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홀딩스’ 상반기 지분법손실 50억, 관계사 줄적자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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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그룹 투자 기업들 부진 지속
AK홀딩스에도 악영향, 순익 280억 불과
AK플라자도 4년째 적자로 그룹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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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홀딩스 본사 전경/사진=AK홀딩스

AK그룹이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투자했던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면서 지주사인 AK홀딩스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은 인수 당시 투자했던 금액보다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지분투자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AK홀딩스, 상반기 순이익 축소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올해 상반기 1,194억원의 연결 영업이익을 냈지만 순이익은 28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대비 순이익 규모가 크게 줄어든 배경에는 종속회사들이 지분을 투자한 기업들로부터 지분법손실을 떠안은 것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실제 AK홀딩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50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기록했다.

AK홀딩스의 지분법손실에 영향을 준 회사는 종속회사인 애경케미칼이 투자한 화학기업 코리아피티지다. 애경케미칼은 2002년 코리아피티지 지분 30%를 총 223억원에 인수하며 관계사로 편입시켰지만 전 세계적인 화학산업 부침 속에 코리아피티지는 올 상반기 128억원의 순적자를 내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85억원과 비교하면 50.6% 손실 폭이 더 커졌다. 이에 애경케미칼은 42억원의 지분법손실을 기록, AK홀딩스의 연결 손실이 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AK홀딩스의 투자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AK그룹 입장에서 코리아피티지에 대한 투자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며 “하지만 온전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오히려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애경에스티’ 부진도 발목

코리아피티지뿐 아니라 가정용품 전문기업 애경에스티도 AK홀딩스 손실을 부추겼다. AK홀딩스 종속회사 중 하나인 애경산업은 2007년 일본 에스테화학과 합작해 애경에스티를 설립했다. 생활용품사업의 영역 확장과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2019년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소재 수출규제로 반일감정이 확산하면서 그 유탄이 애경에스티까지 튀었다. 일본 기업과의 합작법인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에 더해 같은 해 애경산업이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한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들어가자 기업이미지는 더욱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애경에스티의 2019년 매출액은 49억원으로 불과 1년 만에 41.7% 급감했고, 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후에도 2020년 3억원, 2021년 4억원 2022년 5억원, 2023년 8억원의 순적자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역시 1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6년 동안 28억원에 달하는 누적순적자를 기록 중이다. 결국 애경산업은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11억원에 달하는 지분법손실을 기록했고 이는 고스란히 AK홀딩스의 부담으로 전이됐다.

특히 애경에스티의 경우 올 상반기 말 기준 장부가액이 9,700만원까지 떨어졌다. 최초 지분 취득액과 비교하면 그 가치가 90% 이상 축소됐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에도 순적자가 이어진다면 장부가액이 ‘0’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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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 수원점/사진=AK플라자

AK플라자도 나홀로 역신장, ‘명품 없는 백화점’ 한계

백화점 계열사 AK플라자(옛 AK S&D)도 부진을 이어가며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20년 220억원의 손실을 시작으로 2021년 246억원, 2022년 190억원, 2023년 269억원으로 적자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4년 동안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만 930억원 수준이다.

올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AK플라자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807억원 감소했는데, 작년 AK플라자가 수원애경역사를 흡수합병한 점을 고려하면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수치다. 분기순손실도 102억원을 기록하며 백억원대 적자를 이어갔다. 이 같은 부진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 5대 백화점 중 AK플라자를 제외한 4개사는 모두 1분기에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신세계백화점은 1분기 사상 최대 거래액을 경신하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7.0% 신장했고,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각각 3.6%, 1.4% 신장했다. 부진했던 한화갤러리아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점포별 매출을 살펴봐도 AK플라자는 수원점을 제외한 분당·평택·원주점이 모두 외형이 줄어들었다. 한 때 수원점과 함께 전국 20위권을 지켰던 분당점은 지난해 전년 대비 4.4% 역신장하면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평택·원주점도 1,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결국 경쟁사에 비해 부족한 점포 경쟁력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명품 없는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AK플라자는 그동안 명품 없는 지역근린형 기반 쇼핑몰 전략을 취해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부터 명품 소비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자체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문제는 반등을 위한 모멘텀마저 없다는 점이다. AK플라자는 그룹 지원과 계열사 흡수합병 등 노력에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점포 경쟁력 제고를 위한 리뉴얼이나 핵심 테넌트 유치를 위한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간판점포인 AK플라자 수원점 인근에 신세계 스타필드 수원과 전면 리뉴얼한 롯데백화점 수원점이 등장하면서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