1,200~1,7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다. 반면 공공 배달앱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경우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대부분으로, 대개 두 자릿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과 공공의 서비스 투입 인력 격차가 수십 배에 달하는 셈이다.

공공 배달앱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낮은 시장 이해도 역시 경쟁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공공 배달앱 시장에 진출한 M사의 경우 무료 영상 편집, 영상 탬플릿 제작 등의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다. B사의 경우 창작 교육, 광고 대행, 문화출판, 캐릭터 상품 제조 등에 주력하던 기업이다. 양사는 공공 배달앱 개발 열풍을 타고 나란히 관련 시장에 진입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M사가 만든 공공 배달앱의 다운로드 건수는 1,000건 안팎에 불과하며, B사의 배달앱 다운로드 건수 역시 1만 건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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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이츠

“민간 배달앱이 더 저렴하다”

민간 배달앱 시장 특유의 출혈 경쟁 기조가 공공 배달앱 성장의 ‘장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민간 배달앱 3사는 ‘배달비 할인’을 무기 삼아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쿠팡이츠는 지난 3월부터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들에게 무제한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며 막대한 수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기존 10%대였던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은 현시점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지난 5월부터 무료체험 형태로 운영하던 유료 구독 프로그램 ‘배민클럽’을 11일 정식 오픈했다. 배민클럽은 여러 건을 묶어 배달하는 ‘알뜰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무료 배달 혜택을, 단건 배달 서비스인 ‘한집배달’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는 배달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구독 멤버십이다. 이용 요금은 월 3,990원이지만, 당분간은 월 1,990원에 동일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한 요식업계 종사자는 “민간 플랫폼들이 무료 배달·멤버십 경쟁을 벌이면서 오히려 공공 배달앱의 배달비가 가장 비싼 상황이 됐다”며 “지자체 재원의 한계로 쿠폰 할인 행사 등 소비자 유인책을 자주 마련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편의성도 떨어지고 가격도 비싼 공공 배달앱을 소비자가 굳이 이용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라며 “소비자 관심도가 떨어지면 자연히 자영업자들도 입점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