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뮤직 끼워팔기’에 국내 음원 업계 고사 직전, 공정위 제재 수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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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프리미엄 구독 시 뮤직 공짜 '끼워팔기' 논란
작년 12월 멜론 제치고 1위, 지니뮤직·플로도 직격탄
“과징금만으론 실효성 없어, 분리 과금 강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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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뮤직

공정거래위원회의 유튜브 끼워팔기에 대한 제재 수위에 음원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이미 월간활성사용자수(MAU)에서 토종 음원 1위 멜론을 제친 유튜브 뮤직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지지 않거나, 그 시점이 더 지연될 경우 토종업체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구글에 ‘심사보고서’ 발송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구글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자사 상품을 끼워판 혐의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구글 측에 발송했다. 지난해 2월 구글코리아에 대한 첫 현장 조사를 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구글 측이 방어권 행사를 위해 의견서를 제출하면 전원회의 일정을 확정하고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가 된 건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내준 행위다. 공정위는 구글이 국내 동영상 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음원 시장에서 신규 경쟁자 진입, 성장을 막고 서비스 사용을 강제하는 등 경쟁을 제한했다고 봤다. 공정거래법은 시장지배적인 사업자가 끼워팔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구글로 예를 들면 동영상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는 다양한 요금 선택지, 한국만 차별

그런데 구글이 유튜브 뮤직을 유튜브 프리미엄에 끼워파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심지어 글로벌 빅테크 규제가 강한 유럽에선 요금제를 아예 구분해 제공한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은 원하지만 유튜브 뮤직 가입은 원하지 않는 이용자들을 위해 40% 정도 저렴한 가격의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내놓는 식이다. 이에 대해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광고만 제거해 주는 저렴한 요금제가 한국에도 있다면 불티나게 팔릴 것”이라며 “지금은 묶음 상품밖에 없으니까 울며겨자먹기로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는 있는 ‘가족 요금제’나 ‘학생 요금제’도 우리나라에는 없다. 오직 ‘개인 요금제’만 존재한다. 가족 요금제는 한 계정으로 최대 6명이 프리미엄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로, 6명이 모두 이용한다면 개인 요금제의 25% 정도의 금액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학생 요금제는 개인 요금제의 약 60% 정도의 금액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 요금제만 존재하는 나라는 한국과 슬로베니아, 단 2곳뿐”이라며 “단일요금제를 강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독점적인 지위를 앞세워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지불하게 만드는 것은 시장지배자로서 문제가 되는 행위”라며 “특히 음원 기능이 필요 없는 이용자인데도 광고를 보지 않으려면 비싼 가격의 ‘단일 요금제’가 강제되는 점, 플랫폼의 영향력을 앞세워 끼워팔기로 음원 플랫폼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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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음원업체들 고전

실제 유튜브 프리미엄의 등에 탄 유튜브 뮤직의 공세에 멜론과 같은 토종 음원 업체들은 점점 밀려나고 있는 추세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멜론(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니뮤직에 이은 후발주자였던 유튜브 뮤직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멜론의 MAU를 추격하며 업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기준 MAU는 743만 명에 달한다.

이 사이 멜론의 MAU는 870만 명대에서 700만 명대로 크게 줄었고, 지니뮤직은 506만 명대에서 290만 명대로 반토막 가까이 고꾸라졌다. 플로, 바이브, 벅스의 MAU도 줄줄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유튜브가 복수의 토종 음원 이용자를 빨아들인 결과다. 사용자 입장에선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굳이 멜론이나 지니뮤직, 플로 같은 토종 플랫폼을 추가로 돈을 주고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9일 공정위가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는 대신 ‘사후 추정’해 법 위반에 처벌하는 방식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방향을 선회한 상황이어서 이번 제재 역시 그 수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뮤직을 분리 과금하도록 하는 강제 조치 없이 과징금에 그칠 경우 이미 음원 시장이 유튜브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면서 “플랫폼 독점을 방치할 경우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은 같은 서비스를 더 비싸게 주고 이용해야 하는 등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